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중국

실크로드 기행 9 - 천지의 유목민 체험

張萬玉 2005. 1. 24. 09:03
베이징 시각 9시면 신강 시각으로 7시, 이른 아침이다. 

 

오늘도 위구르족의 훌륭한 음식 낭(밀 향기가 그대로 살아 있는 화덕에 구운 빵. 두 사람이 먹어도 남을 만큼 큰데, 참깨를 뿌린 것, 마늘가루를 뿌린 것, 달콤한 것, 고소한 것, 페이스트리 등 맛도 다양하다. 음식을 가리는 사람들에게 이 둥근 빵은 정말 고마운 일용할 양식이 된다)과 과일(잘 익은 하미과가 1근 아닌 1개에 2원이다. 농부들은 뭘 먹고 살라고... 참고로, 우루무치에서의 1근은 500g이 아니라 1kg)로 아침을 먹고 전세 낸 중빠에 올라 타 티엔츠(天池)로 향한다. 새로 유학생 두 명(일명 이문세와 배용준)이 일행에 합류했다. 

 

원래는 남산목장에 들렀다가 오후에 천지에 가기로 했지만 방향이 완전히 반대인 데다 풍경이나 놀 거리가 비슷하니 차라리 우루무치 제1의 명소 천지에서 확실히 놀자고 하여 오늘의 일정은 훨씬 여유가 있다.

우루무치 시내를 벗어나자 샛노란 해바라기밭이 우리를 반긴다(중국에서 해바라기밭은 채소밭 대접을 받지 않을까 생각하니 무성한 해바라기가 왠지 채소 같다). 

 

북쪽으로 1시간 가량 달리던 버스가 산길로 접어들더니 대관령보다 더 무시무시한 계곡을 돌며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사방은 침엽수로 덮인 가파른 봉우리이고 멀리 만년설을 뒤집어 쓴 보고타 봉이 손짓을 한다. 

산자락 아래 매표소를 지나 3/4 높이까지 올라온 지점에서 일반 관광버스는 멈추고 자가용들은 유람선 선착장을 약간 지난 지점까지 들어가는데 왼편에서 진한 녹색의 호수가 시선을 잡아끈다. 저것이 바로 하늘의 연못 천지!

백두산 천지를 아직 보지 않은 필자에게 해발 2000미터 산중에 시퍼렇게 고인 물은 마치 비현실적인 세계처럼 느껴졌다.

 

여기부터 스위스 호수변의 그림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금방이라도 쏟아져내릴 듯 파란 하늘에 엷은 새털구름, 산비탈에 펼쳐진 색색의 파오와 진초록빛 호수... 

여기저기서 옷자락을 잡는 파오 주인들을 뿌리치고 산자락 아래로 닦아 놓은 길을 따라 20여분을 걸어들어가니 멀리 RASHIT'S YURK라는 헝겊간판을 단 파오가 눈에 들어온다.

 

 

주인은 잠시 집을 비우고, 우리가 묵을 파오에는 엊저녁까지 묵었던 영국남자 하나가 떠날 짐을 꾸리고 있다. 전직 고등학교 수학선생이었다는데 1년 가까이 중앙아시아 일대의 고산지대를 헤매고 있는 중이란다. 덩치도 작고 내성적으로 보이는데 일단 대화를 시작하니 꼬박꼬박 적어둔 여행일지까지 보여주며 무용담을 줄줄 늘어놓는다. 

중국말도 못 하는데 어떻게 중국에서 밥을 먹고 다니느냐고 물어보니 그냥 " I'm hungry" 라고 하고 주는 대로 먹는다나. 우리는 거의 먹지 못한 양고기 수제비도 두 그릇씩 거뜬히 비우는 걸 보니 정말 그러고도 남겠다. 

 

무쇠난로를 중심으로 카페트를 넉넉히 깔아놓은 파오는 20명도 잘 수 있을 정도로 넓다. 물을 쓰려면 소똥과 말똥이 널린 천지로 내려가야 하고 볼일을 보려면 야음을 틈타야 하는 불편이 있지만 하루 동안의 문화체험인데 어찌 즐겁지 않을 수 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