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ce frio / Tengo frio
스.무.따. 이바구
오늘은 수요일... 또 스페인어 얘기가 올라올 때가 됐다. ^^
지난 시간으로써 두 달(8회)에 걸친 왕초보회화 수업이 끝났고... 오늘은 대망의 '초급회화' 첫시간.
가슴 설레며 갔는데 모두들 휴가 떠났는지 나 혼자더군. ㅠ.ㅠ 덕분에 독선생 지도 받았다.
이것도 무슨 대단한 공부라고.... 선생님이 수료증까지 액자에 넣어주셨다.
찍자고 해서 찍었는데 대단히 멋적다. ㅋㅋ
아마도 잘 안보이겠지만..... 내 이름이 봉만옥으로 되어 있다.
실명 봉만옥씨가 개인사정으로 중도하차할 때 선생님께서 착오로 장만옥씨를 삭제하신 것이다. ㅡ.ㅡ
자, 다시 시작하는 (초미니)학기다. 새 기분, 새 각오로!
8월~9월에 걸쳐 초급회화 코스 마치고
10월~11월에 원어민 초급회화 코스까지 맛보고
내년 1월에는 꼭 남미로 떠나겠다.
물가 싼 데서 3주 정도 현지연수하고 3주 정도 칠레, 페루, 콜롬비아를 돌아야지. 스페인어는 거기까지.
오늘의 스페인어 한마디 : Hace frio / Tengo frio
Hace frio. (hace는 만들다, frio는 추위...문장 앞에는 Dios(신)가 생략되어 있다)
직역하면 '신이 추위를 만든다'지만 '날씨가 춥다'로 번역하면 되겠다.
또다른 표현 하나는 Tengo frio.
Tengo는 영어의 have에 해당하는 동사의 일인칭 단수형, 따라서 직역하면 '나는 추위를 가졌다'이지만
'나는 춥다'로 번역하면 된다.
'오늘의 스페인어 한마디'가 불러온 '이런저런 생각들'
덥다고들 야단인 요즈음 나는 하나도 더운 줄 모르겠다.
사는 곳이 산골마을이다 보니 기온이 시내보다 삼사도 가량 낮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10년 가까이 38, 39도를 오르내리는 상하이의 지독한 여름을 겪으며 내성이 생긴 모양이다.
더위뿐만 아니라 추위도 별로 안 탄다. 남들에 비해 한꺼풀 더 입어서 그럴 것이다.
몹시 추우면 찬 물속에서 수영을 하고 있다는 상상을 한다. 그러면 한결 견디기가 낫다.
마찬가지로 몹시 더우면 싸우나에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습도 높은 상하이에 살 땐 그런 상상으로 견뎠다.
나로서는 상당히 쾌적한 요즈음이다. ^^
혈기가 부족하거나 순환이 잘 안 되는 사람들이 에어컨이나 보일러로 온도를 조절해야 하는 환경에서 남들과 다른 체감온도 때문에 괴로움을 겪는 경우를 심심찮게 본다. '날씨는 춥지 않은데', '나는 추운'것이다.
괴로움도 사람에 따라 느끼는 강도가 다르겠지.
며칠 전 네 시누이들과 방학맞이 기념 회식(시누이 넷 중 셋이 교사다)을 하는 자리에서 옛날 얘기를 하다가 그만 舊怨이 폭발하여 울고 웃는 해프닝이 벌어지고 말았다. 때는 시아버님이 주무시다 돌아가시고 그 충격으로 시어머님이 몸져 누우신 이래 10여년....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던 남편이 중학생과 초등학생이었던 여동생들을 거느리고 소년가장 노릇을 하던 시절 얘기다. 같은 괴로움이라도 누구는 잊었고 누구는 그로 인해 한이 맺혔다.
예쁘고 말 잘 듣고 공부 잘하고 거기다가 몸까지 약해 오빠의 보호를 집중적으로 받았던 시누이는 그다지 쌓인 감정도 없을 뿐 아니라 심지어 사연 자체도 기억 속에 희미한 듯한데, (스스로 느끼기에) 차별받았던 다른 시누이는 아직까지 그때의 상처가 아물지 않아 건드릴 때마다 눈물바람이다.
'넌 아직도 그 얘기냐?' 아무도 그렇게 얘기 못한다. 아픈 건 아픈 거다.
네 나이 땐 피가 절절 끓고 분초가 아까웠는데....
나른한 아들넘만 보면 튀어나오려는 이 소리를 오늘도 꿀꺽 삼킨다.
뭐가 더워? 뭐가 추워? 밀어붙일 수가 없는 게 마음의 온도라는 걸.... 인정해야지 어쩌겠어.
P.S.
쓰고 보니 이 글을 어느 카테고리에 넣어야 할지 모르겠다.
'발랄한 중년일기'인지, '스페인어'인지 '이런저런 생각들'인지....
글을 자주 안 쓰다 보니 도무지 초점이 안 모이고 주절주절...
일기처럼 된 김에 훗날을 위해 몇 개 더 적어둬야지.
오늘은 8월의 첫날. 남편이 새 직장에 첫출근을 했다.
7월 28일은 과 동기가 뇌일혈로 세상을 떴다. 처음 가보는 친구의 장례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