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로 가는 길(~2014)/재미·취미(펌 글)

우아한 송강호의 세계(펌)

張萬玉 2007. 8. 3. 11:47

나는 액션 영화.... 특히 조폭영화는 별로 안 좋아한다. (<대부>와 빼고)

헌데 <우아한 세계>를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해 블러그에 점 하나 찍어두는 건 순전히 송강호 때문이다.

원래 나의 남자 취향은 청순가련형이라 외모만 두고 본다면 송강호는 확실히 열외에 속하는 인물.... 그러나 그는 이미 데뷔 초기인 <넘버3> 때부터 나에게 찍혔다.

그의 연기에 대해서는  

 

 

 

이름 : 송강호 
출생 : 1967년 1월 17일
출신지 : 경상남도 김해
직업 : 국내배우
학력 : 부산경상대학
데뷔 : 1991년 연극 '동승'
경력 : 1991년 극단 '연우무대' 단원
극단 '새벽' 단원
수상 : 2007년 제30회 황금촬영상 연기 대상
2007년 제 1회 아시안필름어워드 남우주연상
 

출연작

 

1.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2008)
2. 밀양 (시크릿 선샤인, 2007)… 김종찬 역
3. 우아한 세계 (2007)… 강인구 역
4. 박쥐 (2007)
5. 괴물 (2006)… 박강두 역
6. 남극일기 (2005)… 최도형 역
7. 친절한 금자씨 (2005)… 킬러 1(우정출연) 역
8. 효자동 이발사 (2004)… 성한모 역
9. 살인의 추억 (2003)… 박두만 역
10. YMCA 야구단 (2002)… 이호창 역
11. 복수는 나의 것 (2001)… 동진 역
12. 동창회 (2000)
13. 반칙왕 (2000)… 대호 역
14. 공동경비구역 JSA (2000)… 오경필 중사 역
15. 쉬리 (1999)… 이강길 역
16. 조용한 가족 (1998)… 영민 역
17. 나쁜영화 (1997)… 연기자 행려 역
18. 넘버 3 (1997)… 조필 역
19. 초록물고기 (1996)… 판수 역
20.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1996)… 동석 역

 

필모그래피

 

배우 송강호는 1967년 생으로 김해고등학교와 부산경상대학을 졸업했다. 1991년 극단 연우무대에 입단하면서 배우 생활을 시작하게 됐고 [동승], [여성반란], [지젤], [비언소]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연극계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비언소]를 공연하던 당시 이 연극을 관람하러 온 이창동 감독에게 캐스팅 되어 [초록 물고기]에서 야비한 깡패 판수 역을 맡게 된 것이 송강호가 영화배우가 된 계기였다. 그러나 영화 데뷔작은 단역으로 출연한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다.

송강호는 1997년 작품인 흥행작 [넘버 3]에서 킬러 집단 불사파를 이끄는 깡패 조필 역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흥분하면 말을 더듬는 조필의 대사는 그해의 유행어가 되었고, 이후 그가 출연한 김지운 감독의 데뷔작 [조용한 가족]과 강제규 감독의 [쉬리]도 큰 성공을 거뒀다.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와 김지운 감독의 [반칙왕]에 이르러 그는 주연급 배우로 자리매김 되었다. 이후 [복수는 나의 것], [YMCA 야구단], [살인의 추억], [효자동 이발사], [남극일기] 등에 출연하면서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로 널리 인기를 얻고 있다.

[넘버 3]로 1997년 대종상 신인남우상을 비롯하여 1998년 제 18회 영평상 남자연기상, 제 18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으며 [공동경비구역 JSA]로 제 38회 대종상 남우주연상, 제 3회 프랑스 도빌 아시아영화제 최우수 남우주연상 등을 수상했다. 2003년 [살인의 추억]으로 제 23회 영평상 남우주연상, 제 40회 대종상 영화제 남우주연상, 디렉터스 컷 선정 남우주연상, 제 2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남우주연상 등을 수상했다. 신장은 1미터 80cm, 혈액형은 A형. 가족으로 부인과 1남 1녀가 있다.

 

 



[우아한 세계]를 보았다. '우아한 세계'는 '우아하지 않는 일상'을 다루고 있었다. 사랑하는 딸에게는 햇빛 잘 드는 큰 방을, 착한 아내에게는 수도물이 펑펑 나오는 싱크대, 그런 그림 같은 집에서 우아한 세계(가정)를 꿈꾸는 아버지는 우아하지 않은 일상 속에서 무척이나 피곤해 보였다. 신호등 앞에 선 채, 빨간 불이 파란 불로 바뀐 줄도 모르는 채, 뒤에 차들이 줄줄이 늘어서 어서 가! 라고 클랙숀을 눌러 대고 있는지도 모른 채........아버지는 꾸벅 꾸벅 졸고 있었다. 영화의 첫 장면이다.

인구. 청과물 도매업자라는, 딸아이의 담임 선생님에게 대답할 공식적인 "뭐 하시는 분"에 해당하는 일은 있지만 사실 그의 직업은 한국직업사전에도 없는 바로 그 직업, 조폭이다. 그러나 그가 조폭이라는 것은 영화적인 재미를 위한 장치일 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저녁에 사람을 만나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영화에서 인구가 처음 하는 일은 이 땅의 30대에서 4,50대에 이르는 사내들이 혹은 아버지들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단란주점에서 바이어나 거래처 사람을 만나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 조폭으로서 그가 사람들을 만나고, 거래를 하고, 머리를 싸매고, 땀방울을 뚝뚝 흘리는 모든 일들은 대기업 영업사원, 중소기업 회사원, 자영업자 등등 일상적인 직업군들이 일상에서 부딪히는 일들에 고스란히 대응한다. 말하자면 조폭 가장의 일상을 통해 일반 가장의 일상을 들여다 보는 조금은 이상한 조폭 영화가 바로 이 영화 [우아한 세계]인 것이다.

물론 이 즈음에서 눈치챘겠지만 [우아한 세계]는 김지운의 [달콤한 인생]처럼 전혀 '우아하지 않은 세계'에 대한 이야기다. 괜찮은 감독(시나리오 작가)이라면 통상 영화의 서두에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힌트를 장면 혹은 사물 또는 대사로, 별 대수롭지 않은 듯 '툭' 던져놓는데, 그해 나의 베스트 세븐에 들었던 영화 [연애의 목적]으로 데뷔를 한 한재림 감독은 이 영화가 우아한 세계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그건 반어법에 불과하다는 것을 한방에 보여주는 장면을 영화의 서두에서 인구의 대사로 툭 던져 놓는다.

- 참 아름답다, 아름다워.

피투성이가 된 박사장의 손을 깨물어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박사장은 차 안과 바깥에서 토를 하고, 잠시 인구의 똘만이들이 방심한 사이 박사장은 도망을 치고, 천변에서 인구의 똘만이와 박사장이 술래잡기하듯 쫓고 쫓기다가 뒤엉키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인구의 입에서 나오던 반어적인 대사. 그것이 자신의 등장하고 있는 [우아한 세계]란 영화 속 결말인지도 모른 채.....참, 아름답다, 아름다워.

어쩌면 그 대사가 송강호의 애드립이었는지도 모르지만, 그런지 아닌 지 모를 정도로 이 영화 속 많은 대사들은 지금껏 내가 읽어본 시나리오들이랑 많이 다르다. 송강호와 오달수에 한해서는. 다른 이들의 대사가 한국 영화 시나리오에서 나옴직한 대사들로 정갈하게 혹은 빤한 파찰음을 내며 흘러가는 것에 반해, 송강호의 명대사는 나로 하여금 영화 내내 킬킬거리게 했다. 이건 영화가 아니잖아!! ㅎㅎㅎㅎ

아무리 시나리오를 잘 쓰는 작가들도 저런 대사를 만들어 내지는 못한다, 는 걸 짐작할 수는 있을 정도로 한때, 그러니까 내가 T사 영상사업부 회사원이라는, 동네슈퍼 아줌마에게 대답할 공식적인 "뭐하시는 분"에 해당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을 때 수많은 시나리오들을 읽어 댄 적이 있다. 그리고 아무리 연기를 잘 하는 배우들도 저런 대사를 외워서 할 수도 없다, 는 걸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한때, 그러니까 또 다시 "뭐 하시는 분"에 해당하는 직업정신으로 수많은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우아한 세계]속 송강호와 오달수의 대사는 캐릭터에 완전히 동화된 사람이 그 상황이 실제상황이라고 온전히 착각할 때 튀어나올 수 있는 그런 대사들이었다. 그런 대사는 대체적으로 마침표가 없다. 말 줄임표에서 끝나거나 말 줄임표가 뜻하는 게 뭔지 떠올리기도 전에 사라져 버린다. 우리들의 일상 속에서 하는 혼자말이란 다 그런 게 아니던가. 히히히, 저 새끼....




그래 내가 영화를 보는 내내 킬킬거릴 수 있었던 건 어쩌면 송강호란 배우와 오달수란 배우의 궁합이 너무나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서 그런 지도 모르겠다. 이건 완전히 부산이잖아! ㅎㅎㅎㅎ ......부산 가마골에서 이윤택이 가마골 소극장을 이끌던 무렵, 나는 가마골에서 막이 오를 때마다 빠지지 않고 연극을 보았다. 그리고 내가 본 작품들 중 여러 편은 워크샵 공연이었다. 이제 처음 무대에 오른 연기지망생들의 첫 공연. 엥? 배우가 뭐 저렇게 생겼어? 게다가 저 요상스런 코 옆의 점은? 분장이야, 실물이야? ㅎㅎㅎㅎ

그가 바로 오달수였다. 워크샵 공연을 보는 내내 그의 우스꽝스런 외모에 눈길이 갔다. 그리고 아마도 내가 그 시절에 본 가장 가슴 저미는 연극, 그래서 가장 기억나는 연극이 오달수가 투톱으로 등장하던 [황홀한 밤]이었다. 사무엘 베게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연상시키는 단 두 사람만이 등장하는 무대,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의 탁구공 대사처럼 두 인물이 주고 받는 의미 있는 듯, 의미 없는 대사와 동작들. 고교시절을 마감하던 그날, 달걀과 밀가루로 범벅이 된 외투를 집에 벗어두고 저녁에 보았던 연극, [황홀한 밤]. 쾌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대사들이 또렷이 떠오른다.

- 인삼 냄새야!
- 오이 냄새야!
- 인삼 냄새라니까!
- 오이 냄새라니까!


동유럽권의 부조리 희곡을 번안해서 올린 [황홀한 밤]의 아우라는 십여년이 넘은 지금도 마치 내 머리카락에서 나는 비누냄새처럼 아련하게 남아 있다. 물론 오달수가 '인삼냄새야!'를 맡았는지, '오이냄새야!'를 맡았는지 뚜렷하지는 않지만. 대학로에서 만난 어느 연극배우에게 오달수 사장님을 만나면, 그래서 [황홀한 밤]이란 희곡이 있다면 '꼬옥' 한 부 구해달라고 부탁을 했건만, 그래서 그녀는 '꼬옥' 하고 확언을 했지만 이제 '꼬옥'은 '글쎄'로 바뀌어 가고 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황홀한 밤]의 오이비누, 아니 인삼비누, 아니 어쨌든 그 냄새는 희곡으로 다시 대면을 하기 전까지 내 머리카락에 아련히 남아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그래서 결국은 다시 보고야 말 것이라는 것을.




젊은 시절, 어린 아들과 젖먹이 딸을 데리고 하루 만원짜리 여관방에서 자며 아내와 함께 울었다는 인구. 100만원만 빌려달라는 부탁에 친구조차도 한달동안 전화를 안 받던 시절, 1500만원으로 전세방을 구해주었던 회장님, 방 하나 짜리면 된다는 데도 그래도 애들 방이 있어야지, 라며 "그것도, 방 두개짜리!" 전세방을 구해주었다는 회장님이 죽고,

여튼 2시간 내 킬킬거리며 보던 영화가 막바지에 이르러 아, 우아하게도 인구가 회장님이 되어, 햇살 잘 드는 방들이 여러 개 있고, 수도물도 콸콸 쏟아지는 집에, 넓은 거실, 50인치짜리 플라즈마 텔레비젼 앞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집에는 딸 아이도, 아내도 보이지 않는다. 미국으로 유학 보낸 아들에 이어, 딸도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 아내는 아이들 돌보러 미국으로 따라 가고..............기러기 아빠가 된 인구는 불어터진 면발을 넘기다가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도대체 내가 꿈꾸었던 우아한 세계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거실 바닥에 내동댕이쳐져 깨진 접시를 비닐 봉다리에 담고, 면발을 걸레로 훔치는 인구의 옆으로, 미국에 있는 아들과 딸과 아내가 잔디가 깔린 집의 마당에서, '수도물'을 맘껏 서로에게 뿌려대며 깔깔거리는 '세계'가 플레이 되고 있는데, 인구는 그곳에 없다. He is not in this World.

 http://www.cine21.com/Community/Netizen_Review/review_read.php?no=56689

 

 

어떤 기준에서 보느냐에 따라 틀리겠지만, 시나리오를 쓰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서사 구조를 먼저 생각하고 이미지를 삽입할 것인가, 아니면 단편적인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고 그것을 서사 구조로 연결할 것인가, 에 따라서 시나리오는 내러티브 중심적이 될 수도 있고 이미지 중심적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재림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우아한 세계]는 굳이 따지자면 후자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장르 영화인 것이 분명하지만, 장르의 규칙을 정확히는 안 지키고(혹은 못 지키고) 있어서, 관객이 관람 후 시원하게 재밌었다, 라고 추켜세우기가 껄끄럽다. [연애의 목적]때도 그랬지만, 초반의 흥미로운 설정을 후반부까지 힘차게 끌고 나가지 못한다. 전체적인 구조상으로 볼 때, 기승전결이 뚜렷하지 않은 탓에, 서사 구조(혹은 장르 규칙)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다소 힘의 안배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은, 뒤로 갈 수록 추적거린다는 느낌을 주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맘에 안 들어서 캐기 시작하면, 단점이 캐는 대로 나올법한 영화이다. 문제는 과연 이 점이, 감독이 알고도 중요치 않게 생각한 부분이냐, 아니면 말 그대로 솜씨있게 못 만든 것이냐, 라는 것이다. 봉준호 감독처럼 장르 영화를 반죽 다루듯, 자유자재로 부리는 솜씨가 한재림 감독에게는 부족한 것인가의 문제다. 아니면 장르 영화가 맞지만 자신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담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일부러 장르 규칙을 어기면서도 뚝심있게 밀고 나간 것인가의 문제다.



이 문제를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영화에 대한 평이 나뉠 것이다. 더 매끄러운 영화를 기대했던 사람은, 관객과 호흡하지 못하고 자꾸 어긋난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고, 순간 순간 이미지에 감복하는 사람은 영화가 꽤나 만족스러울 수도 있다. 실제로 이 영화는 씬 별로 나누어서 본다면 아까운 씬이 없을 정도로 인상적인 장면들이 많다. 하지만 장르의 법칙을 어설프게 �기만 하는 전체 구조는, 아무리 좋게 보고 싶어도 영화의 매력을 갉아먹는다.



영화의 담론은 샘 멘데스의 [로드 투 퍼디션]을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한 아이의 아버지이자, 조직에서는 상징적인 아들. 그래서 자신의 가정과 아이를 지키기 위해 상징적 아버지인 조직의 보스를 죽이게 되는 누아르. [로드 투 퍼디션]에서 이미 보았던 이야기인데, 그것을 한국 사회의 '가족'과 결부시켜 다시 한 번 재포장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거기에 점점 한국 사회에서 없어졌던 아버지의 우상을 다시 만들어가는 배우, 송강호가 더해졌으니, 감독이 말하고 싶어하는 바는 성공적으로 전달되었다고 평가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조직의 중간 보스인 강인구(송강호 분)가 제목과 달리 결코 우아하지 못하게 살면서도 기필코 지켜내려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가족'인가 '식구'인가. 사전에서 찾아보면 '가족'은 집 가(家) 자가 들어가 있어서 그런지, '식구'에 비해서 더 폭넓은 집단 개념이다. 사람과 집을 포함한 공간적인 개념의 성격이 짙다. 그에 반해 '식구'는 같이 밥 먹는 사람, 이라는 의미니까 전적으로 사람만을 뜻한다고 봐도 무리 없다. 강인구는 '식구'보다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삽질을 했다고 본다. 번듯한 집을 사면 '식구'들이 좋아하고 '가족'이 지켜질까봐, 부인과 딸이 정신적인 피해를 보는데도 조폭질을 계속한다. 이혼의 위기와 딸의 저주가 이어지지만 그는 결코 놓을 수는 없다. 자신이 지키려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죽어라고 노력하고 매 번 힘들다고 중얼거리지만 진정한 기쁨과 행복을 찾기 어렵게 된다. 그의 고통 속에서 한 집안 가장의 무게와 슬픔을 보기 보다는, 어리석은 한 남자의 유아적인 정신세계를 본다. '식구'와 소통하지 못하는, 그게 자신의 문제인지도 모르고 가족들에게 근원을 돌리는 어리석은 이 시대의 아버지들을 본다. 그들의 '유아한 세계'를 본다. 영화 마지막, 어느 한국 영화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인상적인 엔딩 씬에서, 강인구는 커다란 집은 장만했지만, 정작 중요한 식구들은 고작 알량한 TV화면으로밖에 보지 못하는 웃지 못할 아이러니에 놓이게 된다. 웃다가 울다가 '대체 뭐가 잘못됐지?'라고 독백하는 건, 이 시대 한국 가족에 대한 씁쓸한 조소와도 같다.



그렇지만 한재림 감독님, 너무 서글퍼 마시길. 아직은 부족하지만 한국 가족도 많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 : 싸이월드 페이퍼 - 영화와 문학, 삶과 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