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에(~2011)/陽光燦爛的日子

시지프스에겐 '왜'가 없다.

張萬玉 2004. 10. 15. 21:53

아침에 내몽고 사막을 취재한 프로그램을 봤다.

모래산에 설치된 모래썰매장을 일터로 살아가는 몽고족 중국인이 화면에 비쳤다.

 

관광객이 타고 내려온 썰매를 10개씩 묶어 등에 지고

양 손에 하나씩 들고 그것을 지팡이 삼아

발 아래로 솔솔 미끄러져나가는 모래를 힘들게 디뎌가며

높이 300미터 모래산 꼭대기로 오른다.

 

맨몸으로 올라도 입에서 단내가 나기 마련인 고달픈 모래산..

꾸벅꾸벅 올라가다 중간에 서서 땀 뚝뚝 떨어뜨리다가

다시 20걸음... 다시 섰다가 또 20걸음...

하루에 보통 8차례, 성수기에는 20차례씩 오른다고 한다.

관광객들은 그렇게 올려놓은 썰매를 3분만에 산 아래로 미끄러뜨리고... 

 

바로 시지프스의 설화 그 자체 아닌가.

미끄러뜨리기 위해 끌어올려지는 썰매...

끌어올려지기 위해 미끄러져내리는 썰매...

그 과정에서 얻는 몇푼의 인민폐가

그를 땀흘리게 하는 동력이다.

 

어디 그 몽고족아저씨뿐이냐.

개미처럼 바지런히 움직이는 인간군상들... 너도 나도..

무슨 정신적 물질적 보상을 위해 저렇게 움직이는 것이냐..

오늘 내일 먼지 합해서 닦으면 어떻고

점심 저녁 몰아 먹는다고 뭐가 어떻게 될 일도 없는데...

 

아니다.... 아서라....

발칙한 생각이다. 더 묻지를 말어라.

"왜?" 가 어딨냐. 인간이라는 種에게 허락된 행태일 뿐..

해야 하니까 하는 것이다. 뭘 어쩌라고 투덜대는 것이냐.

 

종일 나를 지배하고 있는 이 망할 귀차니즘의 철학적 기초

이 시금털털한 허무주의의 맛을

털어내야 하는데...

털어내야 하는데...

 

요즘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많은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