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성 유람 9-- 마무리코스 두보초당(완결)
마지막날 아침이라고 모닝콜도 없고 자유활동 후11시 반에 로비에 집합하란다.
三好학생 일동은 오늘도 일곱 시 조식 후 여덟시에 마지막 활동을 위하여 호텔을 뛰쳐나간다. 누가 따르랴, 뻗치는 한국인의 기상을.... 우리와 보조를 맞추던 부지런한 대만 아저씨도 열한 시까지는 자겠다고 한다. 호텔이 인민공원 옆인 줄 알았으면 더 일찍 일어나는 건데...
뚜푸차오탕(杜甫草堂)을 찾는다. 詩聖 두보가 벼슬이 떨어졌던 5년간을 보냈던 초가집이다. 마음에 젖어드는 단아한 분위기... 여기서 지붕도 잇고 연못도 파고 채소도 심어먹으며 240편의 시를 썼다고 한다.
조각으로 묘사된 두보의 모습을 보면 매우 예민한 사람임을 느낄 수 있다. 신선이 되고 싶어 이백과 함께 단약(마약이 아니었을까) 제조에 골몰했다던 얘기를 떠올리며, 뼈가죽만 남고 수염이 바람에 휘날리는 광기어린 조각상을 새삼스레 뜯어본다.
무엇이든 과하면 독이다. 신이 인간에게 허락한 것 이상으로 즐기면 중독, 혹은 광기라는 이름의 처벌을 받게 된다. 독한 아름다움일랑 외면할지어다.
입장료가 30원이길래 한 시간 정도면 되지 않겠나 하고 들어갔으나 이곳 역시 기본 세 시간짜리다. 여기도 중국 관광지였음을 잠시 잊고 있었다.
한 군데 더 뛰려고 허둥지둥 돌고 나와 지도에 나온 대로 성 박물관을 찾아갔으나 뭔가 이상하다. 황당하게도 '경찰 활동성과 전람회' 현수막이 붙어 있다. 알고 보니 성 박물관은 시외곽으로 이동하여 현재 공사중. 남은 시간은 겨우 30분.
놀면 뭐하나, 길 건너 성도시 체육관을 향한다. 진짜 볼 거 없는 가난한 체육관이다. 열심히 지고 다니던 배나 두어 개 깎아먹고 '봄의 여행' 동지들과 합류하기 위해 발길을 돌린다.
오후는 유비와 제갈량을 모신 우호우쓰(武候寺)와 도교사원 칭양궁(靑羊宮) 관광이다.
무후사는 삼국지박물관이 재미있고 청양궁은 이어폰 끼고 한쪽 다리를 달달 떨며 표를 파는 청년도사들(상투 튼 장발에 수염 기르고 도포를 입은) 구경이 재미있다.
이곳 문 앞에는 무수한 관상쟁이들과 거지들이 자리 깔고 앉아 있다. 국경절 휴가중이라고 성도사람들도 몰려나와 인파 또 인파...
이제 성도를 뒤로 하고 비행장이 있는 면양으로 떠난다. 고속도로로 1시간 남짓한 거리다. 마지막까지도 무성의한 싸구려 사천요리에 대한 불만을 풀지 못하고 저녁식사.
공항 대합실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봄의 여행' 일행들은 부산스러운 화합의 장을 펼친다. 컴퓨터 고장으로 발권이 지연되어도 희희낙락, 서로 나서서 짐 부쳐주면서 솔선수범의 매너를 발휘한다. 이번에 함께 한 봄의 여행 친구들은 정말 유쾌한 친구들이다(얌체 커플팀 빼고).
올 때 세 시간 걸린 길을 초고속 비행으로 두 시간만에 주파한다. 새벽 2시에야 집에 도착하여 고된 몸을 뉘었으나 감은 눈 속으로 청산녹수 천길 낭떠러지가 달려든다. 꿈속에서 머나먼 사천성길 다시 떠나볼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