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중남미

Guatemala3 - Semuk Champey

張萬玉 2008. 5. 26. 10:24

세묵 참페이는 계단식 폭포와 강물이 아름다운 계곡이라고 했다. 

란킨에서 세묵 참페이로 가는 버스는 아침 10시 단 한 차례뿐. 돌아오는 버스는 오후 4시란다.

영국 애들은 세묵 참페이에서 하룻밤을 지내자고 하지만 다음날 안티구아로 떠나야 하는 마크와 나는 란킨에서 새벽버스를 타야 하기 때문에 세묵 참페이에서 한나절밖에 못 있는다. 아쉽지만... 찍고 가는 거지.  

 

 

호텔 앞에 대기하고 있는 15인승 승합차에 올랐는데 버스 안에는 우리밖에 없다. 이렇게 텅 빈 채 가는 줄 알았더니 웬걸, 동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계속 태운다. 동네를 빠져나갈 때는 실내에 24명 지붕에 6명 모두 30명... 정원의 두 배를 태웠다.

 

애들 데리고 일 나가는 어린 엄마들이 대부분이다.  

 

멀미 하느라고 내 셔츠에 토했던 꼬마 

 

비탈길에 도착하니 지붕에 탄 사람들 다 내리란다. 힘은 딸리고 비탈은 가파르니...뒤로 오십 미터쯤 뺐다가 부르릉~~ 매일 이렇게 다닌단 말이지.

중간중간 사람들을 내려주고 꼬부랑 비포장길을 조심조심 달리다 보니 세묵 참페이까지 9킬로 밖에 안 되는 길을 1시간 넘게 왔다. 영국 아이들이 오늘 묵을 마리사인지 엘리사인지 하는 호텔의 위치는 아마 강의 하류쯤인 듯. 짐 내려놓고 물가로 내려가보니.... 

 

생각만큼 물이 맑지 않고 자갈도 많아서 물에 들어갈 엄두가 안 나는데 

남자애들은 그네 타고 물에 떨어지고 싶어 야단이다. 

 

아~ 아아~ 아아아아~ (어디서 들어본 소린데?ㅎㅎ)

 

몸무게 때문에 사방에 해일을 일으킨 마크... 물 좀 튀었어? 미안, 미안! 

 

폭포가 있는 상류로 가기 위해 땡볕 아래 산길을 15분쯤 올라갔다. 

 

다리에서 일동 찰칵!(아니, 하나가 사진 찍느라고 뺘졌군.)  

 

이 깊은 산골에까지 정치구호가.... 

 

이렇게 아름다운 계곡을 끼고 계속 올라가다보면

 

정문이 나온다. 입장료가 얼마인지 안 적어놔서 모르겠지만... 비싸진 않았던 것 같다.  

 

정문 지나 그늘진 숲을 잠깐 지나니 와우~~ 흰 비단 실 같은 폭포줄기가 비췻빛 沼로 흘러내린다.

 

애들은 벌써 물에 뛰어들었다.

 

영국 미녀들

 

나도 따라 들어가려고 물 속으로 한 발 디뎌보니.... 물이 너무 깊다. 물 속 바위에 발을 붙여보려니 이끼 투성이라 보기좋게 미끄러질 것 같고 개헤엄을 치자니 물이 너무 깊어 겁난다. 수영모에 물안경 갖추면 자신있게 다이빙이라도 해보겠는데... 늘 수영장 수영만 하던 나는 영화 속에서처럼 머리 내놓고 우아하게 물을 헤쳐나가는 그런 수영은 익숙하지가 않다.   

망설이던 끝에 좀 할머니 같긴 하지만 수영모에 안경 갖춰쓰고 다이빙.... 폼 재다 그냥 갈 순 없잖아. ^^ 

 

물속 풍경이 환상이다. 햇살을 받아 에메럴드처럼 화려하게 빛나는 물 속으로 손톱만한 열대어들이 떼지어 돌아다닌다. 천천히 헤엄치며 물 속 바위들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우묵하게 파인 바위 위로 올라갔더니 딱 가슴께까지 물이 차는 게 욕조에 들어온 것 같다. 욕조도 이렇게 럭셔리한 욕조가 있을까.

 

영국 남자애들 두 명은 너무 잘 논다. 한참 안 보이길래 어딜 갔나 했더니 걸어서 폭포 꼭대기까지 올라가 미끄럼으로 폭포 타고 내려오더니 잠수하고 물구나무 서고....   

 

우리는 걸어내려오는데 얘들은 이 강줄기를 따라 헤엄쳐서 돌아왔다 . 

 

멋지다. 이왕 노는 거 저렇게 놀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헌데 잘 논 대가로 거머리가 붙었다. 떼다 떼다 못떼고 결국 라이터로 지지더군.

 

내려오는 길에 들른 집 1

 

내려오는 길에 들른 집 2. 저 젊은 엄마가 벌써 애들을 여섯이나 낳았다니....

 

아버지가 사진 찍는 거 제일 좋아한다. 다섯 컷쯤 찍었다.

폴라로이드 사진기라도 있어서 한 장 빼줬으면 얼마나 좋아했을꼬.  

 

호텔 마리나인지 엘레나인지에서 나초로 점심.  

이 호텔 지배인 녀석은 얄미우면서도 대견하다. 영어는 한 마디도 못 알아듣는 척하면서 영어 하는 애들은 찬밥 취급하고(사실은 영어 꽤 한다) 스페인어 하는 애들에게는 엄청 친절하다. 

 

영국 남자애들이 박쥐동굴 투어 간다고 일어서면서 스페인식 볼인사를 해준다. 맨날 저희들끼리만 놀더니 막판에 웬 다정한 척이냐. 그래도 기특하구나.ㅎㅎ 

마크와 나는 4시 차를 타기 위해 큰길로 나와 기다리는데... 30분이나 지나도 감감무소식이다.

날은 어두워지고... 클났다. 잠이야 여기서 자면 되지만 내일 안띠구아 못 가겠구나.

짐칸에 사람을 가득 태운 1톤 트럭이 지나가길래 엄지를 한번 내밀어봤더니 어라, 세워주네? 이 동네에선 이런 일이 다반사인 모양이다. 

 

앞자리에 다섯 명 타고 짐싣는 곳에 아홉 명 타고...  흙먼지 듬뿍 뒤집어쓰고 돌아왔다.

 

호텔로 돌아오니 어제 우리가 묵었던 8인실에 단체손님이 든다고 방을 옮겨달란다. 어제 그 방 같으면야 마크 아니라 마크 할아버지랑 같이 써도 괜찮겠는데... 침대 두 개가 거의 붙다시피 하는 좁은 방이다.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마크 혼자 쓰기에도 좁은 방을 나눠쓰다니, 숨쉬기조차도 거북할 것 같다. 게다가 얘깃장단 꽤나 잘 맞추는 나지만 이상하게도 마크와는 소통이 잘 안 된다.   

허나 어쩌겠나. 하룻밤인데 못 견딜 것도 없다. 침묵이 어색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침대가 아무리 가까이 붙었다 한들 우리 아들보다 어린 녀석이 할머니를 어쩌기야 할까.  

 

둘이 나가서 저녁 먹고 샤워하고.... 나란히 침대에 엎드려 걔는 책 읽고 나는 일기 쓰고...

실컷 놀아서 그런가 반가운 잠이 쉽사리 와주어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