나는 그때 왜 그런 엽기적인 생각을 했을까?
원이님 방에 갔다가 시원한 어항 속에서 금붕어인지 열대어인지들이 헤엄치고 있는 것을 보니
지우고 싶은 지난날의 秘事가 떠오른다. ^^
때는 1989년 3월 10일 오후...우째 이렇게까지 기억을 하냐면, 그날이 시어머니 기일이었기 때문이다.
워낙 손이 귀한 집인 데다 祭主마저 올 수 없는 곳에 가 있으니 출가한 딸들과 그 가족들이 빈자리를 채워줄 것이다. 어서 퇴근해서 10인분 저녁(추모예배를 보니 제사상은 아니고..)을 장만해야 하는데...
그날따라 회사는 왜 그리 바쁜지....간신히 조퇴를 해서 옷도 안 갈아입은 채 한편으론 국 끓이고 한편으론 거실 청소하느라 허둥지둥하는데 갑자기 눈앞에서 퍼득 물이 튀더니만 어항에 있던 금붕어 한놈이 몸을 솟구쳐 거실 바닥으로 튀어나오는 게 아닌가.
씩씩한 내게도 무서워하는 몇 가지가 있으니
그 첫째가 닭이요
(산닭, 죽은닭, 요리한 닭, 귀여운 척하는 병아리... 뿐만 아니라 조류 일체. 조류phobia라고나 할까.)
둘째가 펄떡거리는 물고기와 양서류다.
어린것이 좋아라고 사온 금붕어를 어쩌지 못해 어항이라고 하나 벌려놓긴 했지만, 워낙 펄떡이는 게 무서워 어항물을 갈아줄 때도 붕어를 넣고 빼는 것은 아들넘의 고사리손에 맡기는 실정인데....
거실 한복판에 가로누워 숨을 헐떡이는 저놈... 도대체 나더러 어쩌라고....
얼른 주워 어항에 도로 넣어줘야 하는데 도무지 어쩔 줄을 모르겠다. 이녀석이 용을 쓰느라고 거실 바닥에서도 자반뒤집기를 하니 집어넣어주기는커녕 접근조차 못하겠다. 애고애고..... 놈이 죽어간다!
시간은 흐르고... 녀석의 거센 몸부림도 점점 잦아들고...
녀석의 죽음도 죽음이지만 지금 한시가 급하다. 얼른 저걸 치워야 닦던 거실 마저 닦고 상을 놓겠는데...
발을 동동 구르다 문득 쫄랑이 녀석이 생각났다. http://blog.daum.net/corrymagic/1211932
(이 무슨 만화 같은 발상이냐.)
얼른 마당에 있는 쫄랑이를 데리고와 목줄을 당겨서 축 늘어진 금붕어 쪽으로 접근시켰더니
이상하다. 이녀석이 무슨 낌새라도 챈 양 기겁을 하고 뒷걸음질을 친다.
얘야, 왜그래? 저거 얼른 한입에 삼켜!! 얼른!!!
앗, 그때...
마침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녀석이 이 광경을 보았다.
"엄마, 쫄랑이 왜 데리고 들어왔어?"
순간 머리가 한대 얻어맞은 것처럼 멍~.... 아니, 지금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뭐라고 얼버무렸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쫄랑이는 제자리로 돌아갔고
아들넘은 죽은 금붕어를 꽃밭에 묻어주었다.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어린 아들놈은 이 광경을 어떻게 해석했을까?
어떻게 그렇게 모질 수가 있었는지...당시의 사악(?)했던 내 마음, 나도 아직까지 믿기지가 않는다. ㅎㅎ
금붕어 얘기 나왔으니 에피소드 하나 더.
내게는 독일에 간호사로 갔다가 독일남자와 결혼한 사촌언니가 있다.
큰오빠가 독일출장길에 언니네 내외를 만나서 함께 저녁을 함께 먹는데
생선요리가 나오자 독일인 형부가 한국말로 권하기를... "선생 드세요, 선생..." 하더란다.
그래서 오빠가 그건 '선생이 아니고 생선'이라고 가르쳐줬다는데
그 후로 형부는 금붕어만 보면 '생선'이라고 한단다.
개가 생선 먹는 게 뭐 이상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