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학생 復學記
참 오랜만에 '오늘의 보물...' 코너에 글을 써본다.
뭔가 새로운 출발을 선언하고 싶음인가?
오늘 상해사범대학 어학연수과정에 등록을 마쳤다.
97년 하반기에 6개월, 99년 상반기에 6개월...
그 사이에 회사에서 중국직원들과 함께 일도 하고 수평고사도 두 번 쳐서 差一點 8급 땄다(7급이라고 얘기하면 될 것을 나는 아쉬워서 꼭 이렇게 얘기한다. ^^)
어학연수는 대개 공부든 일이든... 다른 일을 하기 위한(중국에서 살아내기 위한 것까지 포함하여) 수단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급 정도 하고 나면 그 정도로 마치고 거기서 방향을 틀기 마련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이미 중급을 마쳤다. 중국사람들하고 부대끼고 사는 데 말이 모자라서 불편한 건 없다.
좀 습관이 안 되서 느리기는 하지만 꼭 필요하면 신문도 방송도 보고듣는다.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으니 더 높은 수평고시 급수를 따서 그걸 이용하여 새로운 길을 찾을 게재도 아니다. 게다가 눈마저 침침해서 안경을 벗어야 글씨가 보이는 지경이 되었다.
그런데 왜?
왜 나는 늙은학생(老학생 : 고맙게도 학교에서는 신입생 아닌 기존에 다니던 학생을 지칭한다. ^)이 되었나? 에휴~ 나도 모르겠다.
놀고싶어서 회사를 그만두고 나니 내심 놀기가 불안해졌나보다.
세월의 흐름을 타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잘못하면 달력 넘어가는 데 맞춰 딸꾹딸꾹(팔찌님 표현) 나이만 먹을 것 같아 초조했나보다.. 아무튼 내겐 이 길이 피할 수 없는 실존적(!) 선택으로 느껴졌던 거다.(그렇다고 석박사 정도의 긴 호흡의 공부는 엄두도 안 나고 이유도 엄꼬... 그리하야 남들이 의아해할 수도 있는 老학생이 되어따.)
분반을 하는데 쉬엄쉬엄코스와 머리털 빠지는 코스 중에서 선택을 해야 했다.
심정적으로는 쉬엄쉬엄코스를 택하고 싶었지만,
한편으로 '내 생애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기를 쓰고 공부해볼 기회'를 저버릴 수 없다는 일종의 '오기'에 손을 들어주고 말았다. 간뗑이도 크다!!
아, 이제 작문의 압박 속으로 머리를 들이밀어야 한다. 이런 걸 사서 고생이라고 하나?
난 죽었다!
이제 블러그에도 안 올꺼다.... (ㅎㅎ 넝담)
그래도 학교에 오니 참 좋다. 세상이 다 내꺼같다. (이런 철딱서니...)
8년만인데도 나를 기억하는 교수님들, 행정처 직원들... (ㅎㅎ 감동먹었다.)
그리고 우리 아들뻘 되는 통쉐들의 싱그러운 웃음소리에 덩달아 들뜬 기분을 실어본다.
오늘따라 유난히 캠퍼스에 떨어지는 햇빛이 찬란하다.
늙은학생의 캠퍼스일기... 재미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