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쿠스코
안녕들 하셨어요+
저는 기나긴 부활절 휴가 때문에 고생 좀 했습니다.
파나마시티까지 가는 표를 구할 수가 없었지만 잘못하다간 일주일 이상 발이 묶이겠다 싶어
무작정 마나구아를 떠났죠. 떠날 때는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했는데 정말 표가 없더군요.
할 수 없이 코스타리카 산호세에서 하룻밤 묵고 결국 국경까지 가는 표를 구해 국경에서 갈아타고...
자정에 도착해서 새벽에 표 구하러 다니느라고 고생은 좀 했지만 그래도 큰 사고 없이 파나마시티에 도착했죠. 파나마 국경을 넘어 콜롬비아로 가려는 일념으로요. 헌데 파나마시티에서 푸에르토 올발디아 가는 비행기표(그곳은 이상하게도 버스편은 없고 국내선 비행기뿐이랍니다)가 24일에나 있다는 것입니다. 갈길이 먼데 파나마시티에서 일주일씩이나 죽칠 수는 없지요. 아마도 그 루트는 저와 인연이 안 닿는가봅니다. 할수없이 미련을 접고 원래 계획으로 돌아가 리마쪽으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368불짜리 제한적인 티켓을 구했거든요.
우여곡절 끝에 18일 비행기로 리마에 들어와 우선 쿠스코 오는 비행기표를 사두었고
그 스케줄에 맞춰 나흘간 리마와 리마 인근에서 놀았고
오늘 새벽 다섯시반에 아에로 콘도르를 타고 쿠스코로 날아왔습니다.
어제는 바다사자와 펭귄과 새똥 생산지로 유명한 바제스타섬을 향해 새벽 세 시에 출발했는데
오늘도 공항을 향해 새벽 두 시 반에 출발했습니다.
덕분에 오늘 하루를 벌긴했는데 모두들 오늘 하루는 돌아다니지 말고 뒷날을 위해 뒹굴뒹굴하라네요.
쿠스코.... 이 멋진 도시를 만나려고 그렇게 오래 달려왔나봅니다.
그동안 여행길에서 스페인 식민통치 시절에 형성된 '콜로니얼' 도시를 여럿 거쳐왔지만 쿠스코야말로 그 중 백미라 할 수 있습니다. 여느 도시들처럼 색칠도 안했지만 가장 우아합니다. 여느 도시들은 마치 영화 세트장에 들어온 기분이지만 쿠스코는 정말 역사 속으로 들어와 있는 것 같습니다.
하늘은 찢어질 듯 파랗고 기온은 서늘합니다. 구걸하는 아이들이나 소매치기나 삐끼에게 시달릴 각오를 하고 왔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노우, 그라시아스' 하며면 신사답게 물러나줍니다. 마을 사람들도 친절하고 리마에 비하면 훨씬 소박합니다. 물가도 아주 착합니다. 숙소도 더운물 잘 나오고 부엌도 쓸 수 있고 깨끗한 숙소를 찾았는데 침대 하나당 5불입니다. 게다가 고도에 적응하느라고 아주 천천히 마을을 산책하다가 한글타자가 되는 피씨방을 발견했으니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있을까요+
오늘과 내일은 부활절 축제로 온 마을이 시끌벅적할 테니 마을구경 하면서 고도에 적응한 뒤에 모레인 월요일에 마추픽추에 갔다가 화요일에 돌아올 것이고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sacred valley 투어에 다녀올 예정이고... 금요일이나 토요일쯤 아레끼빠로 이동할 계획입니다.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기차역부터 달려간 덕분에 하늘의 별따기라는 마추픽추행 기차표도 구해뒀고
오늘은 그만 숙소로 돌아가 쉬어야겠습니다. 고도 때문인지 이틀간 잠을 설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살짝 어지럽네요. 쿠스코를 떠나기 전에 다시 소식을 전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