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나들이 9--웃고 즐길수만은 없었던 칼립소 쇼
배가 고프니 생각나는 건 역시 뜨끈한 밥에 된장찌게라 스쿰빗플라자로 갔다가, 식당 옆 여행사 쇼윈도에 칼립소 쇼 광고가 붙어 있는 걸 발견했다. 마지막 남은 방콕에서의 아홉시간... 슬슬 돌아다니다 저걸로 마지막 껀수를 올려볼까나...
태국 가면 당연코스로 들어가는 게이 쇼지만 원래는 볼 생각이 없었다(쌩쑈라면 혹시 몰라도 ^^). 하지만 짬짬이관광이나마 사흘 정도 하다 보니 가이드북에 나온 곳은 대강 훑어버려서 이젠 쇼핑 아니면 마사지밖에 할 일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매연과 먼지로 뒤덮인 방콕 시내의 오아시스 룸피니 공원에 들렀다가 World Trade Center(무역센터인 줄 알았더니 대형 기념품 상점이었음)를 거쳐, 서울의 압구정동이요 상해의 화이하이루인 시암 스퀘어에서 저녁을 먹고 쇼가 열리는 아시아나 호텔로 가니 호텔 로비는 단체관광객으로 발디딜 틈이 없다.
도착하니 그때부터 호기심이 발동하기 시작한다. 도대체 뭔데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몰리는 거야? 안내하는 아가씨부터 유심히 살펴본다. 그러니라 하고 봐서 그런지 모두 남자 같다. 알게 뭐람...
300석 정도의 극장은 붉은 조명을
밝히고 붉은 천을 씌운 작은 테이블을 객석 곳곳에 차려놓아 자못 선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칵테일 등 음료도 한 잔씩 제공되고.... 드디어
불이 꺼진다. "Ladies & Gentlemen, It's Show Time!"
일단 맛뵈기로 어둠을 뚫고 여릿여릿한 미모의 여성이 등장한다.
꼭 붙는 연분홍 실크드레스를 떨쳐입은 이 아가씨, 슬픈 미성으로 한곡 뽑는다(물론 립싱크다). 아무리 눈을 비비고 봐도 남자였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다. 손도 자그마하고 얼굴형도 완벽한 계란형에 목선도 얼마나 예쁜지... 하리수를 실제로 본적은 없지만 하리수보다 더 화려한 카리스마로 좌중을 압도한다.
이어지는 캬바레식 쇼... 화려한 조명, 음악, 의상.. 상당히 고급스럽게 연출된 쇼다. 타조털을 꽁무니에 붙인 아가씨들, 웨딩드레스를 떨쳐입은 아가씨, 마릴린 몬로도 나오고 신디 로퍼도 나온다. 부채춤을 추며 요염하게 아리랑을 부르기도 하고 화복을 입고 나와 엥카를 간드러지게 부르며 과장된 애교로 사람들을 웃기기도 한다. 특히 시선을 끄는 건 아찔한 란제리 차림의 아가씨들... 다리도 힙도 얼마나 예쁜지 입을 다물지 못한다.
친구 말로는 이 쇼단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성전환수술을 못 받게 되어 있다던데... 호르몬 주사로만 남자들이 저렇게 된다구? 그렇다면 아직 남자란 말인데....
쇼 막바지에 진실이 밝혀졌다. 남성형 헤어스타일을 하여 도저히 여자로 안 보이는 한 팀이 비키니를 입고 나왔는데 오, 충격! 이런 것을 엽기라고 해야 하나... 가슴도 풍성하고 다리 사이도 풍성하다. 도대체 저 사람들을 무어라 불러야 할지...
성적 소수자들을 박해하지 말라는 운동도 있지만, 그렇다고 저런 식으로 자신의 성적 identity를 표출한다는 건 구걸하기 위해 팔다리를 일부러 자르는 중국의 일부 걸인들(그런 說이 있다)이나 다름없이 보인다. (나를 포함하여) 그런 걸 구경이라고 좋아라 하는 사람들의 악취미는 또 무엇이며...
나는 그대들이 딱한데... 그대들은 행복한가?
쇼를 마치고 개별적인 기념촬영 시간을 주는데 마침 배터리도 떨어지고 기분도 좋지 않아 지나쳐서 나오는데 자세히 보니 화장으로 떡칠을 하긴 했지만 예쁘긴 예쁜 남자들이다.
태국에는 유난히 게이가 많아(왜 그럴까?) 거리나 상점에서도 자주 마주친다고 한다.
내 친구 단골 옷가게 점원 하나도 게이인데 언니라고 불러주면 좋아서 물건값도 잘 깎아주고, 이 친구가 근무하는 보석점에 투어손님을 끌고 오는 가이드 녀석 하나도 어제까지 남자였는데 어느날 아침 여자가 되어 여자 화장실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이 사태를 도대체 어떻게 보아야 하는 건지.... 혼란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