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중남미

니카라구아 마나구아에서

張萬玉 2008. 3. 13. 12:12

여기는 중앙아메리카에서도 중앙부에 있는 니카라구아의 수도 마나구아입니다.

지난 한 달간 가난맞은 호스텔을 전전했지만 오늘 내 신세는 대저택에 사는 귀부인 못지 않습니다. ^^  
비록 몸은 상처투성이지만요.
지난 일요일, 과테말라에서 홈스테이 하던 집에서 나와 이틀간 더 머물 방을 구하려는데 빈방이 없어

발품을 팔다 겨우 하나 찾아 들어갔는데 글쎄 거기가 빈댄지 벼룩인지... 아무튼 물것들의 소굴이었단 걸 어케 알았겠습니까. 며칠간 남모르게 긁적긁적 고생깨나 했죠. 오늘 친구집에 오자마자 샤워하며 보니 세상에...온몸에 성한 데가 없어요.

배낭 뒤집어 옷 몽땅 빨고 긁어서 생긴 상처에 약 바르고 나니 좀 살 것 같습니다.

혹시 인간은 샤워하는 맛에 사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까지 들더군요.

오늘이 수요일이지요?(아니, 한국은 목요일인가?) 
아무튼 이 동네 시각으로 화요일 아침 여섯시에 정든 산페드로 아띠뜰란을 떠나

치킨버스 타고 네 시간을 달려 과테말라시티에 도착했습니다.

하루에 최소 8명이 총에 맞아 죽는다는 과테말라시티에서 무사히 빠져나가는 것...
중남미를 종단하는 TICA BUS에 무사히 올라앉아 정보가 별로 없는 산살바도르에서 숙소 찾아 이 한몸 누이는 것,...새벽 다섯시 차 놓치지 않고 올라타서 마나구아에 도착하여 친구를 만나는 것...
여기까지가 이번 여행에서 무사히 통과해야 하는 첫번째 관문이었거든요.


헌데 과테말라에 도착하자마자 또 누굴 만났겠습니까. 플로레스에서 안티구아까지 동행했던 거구의 캐나다 청년이 날 보고 싱글벙글 하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니카라과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자주 과테말라를 드나들기 때문에 중미 정보에 빠삭한 상냥한 미국처녀 로렌까지 합세해서... 무사히 과테말라 출국, 엘살바도르 입국, 산살바도르 터미널 근처 싸고 깨끗한 여인숙에서 자고

새벽 다섯시에 떠나는 니카라과행 버스에 무사히 올라타 졸다 자다 먹다 사진찍다 놀다 

그 와중에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니카라구아 삼개국 국경을 들어갔다나왔다 하면서...

무사히 마나구아에 도착했습죠.

황송하옵게도 차를 몰고 데리러 나온 친구 집에서 김치, 깻잎, 열무김치, 김, 물김치와 쌀밥으로 배가 터지기 직전까지 포식... 우아~ 정말 나는 인복이 많은가봐요.

안 그래도 된다는데 내일은 이 친구가 기사와 차를 내어주고 딸네미까지 가이드로 붙여준다네요. 못이기는 척하고 하루 실컷 놀고....

 

마음같아서는 며칠 더 쉬어가고 싶지만 모레는 파나마시티를 향한 이틀간의 버스여정을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멕시코와 과테말라에서 어언 한 달이란 기간을 다 써버렸어요. ㅜ.ㅜ

파나마 국경을 넘어 콜롬비아로 들어가는 게 이번 여행의 두번째 관문인데...

잘 통과할 수 있도록 빌어주세요. 

 

연 이틀간 새벽부터 밤까지 계속 버스에서 흔들려 그런지, 지금 여기 시간으로 겨우 여덟시 사십분인데 눈이 저절로 감기고 정신이 오락가락이네요. 일단 이렇게 안부 전하고... 다시 짬날 때 소식 전할께요.

모두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