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3 : 수다만 떨어도 빠지나?
체중계량 : 누계 2.5kg(200g 또 감량)
믿어지지 않는다. 어제 한 일이라곤 일상적인 수영, 그리고 종일 떠든 것 밖에 없는데....
1차 수다
원래 계획은 12시 30분에 만나 2시, 길어봐야 세 시 정도에 헤어지는 것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저녁 7시가 훌쩍 넘었다. 장장 7시간 가까이 수다를 떤 거다. 우째 이런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멤버는 아주 오래 전부터 예정(?)되어왔던 팔찌의 제왕님, 쿨와이즈님, 어떤여자님..
제왕님의 포스를 어찌 혼자 감당할까 싶어 ^^ 이 기회에 다음칼럼 시절부터 이어져온 인연들을 좀 더 불러보고 싶었는데, 모두들 멀리 있거나 한참 일할 시간이거나 하여....
비슷한 또래들이라는 것과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것 빼놓고....공통점보다는 다른점이 훨씬 더 많은 네 사람이었지만 우리 사이엔 뭔가 강력한 磁場이 존재했다. 처음 만난 사이지만 이리저리 겉돌지도 않고 바로 서로에게 몰입할 수 있었던 건 우리가 블러그를 통해 소통한 시간이 결코 짧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잠깐 들러 제목만 읽고 가는 '다녀간 블로거' 정도가 아니라 서로에게 꽤 충실한 독자 아니었던가.
나와 다른 개성, 나와 다른 삶과 만난다는 것은 적지 않은 생각꺼리들을 던져준다.
그 생각들은 조만간 내 방식의 조리과정을 거쳐 근사한 요리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살 뺀다면서 왜 모든 게 요리로 표현되나 그래....)
생각보다 소탈하고 귀여웠던 팔찌님, 그 종횡무진하는 화제에 이끌려서 세상구경 한번 잘 했구만요. ^^
친정동생만큼이나 익숙한 어떤여자님, 오늘 장사 땡치게 해서 너무 미안...
눈빛이 형형하다는... 아줌마들의 속보이는 아부를 잘 참아준 쿨와이즈님, 청일점이라 좀 뻘쭘하셨나요?
솔직이 즐거우셨죠? ㅎㅎㅎ
2차 수다
집에 돌아오니 남편이 상담을 청한다. 왜 하필 오늘이냐고오~ 나 오늘 일곱시간 떠들었다고오~
남편과 '대화'를 하려면, 아니 들어주기만 하는 데도 만만찮은 체력이 필요하다.
게다가 어제의 주제는 입과 귀뿐 아니라 머리와 마음까지 써야 하는 심란한 얘기였다.
누가 그러더군. 아내들은 속이 답답할 때 자기 얘길 들어주기만 해도 좋겠는데
남편들은 그 얘기를 듣는 즉시 대책부터 생각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아예 듣기조차 거부한다고...
그러면서.... 들어주기만 하면 되는데 그게 뭐 그리 힘드냐고 한다.
허나 대책부터 생각하는 습관은 얕을 수 없는 사랑, 그리고 그로 인한 책임감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
7시간 수다보다 더 많은 칼로리 소모를 요구했던 네 시간의 대화....
그리고는 그의 고민이 내 고민이 되어 새벽 서너시까지 잠 못들고 뒤척뒤척....
그러다 남편이 출근하는 줄도 모르게 늦잠이 들어 아침 여덟시가 훨씬 지나서야 일어났다.
스.무.따도 못갔다. 아니, 정신없이 서두르면 갈 수도 있었지만 정신적 육체적으로 살짝 탈진 상태라
도무지 헐레벌떡할 기분이 아니었다(확실히 늙었나봐).
늦잠 잔 아침은 공연히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