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그 아이러니 5 - 블러그 살리기(완결)
4. 통 VS 불통
자신의 흥미분야를 다루는 블러그를 즐겨찾는 것은 누구나 그러한 것이니 논외로 치고... (내 경우는 주로 여행과 해외생활이다) 그 외로 내가 즐겨찾는 블러그는 두 가지 유형.
하나는 자신의 생활을 소재로 삼는 블러그이다. 꼭 소재가 전면에 드러나있지 않더라도 진솔한 생활정서가 그대로 살아있는 글은 필자의 마음결을 함께 느끼게 해준다. 그 느낌이 다른 어떤 즐거움보다 더 내 마음을 깊이 움직인다. 쉽사리도 얘기하는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것이 어쩌면 그렇게도 많은 갈등과 용기와 인내를 요구하는 건지... 또 그 대가로 돌아오는 행복과 깨달음과 휴식은 얼마나 값진 것인지...
다른 하나는 타인을 향해 생각의 여백을 열어둔 블러그다. (정작 본인의 의도는 어떤지 모르지만) 자신의 견해를 처음부터 끝까지 피력하는 게 아니라 한정된 소재를 사용하여 화두를 던져두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 위트가 반짝이면 금상첨화다. 이런 블로그에는 손님도 많으며 꼬리말도 상당히 다양하다. 인간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고양시킬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쥔장의 인간성에 끌려 나도 모르게 그 화두를 붙잡고 사색(ㅎㅎ)에 빠져들어가보는 것이다.
불륜의 냄새를 풍긴다는 구설수에도 올랐던 ‘통’한다는 느낌은 바로 이런 것이리라.
내 블러그를 찾아온 사람들은 어떤 느낌을 받을까? 과연 ‘통’하고 가는지?
조회수도 많지 않지만 조회수에 비하면 꼬리말이 적은 편이다.
물론 화제나 글솜씨도 그닥 흥미로울 게 없겠으나, 그보다도 내 글이 지나치게 ‘완고한’ 느낌을 주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긴 나도 너무 완결적인 글에는 뭐라 덧붙일 말을 찾지 못하고 끄덕끄덕 돌아나오곤 하지.
(하긴 마실 많이 안 다니고 꼬리말 부조를 별로 안 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 )
不通보다는 通이 좋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通을 추구하는 것도 그리 좋지는 않더라..
듣기로 칼럼지기가 만 명을 넘는다고 했다.
내 발길이 닿는 곳은, 들렀던 기억조차도 안 남아 있는 곳까지 다 포함한다고 해도 불과 300개를 넘지 못할 것이며 익숙한 블러그만 따진다 해도 몇십 개를 넘지 못할 것이다.
그중 하루에 열 군데 돌아보기도 쉽지 않은데 거의 매일 한 편씩 올라오니 묵은 글은커녕 새로 올린 글 제목만 읽는 것도 사실 벅찬
일이다. 그러니 통과 불통 사이에서도 시소를 적절히 잘 타야 한다.
생각해보면 이 수많은 블러그의 숲을 헤치고 찾아와주고 꼬리까지 달아주는 사람들과는 인연도 보통 인연이 아닌 셈... 이 인연에 감격하여 가끔 블러그 친구들을 하나씩 떠올려보기도 한다. (비록 글로 그려진 이미지이긴 하지만...^^)
블러그 살리기
당초 왜 나는 칼럼 타이틀을 보물찾기로 했던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둔해져가는 감정이, 감각이 아쉬웠던 거다. 근본적인 것을 추구하던 날선 사고방식도 점점 감당하기 힘겨워진다는 느낌에 초조하기도 하고.... 일기를 쓰면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마땅히 나의 요구에 충실했어야 한다. 누가 와서 보든 말든 꼬리말 달든 안 달든, 오해를 하든 말든 처음의 그 대범한 마음을 초지일관 잃지 말았어야 한다.
그러나 요즘 들어 그 단순무식대범한 마음이 평형을 잃은 것 같다. 그래서인지 블러그에 대한 감정도 꽤나 변덕스럽다.
열심히 뭔가 쓰다가 ‘트루먼 쇼' 하냐? 싶은 쌩뚱맞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글빨 선다고 폐인 몰골로 반나절을 들여 정성을 들이다가도, ‘탈퇴 버튼 하나 누르면 그대로 허공으로 사라지는 장난 같은 농사에 왜 이리 몰두하나...’ 싶은 생각도 하고...
어떤날은 맘에 드는 블러그를 발견하고 좋아라 하며 ‘자주 들를께요...’ 남겨놓고도 인터넷에 빠져 허우적대는 나를 느끼는 순간 블러그를 폭파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어쩌면 이 얄궂은 감정들은.... 왔다리갔다리하고 있는 내 상태에 대한 불만일 것이다.
힘껏 달리지도 못하고 퍼질러앉아 놀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나이에 멈춰서버린 나 자신이 불안하고 불만스러운 것이리라. 당초 마음처럼 내 집 열심히 안 짓고 블러그 바다에 휩쓸려 둥둥 떠다니는 백수다운 내 모습도 지겨운 것이리라.
잘 달리고 있을 때는 남의 것들을 돌아보아도 여유있게 즐길 수 있지만 향방이 어지러울 때는 초목산천을 보아도 즐기지 못하고 다만 초조함에 쫓길 뿐이다. 웬 애꿎은 블러그 탓??
다시 시작한다.
일상에 묻혀 있는 보물을 찾는 삽질에 한 삽 한 삽 정성을 다 해보자.
일상에 묻혀 있는 보물을 찾으려면 우선 나의 일상을 정리해야겠지.
시간에 쫓기며 직장생활 할 때보다 더 시간부족을 느껴야 하는 산만한 헛동작들 산뜻하게 간추려내고, 몸과 마음에 영양을 주는 활동들로 생활의 골간을 세워야겠다.
그것을 지지해주는 기특한 장치로 블로그를 사용하는 거야. 손 꼭 붙들고 같이 가는거지.
이제 이 페이스를 놓치지 않겠다.
식상해보이는 결론을 꺼내놓지만 그래도 개운하다.
고해성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