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나들이 4--국경을 넘는 사람들
아침 7시. 다국적 민간인 10명을 태운 승합차, 캄보디아 국경을 향해 출발.
4시간 후 국경에 도착하면 캄보디아쪽 가이드가 나와 우리를 데려갈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좀 이상타. 우리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는 2000밧 씩을 걷더란 말씀… 아하, 한국인이 하는 여행사라 한국 사람은 옵션이나 팁 뭐 그런 걸 빼주나보다… (착각은 자유다.)
미녀삼총사와 에디 머피가 나오는 Nutty 두 편의 비디오가 끝나자 캄보디아 국경이란다.
국경을 넘는다?
걸어서 국경 넘는 것은 난생 처음이라선지 감개무량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어째 엄마와 떨어지는 아이가 된 불안한 기분이다(태국이 엄마라꼬?).
출경수속을 기다리는 동안 웬지 떨칠 수 없는 약간의 긴장감도 완화할 겸, 내 여행의 큰 樂인 '낯선 이와 수다떨며 견문넓히기'도 할 겸 제일 만만해보이는 서양인에게 추파를 던졌다.
이 사람은 기사 옆에 앉아 태국말을 엔간히 구사하던 50초반의 히피 스타일.
흠, 역쉬… 하와이 출신이고 태국 체류 9개월째…
동남아시아 문화에 푹 빠진 방랑자다. 말 안 시켜줬으면 섭섭할 뻔했다. 입을 열기 시작하니 자신의 여행이력과 무용담을 청산유수로 늘어놓는다.
쉴새없이 윙크와 조크를 섞어가면서… 이 사람은 1밧, 5밧짜리 동전을 호주머니 가득 미리 준비해와서 구걸하는 꼬마들이 몰려들 때 요긴하게
사용한다.
국경지역에는 태국쪽 캄보디아쪽 할 것 없이 구걸하는 아이들이 많다(어떤 아이는 영어를 잘못배웠는지 손을 벌리며
“Go away, Go away!” 외치기도…) 조금 주고 싶어도 한 아이를 주면 벌떼같이 달려들기 때문에 입다물고 땅만 쳐다볼 수밖에…. 참
못할 짓이다.
입국수속이 끝나니 새로운 가이드가 우리를 큰 건물로 데려간다. 이런 황당! 사회주의 캄보디아에 입국하자마자 카지노가 기다리고 있다니…. 카지노 안에는 태국사람과 중국사람이 가득이고 무대에서는 캄보디아 여가수가 등려군 노래를!!
바카라와 블랙잭, 빠찡꼬 기계 사이를 이리저리 지나 부페식당으로 들어가니 가이드가 점심 먹고 자기 다시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란다. 식당을 가득 메운 이 사람들이 다 앙코르왓을 다녀왔거나 갈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니 괜히 친근한 마음이 된다. 한국에서 왔다 가는 팀들도 꽤 눈에 띈다. 화장실에서 만난 아가씨에게 물어보니 친구들까지 합세하여 합창을 한다. '환상이에요!' 아~ 정말 기대되는군..
점심을 맛있게 먹고 난생 처음 보는 카지노 구경을 하며 2시간 가까이 기다려도 가이드는 감감무소식… 사람들은 계속 빠져나가고 있는데….
둘레둘레 살피다 함께 타고 온 서양애들이 구석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길래 얼른 끼어들었다.
“우리는 B급 패키지를 선택했는데 A급과는 호텔이 다르다더라, 당신들은 오늘 어디서 묵느냐…” 아, 그랬더니 이 사람들은 한 시간 뒤에 방콕으로 돌아간다네. 엑? 그럴 걸 캄보디아에 왜 왔느냐고 물으니 태국 체류비자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온 것이란다. 아하 글쿤요… 그래서 이 사람들은 우리 비용의 절반만을 지불했던 것이다.
불안한 마음에 로비로 나가니 한국 청소년 두 명이 앉아 있다. 부모님은 태국에 온지 6년째고 자기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2년 전에 왔다고 한다. 아이들도 비자 때문에 국경을 넘은 것이라고... 알고 보니 카지노 식당에 있던 절반 이상이 비자연장차 출국한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태국은 입국할 때 그 자리에서 3개월 체류할 수 있는 비자의 도장을 찍어주기 때문에 일단 출국 한 뒤 입국만 하면 OK. 그래서 태국에는 장기체류 여행자들이 많은 것이군. 사업자등록증 없이 사업하는 사람들도 상당수라는 얘기고… ㅎㅎㅎ 낯선 동네에 들어선 기분이다.
1시 반쯤 얼굴이 통통하고 새까만 30대 중반의 캄보디아인이 우리를 데리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