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중남미

Mexico8 - San Cristobal de Las Casas2

張萬玉 2008. 5. 22. 07:46

지금도 전통방식의 삶을 고집하고 있는 인디헤나가 대다수라는 치아파스州에 왔지만 개별적으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기는 쉽지 않다. 일단 대중교통편도 없으니 택시를 전세내야 하는 건 그렇다 쳐도 식민지 정부와 연방정부의 가혹한 차별정책을 겪으며 형성된 배타적인 분위기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호스텔에서 제공하고 있는 투어를 이용하여 차물라 마을을 방문했다. (얼마 줬더라? 기록에 없네... 가격은 어느 여행사나 크게 차이가 없다) 크리스틴과 로니도 동행했는데 전체 투어 인원은 10명. 스페인어 사용자와 영어 사용자가 딱 절반씩이라 가이드는 두 번씩 설명을 하느라고 고달프고 듣는 사람들도 두 번씩 들어야 하니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래도 설명이 많이 필요한 유적이 아니라 다행이다. ^^ 

 

한국의 산야와 비슷한 길을 한 시간 정도 달려 도착한 차물라 마을.

마침 '가는날이 장날'이어서 성당 앞에 큰 시장이 섰다.

 

단체에서 이탈하여 성당 뒤 언덕길로 올라가보고 싶었다.  

 

시장 구경이나 해야지 뭐.  

 

닭 찍는 척하면서 사람도 슬쩍 끼워 찰칵..  

 

인디헤나들은 사진 찍히는 거 싫어하니(영혼이 빠져나간다고 믿는단다) 사람 사진 찍을 때는 꼭 허락을 받도록 하고 풍경 사진 찍을 때도 오해를 사면 카메라를 뺏길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가이드가 하도 단속을 하길래 '심하게 겁 주는군' 했는데... 

막상 현지에 가보니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카메라를 꺼내들면 째려보든지 자리를 피한다. 

 

애들 찍기는 그래도 만만하다.

 

가이드를 따라 성당 안으로 들어가봤다.

강한 향내와 연기, 웅얼웅얼 주문을 외는 듯한 소리가 성당 안을 가득 메우고 있다.

기도드리는 것일 뿐이다....라고 속으로 타일러보지만 섬�한 기분을 어쩔 수가 없다. 잠시 숨을 고르며 어둠이 눈에 익을 때까지 기다려 성당 안을 조심조심 둘러본다.

알록달록한 천을 둘러쓰고 있는 예수상, 과일로 만든 묵주를 걸고 있는 마리아상.... 싸구려 장식품과 꽃무더기에 둘러싸이인 그들이 내 눈에는 꼭 무당 같다. 그 앞에 바쳐진 제물들은 코카콜라, 사탕, 과자... (가끔은 방금 도살한 신선한 닭이 바쳐지기도 한다고...) 마른풀이 여기저기 깔려 있고 바닥 곳곳에 촛불이 켜져 있고... 그 앞에 엎드린 사람들의 기도는 간절하기 그지 없다. 울부짖다시피 기도하는 할머니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무슨 사연일까, 무엇이 저리도 할머니 가슴을 아프게 하는 걸까...     

 

전통복장을 입고 목총을 든 인디헤나 아저씨가 마을 광장을 지키고 있다. 독립투쟁의 영웅일까?

 

마을회관 베란다에서 바깥을 내다보고 있는 아저씨들. 어제 본 영화 장면이 오버랩 된다. 

 

은행업무를 보려고 기다리는 줄이 끝도 없다.

아무리 외부세계와의 교류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라지만 이들에게도 현금은 필요하겠지. 

 

성당 옆 수도원 뜰에 있는 묘지.   

 

광장 한켠에는 주택을 개조해서 만든 박물관이 있다. 

서양인 발롬 부부가 오랜 세월 치아파스 밀림지대를 누비며 수집한 민속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멕시코 정부도 확보하지 못한 귀중한 인류학 자료들이라고 한다.

 

사진을 못 찍어서 그런가.. 마야마을로 가기 위해 다시 승합차에 오르는데 어찌나 마음이 허전하던지.. 

지나가며 간신히 땡겨서 찍은 마을 묘지.

스페인 식민정부에 저항하다...연방정부에 저항하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까.

 

길거리에 놓아둔 비트 다발이 하도 예쁘길래 차를 세워 (가이드가 지시한 대로) 촬영 허락을 받으려고 했더니 자기가 주인이 아니라고... 저 아래 골짜기에 사는 사람이 주인이니 거기 가서 물어보란다. 포기하고 돌아서는 척 했다가 몰래 찰칵. ^^  

 

허락을 안 받으면 이렇게밖에 못 찍겠다. 

 

방방문한 집에서 제일 먼저 우리를 맞아준 꼬마들. 사실은 맞아준 게 아니고.... '또 왔니?' 하는 심드렁...  

그래도 여기선 마음대로 사진을 찍어도 된다고 하니 그게 어디냐.

 

낯을 가리는지 포즈 한번 안 잡아준다.

 

방 한구석에 차려진 가정 제단 

 

그다지 특이할 것 없는 단칸방 한번 휙 돌아보고 나니 뒷뜰로 나오란다.

전통방식으로 천 짜는 모습 보여주고.... 사라는 거지.  

마을마다 옷 색깔이 다른데... 이 마을은 보라색과 검은색이 주종을 이루어 꽤 세련되어 보인다.  

 

아, 살껴 말껴? 

 

농가의 뒷마당은 어디나 비슷한 모양이다.

 

천 짜는 구경을 마치고 나니 이제 또르띠야 굽는 걸 보여준단다.  

 

딸네미가 옥수수 반죽을 동그랗게 빚어놓으면 엄마가 숯불 위에 올려 굽는다.

단 한 줄기 미소도 보여주지 않던 그들.  

 

종일 반죽 만지는 일이 너무 지겨운가봐....   

 

자 자... 독하다 마시고 한 잔씩 쭈욱 들이키시고~ 

 

얼른 안녕히 가세요. 

 

돌아오는 길에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높은 곳에 잠시 차를 세웠다. 

 

처마들은 모두 옥수수를 매달고 있다.  

 

메마른 동네라 물이 귀한가보다(마당 가운데 검은 통이 물탱크) 

 

이 아줌마는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듯. 몰래 한 장 찍으려고 했더니 자진해서 포즈를 잡아준다. 

 

이 집은 내가 지나가니 부른다. 한 장 찍고 10페소만 내란다.

  

산끄리스또발이 좋긴 하지만 나는 갈길이 멀다. 원래 남미가 주목적지였고 멕시코는 남미여행에 필요한 스페인어를 배우기 위해 과테말라로 들어가는 길에 한두군데 간만 보고 가려던 곳이다. 헌데 이미 멕시코 체류가 일주일을 넘기고 있고 냄새라도 맡고 가고 싶은 곳은 아직도 많으니...

 

사흘째 아침, 산끄리스또발에 대한 미련을 접어 배낭에 넣고 빨렝께로 떠날 준비를 한다. 이젠 열대 모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