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중국

실크로드 기행 4 -- 사막을 가로질러 뚠황으로

張萬玉 2005. 1. 18. 09:39
 

중국에 와서 처음 타보는 롼워 시설에 감탄을 금치 못하였으나 대민활동은 그리 활발하게 벌일 수 없는 조건이라 약간 서운했다(문을 닫아버리니까). 대신 한국에서 공수해온 피카추 캐릭터 사제화투로 팔운동 하고 돈까지 벌어 회비에 헌금하는 보람을 맛보았다.

 

내릴 무렵 "지구의 파수꾼"이라는 민간단체 소속 자원봉사자들과 인사를 나누었는데, 점점 말라들어가는 중국 사막의 수원(水源)을 찾으려는 중국 학자(영어가 아주 유창한 할아버지)와 그를 도와서 함께 사막탐사에 나선 미국 할머니들이었다. 평균연령 65세 이상은 될 법한 노인들의 지구환경을 수호하고자 하는 그 기상이 독수리 5형제보다 더 드높고 순수하여 정말 부러웠다. 젊은 시절에 쌓아놓은 노하우를 노후에 인류복지를 위해 쓸 수 있다니 정말 축복 받은 삶 아닌가.

차창이 그대로 TV 화면이 되어 감동적인 파노라마 스크린을 연출한다는 사실도 이 구간 여행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기차가 류웬에 도착한 것은 새벽 6시 41분. 돈황으로 들어가는 손님 외에 거쳐가는 사람이 거의 없는 이 역은 이제 아예 뚠황역으로 개칭을 하고 우루무치 노선만을 전문적으로 운행하는 밤열차까지 갖추었다. 역 내에 저렴한 휴게실도 마련하여 밤에 도착하는 손님들에게 편의를 제공해준다.

물론 역앞에도 저렴한 숙소들이 많이 있다. 계획대로 표를 샀더라면 새벽 00 : 28분에 유원에 도착하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인솔자로서 좀 불안했는데 전혀 쓸데없는 걱정이었던 것이다.

 

잠시 요기를 하실 분을 위해 우리가 돌아오는 길에 거쳤던 회뀌따쥬디엔(回歸大酒店)을 추천한다. 베이징에서 금방 왔다는 주방장이 제공하는 요리들이 싸고 제법 먹을 만하다. 뚠황으로 가는 중빠는 역앞 광장에서 기다리고 있다(터미널은 약간 걸어나가야 한다). 

긴 밤 실컷 자고 새아침을 맞았건만 왜 이렇게 눈꺼풀이 천근 만근이란 말이냐. 사막을 봐야 하는데... 사막을... 비몽사몽간 중얼거리다 침을 흘리며 깊은 잠에 빠져든다.

 

우리가 숙소로 정한 곳은 배낭여행자들에게 잘 알려진 페이티엔삔관(飛天賓館)에 짐을 풀고 호텔에서 제공하는 투어를 예약한 뒤 이 동네에서 제일 고급식당이라고 추천해주는 데서 점심을 먹었다. 다른 메뉴는 비슷한데 손으로 뽑은 국수(拉面) 위에 여러 가지 볶은 채소와 고기를 넣고 비벼먹는 빤미엔(拌面)이 특이했다. 쫄깃쫄깃한 게 역시 란쩌우라면의 명성에 값하는 맛이다.

 

돈황에서의 첫 관광지는 뚠황꾸청(敦煌古城) -- 그런데 정말 고성이 아니라 이제는 흔적만 남아 있는 원래의 고성을 1/3로 축소하여 새로 지은 무늬만 고성이다. 

중일합작 대형역사물 <돈황>을 찍기 위한 세트장으로 지어졌는데 이후 여기서 한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신용문객잔>, <봉신방> 등의 영화들도 찍었다고 한다. 어쨌든 중국의 다른 지역 고성들과는 다른 독특한 면모라서 그런 대로 볼 만했다. 

 

 

끝없는 사막과 눈이 시도록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뻗어나간 성벽도 인상적이고, 진흙으로 지어진 평평한 집들이나 간간이 눈에 띄는 돔식 지붕이 중동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정말 맘에 든 것은 불볕더위에 헉헉거리다가 집 안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꼭 냉장고 속에 들어간 것처럼 서늘하게 식혀주는 황토방. 노후에 대비해서 어디 토담집이나 한 채 지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