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萬玉 2007. 9. 1. 12:21

상하이 살 때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나인홀짜리 작은 골프장이 있었다. 회원권이 없어도 클럽하우스 안에 있는 골프용품점에 얘기하면 그린피 3만원에 칠 수 있어서 처음 골프를 배울 때 자주 갔었다.

그 골프용품점 사장님은 대기업에서 상하이로 파견 나왔다가 자기 사업을 시작한 분인데, 건강 안 돌보고 일만 하다보니 당뇨를 비롯, 건강이 너무 나빠져 한번 쓰러진 후에 인생관이 바뀌었다고 하신다. 그래서 살기로 말하자면 불편하기 짝이 없지만 건강을 위해서 아예 이 골프장 안의 빌라로 이사를 오셨단다.

이 분은 매일 아침 나인홀 두 번 돌고 오후에 한 번 돌고, 저녁식사 후에는 손님들이 없는 골프코스를 따라 자전거로 한 바퀴 도신다며, 당분간은 오로지 건강을 위해 먹고 자고 운동하고..... 철저하게 '동물적'으로 살 생각이라고 하셨다.

 

환자는 아니지만 나도 소기의 목표달성을 위해서 6개월간.... 다이어트에 필요한 몇 가지 원칙을 생활의 중심에 박아놓고 '동물적으로' 매일 점검하면 어떨까 싶다. 아이를 돌보는 것처럼 원칙과 인내로 나를 돌보다 보면.... 가시적인 성과가 있지 않을까.. 

그러려면 육아일기를 쓰듯 다이어트 일기를 써야지. 

그래서 6개월간 운영할 새 카테고리를 만든다.

남들에겐 몰라도 내겐 중요한 기록이 될 것이다. 혹시 따라하고 싶은 분이 계실까봐 공개로 해둔다.

 

D-2

어젯밤에 블러그에서 애야님과 라면수다를 떨고 나니 잊고 있던 허기가 밀려왔다.

게다가 남편은 옆에서 향긋한 복숭아를 먹는다. 안되지, 안되지....

참다 참다가 자이리톨 껌을 하나 씹었다. 5칼로리짜리 단물이 종일 고독했던 미각을 위로해주었다.

아침에 일어나 물 한 컵 마시고 체중을 재어보니 1.2킬로가 줄어 있다. 식사 시작하면 다시 돌아올 것이니 믿지 않기로 한다.

신기한 것은 어제 아무것도 먹지 않아 나올 것도 없으려니 했는데 평소보다 훨씬 양도 많은 건강한 S라인이 눈치도 안 보고 나왔다. 원래 단식 하면 그런가?

얼마나 신통한지 며칠만 더 해보면 어떨까 싶은 유혹까지 느꼈다. 

 

아침에 먹은 것

잡곡밥 반 주걱, 멸치볶음 반 수저, 새송이버섯 소금간만 하여 구은 것 네 쪽, 두부구이 세 쪽,

북어양념구이 두 조각. 배추김치, 우유 한 컵.

 

운동

자유수영 가서 자유형 열 바퀴, 접영/평영 복합으로 다섯 바퀴.

오늘은 비가 와서 뒷산 산책은 못 갈 것 같다.

저녁에 윗몸일으키기와 무릎 대고 팔굽혀펴기나 해야겠다.

수영 다녀와서 생당근 큼직한 것을 남편과 나누어 먹었다.

하루에 생야채 세 개 먹기가 그리 쉽지 않을 것 같다. 

 

점심과 저녁 준비

보통 다이어트를 한다고 칼로리 적은 재료들을 고르다 보면 다른 식구들의 원성이 높게 마련이다.

허나 내가 채택한 방법은 음식 종류에 대해 크게 가리지 않으니 주부로서는 퍽 다행이다. 

가족들이 평소에 즐기는 음식을 하되 가능하면 조리방법이나 음식궁합을 염두에 두고 준비할 것이며

내가 알아서 적게 섭취하면 된다.

 

오늘 점심메뉴는 남편이 좋아하는 칼국수다.

감자 호박 표고버섯 양파 썰어넣고 모시조개로 국물을 내어 칼국수를 해야지.

세 젓가락 정도 먹으면 될 것 같다.   

저녁은 가족들이 주말마다 기다리는 삼겹살 파티가 될 듯하니(부자간의 고기사랑, 정말 못말린다)

나는 된장찌개를 끓여 건더기나 먹고 쌈은 딱 두 개만 집어야겠다.  

아침에 일단 생야채를 하나 먹어두지 않으면 식간에 세 개 먹기가 매우 빠듯하다. 

오늘은 아침 타임을 놓쳐 이제 겨우 하나 먹었으니 오후에는 오이 하나를

나머지 하나분은 저녁 먹으면서 상치를 왕창 먹는 것으로 벌충해야겠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