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갈대는 괴롭다...
작년 말부터 내 신상에 참으로 믿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나의 선생님인 '지식in'이 말하기를
이러한 일들이 모두 호르몬 부족으로 인한 소위 '갱년기 증상'이란다.
자식 농사를 남들보다 일찍 지어서 갱년기도 남들보다 일찍 온 것일까?
흔히들 49고개를 넘을 때가 그렇게 힘들다고 하지.... 난 아직 아닌데...
어쨌든 힘들긴 힘들다. 나같이 건강하고 철때기 없는 인간이 힘들다고 할 줄은 몰랐다.
아이 낳을 때 외에는 병원출입을 해본 기억이 거의 없는 튼튼한 신체...
선친께서 물려주신 낙천적인 성격과 막내 특유의 자족할 줄 아는 탁월한 적응력 덕분에
실제적인 조건과는 상관없이...... 좌절이라는 게 뭔지 비교적 모르고 살아온 나인데
(객관적으로 살펴보자면 비바람 속을 헤쳐가며 살아왔음이 확실하지만...)
이제껏 살아온 노하우를 가지고 인생의 그 어느 때보다도 느긋하고 행복하게 살아야 할 이 때에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인생의 쓴맛을 예감하며 진저리를 치고 있다.
(객관적으로 살펴보자면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안락한 때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따라서 인간의 幸不幸은 전적으로 마음에 달려 있으며
인간의 마음은 또한 신체에 의해 크게 좌우되기에
삼단논법에 의하여 결론을 내리자면 인간의 행복의 기초는 신체의 건강이라 아니할 수 없겠다.
(무쇠처럼 젊었던 시절엔 이런 얘기의 진부함을 이기지 못해 몰래 하품을 깨물곤 했다지, 아마...)
최근 나를 힘들게 하는 하는 놈들 중 하나는 불면증과 잡념이다.
이 잡념이란 놈은 도대체 끊일 줄을 모른다.
빡세게 일을 해도 공부를 해도 친구들과 어울려다녀도
이넘은 귀신처럼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는다.
(사실 공부를 다시 시작한 것도 이 이유가 컸다)
사실 잡념은 엉클어진 보물상자 같은 것이라서
잘 고르고 다듬어놓으면 훌륭한 작품이 하나씩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자야 하는 시간에 꼬리를 물고 계속되는 잡념은 정말 사절이다.
어둠으로 둘러싸인 적막 속으로 찾아드는 이 손님은 비현실적이거나 과장된 모습이기 마련이다.
학교 다니면서 많이 나아진 편이지만 계속되는 가수면상태는 나를 몹시 불안하게 한다.
힘들어하는 나를 위로한답시고 남편이 던지는 한마디....
인간은 원래 생각하는 갈대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