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중남미

Peru6 - Machupicchu

張萬玉 2008. 6. 23. 22:34

기차표 사기

 

앞 글에서 썼듯이 우리는 쿠스코에 도착하자마자 마추픽추 가는 기차표부터 예매하러 갔다. 늘 좌석이 부족해서 며칠씩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기차역 표 파는 곳으로 들어가니 마치 우체국에 온 것 같다. 그런데 무조건 창구로 가면 안 된다. 먼저 몇 시에 어떤 급의 기차를 탈 것인가에 대한 상담부터 받은 뒤 번호표를 받고 기다렸다가 전광판에 자기 번호가 뜨면 그때 창구로 가서 돈을 낸다. 기차표 가격이 차량 종류와 시간에 따라 다르고 어디서 내리느냐에 따라 다르고 올 때와 갈 때 다른 표를 선택할 수 있는 등 옵션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갈 때는 backpacker급 6시 50분 쿠스코 승차에 48불, 올 때는 Vistadome Valley급 08시 30분 승차에 오얀따이땀보 하차 43불짜리로 선택했다. 도합 91불.

 

참고로 마추픽추 관광을 위해 기차표 구매 외에 추가되는 비용을 꼽아보자면..

아구아스 깔리엔떼스부터 마추픽추까지는 지정 버스를 타야 하며 (왕복 36솔) 올 때 오얀따이 탐보에서 택시합승(1인당 10솔 정도) 하면 교통비는 대략 110불 정도 든다.

여기에 입장료 122솔과 우리처럼 아구아스 깔리엔떼스에서 숙박을 할 경우 간단한 식사비 포함 50솔을 보태면 마추픽추 관광에 들어가는 비용은 약 175불... 여행사의 일일투어 가격(180불)이나 비슷하다. 장점이라면 1박하는 것과 우리 맘대로 노는 재미랄까.

 

이것이 백패커급 객실이다.

오른쪽에 앉아있는 이들이 룸메이트 크리스티나와 그녀의 아버지 토머스. 

 

마추픽추 가는 길

 

다섯 시 반에 기상해서 서둘렀다. 여섯시 반 기차를 타야 하니까.

미리암이 기차역까지 갈 택시를 잡아주고 1인당 3솔로 흥정해줬다. 내가 운전석 옆에 앉았기에 얼마 안 되니까 내가 다 내지, 하고 10솔을 냈는데 내리면서 보니 크리스티나가 기사와 또 돈을 주고받는다. 큰 돈밖에 없어서 아마 잔돈 좀 바꿔달라고 하나보다... 생각했는데 아이고, 이 아가씨는 택시비를 30솔로 알아듣고 내가 10솔만 내는 걸 보고서 자기네 부녀 몫 20솔을 냈다는 거다. 

그 운전사도 참 못됐다. 준다고 받나? 거의 하루 일당을 눈감고 번 셈이다. 크리스틴이 1인당이냐 합해서냐 내게 물었다는데 난 못 들었거든.

바보 됐다고 속상해 하는 크리스티나를 달래느라고 대합실에서 커피 사주면서 커피 마신 셈 치라고 했지만 계속 집착하는 그녀.... 그 일로 크리스티나의 하루는 짜증스럽게 시작됐다.

 

내 앞자리에 앉았던 독일 청년? 소년? 고등학교 마치고 여행중이다.

창밖 구경도 즐겁지만 꽃미남 훔쳐보는 것도 못지 않게 즐겁다. '꽃보다 남자...' ㅋㅋ 

 

 

기차가 출발하나 했더니 몇백 미터도 채 못가서 멈춘다. 뭐야, 고장인가? 했더니 어라, 아예 빠꾸를 하네.

뒤로 다시 몇백 미터 가는가 싶더니 다시 정지... 계속 그렇게 back & forth를 되풀이한다. 이래서야 언제 마추픽추 가보겠나...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 가는 열차가 너무했다... 궁시렁거리는데,  

알고보니 고장이 아니라... 이 기차는 어쨌든 계속 진행하고 있는 거였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했던가. 기차는 철로 끝까지 갔다가 철로가 끝나는 곳에서 선로를 바꾸며 올라간다. 올라가다가 다시 서서 선로를 바꾸고.... 그렇게 산을 지그재그로 기어오르는 것이다. 신기해라!

 

 저 계단을 매일 오르내린다 말이지... 저러니 살찔 틈이 있겠나? 나도 돌아가면 엘리베이터 타지 말까?

 

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는.... 잠자리에서 일어날 시간이지? 

 

이런 마을에서 자란 아이는 나중에 도시에서 살게 되어도 늘 고향이 눈에 밟히겠지? 

 

중국 운남성 리장의 고성동네를 연상시키는 기와집들... 그곳은 검은 기와에 흰 벽이지만 이곳은 빨간기와에 적벽돌 아니면 황토벽... 규모는 리장의 열 배 이상은 되겠다. 게다가 산비탈에 의지해 지은 집들이라 훨씬 포토제닉하다. 32만 인구가 다 어디 사나 했더니....

 

  

 

 마을 묘지

젖소와 야마가 사이좋게 풀을 뜯는 벌판.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앞으로 뒤로 왔다갔다 하면서 산을 기어오른 기차는 이제 산꼭대기에 펼쳐진 초록평원을 달린다. 소들이 풀을 뜯고 잘 가꿔놓은 채소밭과 노란 유채꽃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농촌마을... 꼭 운남성 어느 마을에 온 것 같다. (멕시코에서는 필리핀 타령을 하더니 쿠스코에 와서는 계속 중국 타령이다. 그럼 어떡해, 진짜 그런 걸. ^^ ) 

  

 

한 시간쯤 달리다 우루밤바 강이 나타나고 양 옆으로 험상궂은 계곡이 병풍처럼 둘러치기 시작한다.

 

여기가 오얀따이 탐보.... 이곳에서 묵으라는 조언들이 있는 거 보면 그만큼 아름답단 얘기겠지?

내일 우리는 이곳에서 내려 택시나 버스로 돌아와야 한다.  

 

오얀따이 탐보 다음 역인가? 기차가 정차하자 상인들이 몰려온다. 관광지가 가까워지고 있나 보다.

 

마추픽추까지 3박4일 동안 걸어가는 '잉카 트레일' 코스가 이 부근에서 시작되는가보다.

 

저 사람들은 백패커들이 아니고... 요리사와 짐꾼들이다.  

 

 

여기부터 아구아스 깔리엔떼스에 이르는 두 시간 여정은 마치 장가계의 금편채 확대판 같다. 강물도 거센 파도를 일으키며 흘러가고 산세도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위용을 뽐낸다. 그 높은 산자락에 걸린 풍성한 구름까지 합세하니 완벽한 그림이 만들어진다. 

 

확실히 쿠스코와 마추픽추는 페루의 보물이다. 기차는 100% 여행자 전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비싸지만 그 어려운 코스에 일일이 철도를 놓아 훌륭한 경치를 보게 해주었으니 크게 불만하지 않겠다. 이 관광수입이 가난한 페루인민들의 생활에 도움이 된다면 잘사는 나라에서 온 관광객으로서 보람있는 일에 참여하는 셈이지. (헌데 열차는 칠레 것이고 모든 수입은 칠레 사람들 호주머니로 들어간다... ㅜ.ㅜ) 

더 기가 막히는 것은 페루 대통령이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마추픽추를 칠레에 팔아넘기려고 한다는 사실이다. 그 정도로 근시안적인 발상을 하는 사람에게 어쩌자고 나라를 맡겼는지...츠암!   

 

아구아스 깔리엔떼스 역

 

역사를 빠져나오면 삐끼들의 호객이 요란하다. 

사진 맨 왼쪽에 있는 아저씨의 얼굴이 전형적인 잉카인의 얼굴.

 

 

역 바로 건너 즐비한 선물가게 골목을 빠져나와 다리를 건너면 작은 읍내가 나타난다.

 

마을 중앙에 있는 작은 광장 한가운데 우뚝 선 동상.

잉카제국을 세운 만코 카팍인지 전성기의 투팍 유팡키인지 모르겠지만...

 

오늘밤 묵을 숙소부터 잡아놓고 움직이자 하고는 마을로 들어갔다. 숙소 골목 옆에 바로 센뜨로 꿀뚜라(centro cultura, 문화센터)가 눈에 띄길래 마추픽추 입장권부터 사고 난 뒤 (122솔, 달러는 안 받음. 마추픽추에서는 안 파니 여기서 사야 한다.) 적당한 호스텔 골라 체크 인. 침대 하나당 20솔 받는 3인실이다.

다시 철로가 지나가는 큰길로 나와 버스정류장에서 왕복표를 샀다.(36솔). 통창이라 전망이 시원하다.

 

 

 

산이 높으니 계곡도 깊다. 

안개비 때문에 사진은 흐릿하지만 실제 모습은 그래서 오히려 더 멋지다눈....

20분쯤 꼬불꼬불 돌아 산을 오르는데 멋진 경치를 두고가는 것 같아 안타깝지만 걱정할 것 하나 없다. 올라가면 다 보이니까. 여기서도 장가계 천자산 생각이 난다. 둘 다 노년기 지형이니 비슷한 거겠지.

 

마추픽추

 

 

입구로부터 300미터쯤 숲길로 올라가니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이면서 관광을 마치고 올라오는 사람들이 보인다. 갑자기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 크리스티나가 가이드를 쓸까 하고 물어보는데 50달러나 달란다. 사실 유적지에 대한 설명이야 들으면 좋겠지만 그렇게까지 들을 생각은 없다. 그보다도 경치에 정신이 팔려 어디다 카메라를 들이대야 할지 마음 급할 뿐.

 

드디어 雄姿를 드러낸 늙은 봉우리 마추픽추와 젊은 봉우리 와이나픽추.

페루 사람들은 산의 능선이 페루인의 옆얼굴을 닮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그런 것도 같고...

 

 

80 노인도 이 험한 산길을 마다 않고.... 노인도 놀랍지만 정성스레 극노인을 모시는 아들도 놀랍다.  

 

에구, 어지러워... 돌길도 젖어서 미끄러운데 한 발만 잘못 디디면....!!

 

여행지에서 처음 만난 한국 관광객들. 반가워서 인사를 건네니 콧등으로 받고 만다.

혹여 묻어다니면서 한국말 가이드 얻어듣다간 눈총 받기 십상인 왕따 분위기...

왜 그러시는지 모르겠지만 많이 서운했다.

 

혹시 맞바람이 불지 않을까 걱정이다. 보는 내가 다 어지럽다.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올 때도 있는 법....

 

 

틈새로 내다보는 재미 

 

보슬보슬 시작한 빗발이 꽤 굵어졌다가 어느새 말짱하게 개었다. 

말갛게 세수한 마추픽추의 얼굴을 다른 각도에서 다시 한 컷.

 

 

 

비 온 뒤 피어오르는 새구름이 아기의 호흡처럼 신선하다.  

 

유적 보수중

 

 

와이나픽추(젊은 봉우리) 올라가는 등산로 입구.

마추픽추 사진 속 중앙에 있는 봉우리가 바로 와이나픽추다. 급경사 계단을 끝도 없이 올라가야 하는, 오르기 매우 힘든 봉우리로 알려져 있지만 힘들게 올라온 보람을 느끼기에 충분한 곳이라고 한다.

 

구름에 싸인 와이나픽추 

 

중간에서 헤어진 크리스티나를 와이나픽추 등산로 입구에서 다시 만났는데 울었는지 눈이 빨갛다. 와이나픽추에 꼭 올라갈 꺼라고 벼르더니 하루 400명만 받는 입장제한에 걸린 모양이다. 서른도 넘은 아가씨가 감정표현은 꼭 애 같다. 아침에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아빠에게 화풀이다. 그래도 토머스는 딸네미 화가 풀릴 때까지 웃는 얼굴로 기다려준다. 한번 자식은 영원한 자식인 모양이다. 딱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계속 앵도라진 얼굴로 다니던 크리스티나도 계곡에 걸린 무지개를 보고 기분이 풀렸다. 

 

언제 울었느냐는 듯 쌩끗 ^^

 

 

나는 빙그레~

 

저 돌들은 어떻게 운반했을까. 저렇게 집 잔뜩 지어놓고 다들 어디로 가버렸을까.

  

 저 꽃 꺾어 내게 바칠 이... 어디 없소?

  

 또 내다보고 말았다.

 

이제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가는 길

 

 

 

나가는 길인 줄 알고 들어간 좁은 골목 안에 야마 우리가 있었다. 아고, 깜짝이야! 

 

 

  

 

유적지인지 뭔지 알바 없고.... 발길 가는 대로 돌아다니며 풀을 뜯는다.

  

아구아스 깔리엔떼스

 

내려오니 오후 4시. 버스 타고 내려오며 '굿바이 보이'(버스를 따라 달리며 "굿바이!"를 외치고 사라졌다가 다음 모퉁이에서 나타나 다시 "굿바이!"를 외치고... 그렇게 산 아래까지 내려와 팁을 받는 것으로 유명해진 소년)를 기다렸는데 없더군. 다리를 다친 건 아닐까? 마추픽추의 명물인데 혹시 정부에서 단속한 건 아니겠지?

 

점심 겸 저녁으로 송어튀김과 끼누아(좁쌀죽)를 시켜먹었다. 어제에 이어 오늘 아침에도 호되게 설사를 했기 때문에 시킨 음식을 반씩만 먹었는데 어찌나 맛있던지 눈물이 찔끔 나올라캤다.

토마스는 야마 스테이크를 시켰는데 하도 먹어보라고 못살게 굴어서 억지로 한 점 먹어봤더니 쇠고기와 비슷했다.

 

 

저녁식사 후 아구아 깔리엔떼 가기로 했지만 과연 우리가 상상하는 hot spring인지 확신이 안 서서 망설이다가 수영복을 미리 속에 입고 한번 가보기로 했다.

수로를 따라 산 중턱에 있는 입구까지 15분쯤 올라가는데 양 옆으로 색색등이 화려하게 켜지고 판초 입은 악사들이 노래하는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입구(입장료 8솔)부터 온천까지의 길이 또 일품이다. 사방이 캄캄한데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천둥 소리다. 낮에 와보면 어떨지.

10분 이상 숲속길을 올라가니 그제서야 레스토랑이 입을 벌리고 있는 온천 입구. 풀이 여섯 개쯤 있는데 대기가 차가워 김은 뭉실 나지만 다 미적지근하고 하나만 좀 따뜻한 정도다. 물에 미네랄이 섞여서 그런지 물이 맑지 않은 것도 웬지 찝찝... 아, 실망이다!

사람들은 꽤 많고 현지인들도 눈에 많이 띈다. 이왕 온 거 즐기자 하고 신나게 수영했더니 그제서야 땀이 나기 시작한다. 어떤 젊은 엄마가 두살박이 아기를 사정없이 물속에 쳐넣길래 깜짝 놀랐는데 웬걸, 이 아기는 물 속에서 눈을 뜨고 너무나 즐거워한다. 눈에서도 물방울이 나온다. 아기들이 수영 잘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실제로는 처음 본다. 신기했다. 

8시반쯤 되니 물이 서서히 빠진다. 끝났다는 표시. 샤워하는 곳이 없어서 숙소로 돌아와 샤워하려니 더운물이 안 나온다. 아니, '뜨거운 물' 마을(Aguas Calientes)에 더운물이 없다니... 이 동네 이름 바꿔야 한다.

 

 

어제 밤새 빗줄기가 무겁게 지붕을 두드리더니 아침에 일어나보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 말짱.... 비에 흠뻑 젖은 기와들만이 지난 밤의 폭우를 말해준다. 갑자기 집 생각이 났다. 함께 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다음에 부자지간에 잉카 트레일 하면 정말 좋을 텐데..

 

레스토랑 안쪽에 있는 화덕. 여기서 피자도 굽고 페루의 특식 꾸이(기니 피그)도 굽는다.

 

새벽잠 없는 사람에게는 새벽산책이라는 훌륭한 특권이 있다.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동네를 한바퀴 시찰한 뒤 광장 레스토랑에 앉아 홀짝거리는 커피 맛이라니... 이 시간이면 아이와 남편 출근시키느라 분주한 한국의 가정주부로서는 이 작은 일조차 집에 있을 때와는 색다른 즐거움이 된다.

 

숙소 건너편 유치원의 등교 시간. 이 동네는 작은 마을 치고 꽤 잘 사는 동네 같다.

이들의 한달 수입, 교육비 등이 궁금하지만 여간 친하지 않으면 물을 수 없는 얘기들이지...

 

마추픽추에서 돌아오는 길

 

올 때 기차는 갈 때 기차보다 고급스럽고 천장의 1/3 정도가 유리로 덮여 매우 환하다.

어제는 미처 보지 못했던 열대식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숲의 위쪽은 고산식물이지만 아래쪽은 정글에서나 볼 수 있는 덩굴손이, 바나나 나무, 선인장, 억새, 파초, 주먹만한 붉은 꽃들이 앞다투어 피어 있다. 도무지 기후대를 종잡을 수가 없군.

 

비싼 차 답게 아침식사를 준다. 치즈버거와 작은케익, 음료... 기내 서비스 수준이다. 

부자나라에서 태어나 좋은 부모를 만난 인형같은 꼬마 둘이 전면 유리로 된 제일 앞자리에 앉아 얌전히 자연을 감상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예닐곱 살짜리 답지 않구나. 너희 매너는 어디서 배웠니. 

 

잠시 후 아름다운 뻬냐 연주가 흐르더니 가면 쓴 광대가 나타나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그러더니 웬 패션쇼.

 

전문 모델이 아니라 차내식을 서비스하던 승무원들이다.

 

신이 난 관광객 아저씨가 엉덩이 춤을 추며 덩달아 객차 안을 누비고 다닌다.

스웨터와 숄 등 여섯 가지 종류를 보여주더니 바로 판매 들어가는데 가디건 167불짜리, 484불짜리....

쿠스코 시내 쇼핑센터에서 파는 것과는 급이 다르다. 그 돈이면 페루에서 일주일 이상 버티겠다(투어 안 한다면). 관광지 물가라는 건 그렇게 하늘과 땅 차이.

웃고 즐기다 보니 1시간이 후다닥 지나갔다. 내 생전 기차 안에서 패션쇼 구경할 줄 어찌 알았겠나.

 

철로변에서 꽃 파는 할머니

 

이 동네 의상의 특징은 치마가 짧다는 것이다. 겨우 무릎까지 오는 얇은 치마에 윗도리는 두꺼운 스웨터를 입는다. 헌데 종아리와 맨발은 왜 저리 가엽게 벗겨놓는지 모르겠다. 

내 어깨 정도밖에 안 오는 작은 키, 경계심 가득한 눈.... 할머니의 모습 위로 갑자기 스페인 호색한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정말 저 작은 육체를 강간하고 싶었을까?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아마 스페인 정복자들 눈에 이들은 인간이 아닌 creature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산발을 하고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지르며 저항하는 갈색의 creature... 무책임한 씨를 아무데나... 아니,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씨를 뿌려 결국 전 대륙적인 종자개량의 위업을 달성한 대단한 권력이라니...지나간 역사로 듣는 거니 망정이니 내가 그 현장에 있었다면 아마 거품 물고 쓰러졌을 꺼다.    

한국남자들도 동남아에서 달러의 권력을 앞세워 책임 안 질 새끼들 까놓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

 

기차가 서 있을 때 인근 농가를 한번 땡겨서 찍어봤다. 

 

오얀따이 탐보에서 하차하여 택시 합승. 한 차당 20솔을 받는데 한 좌석이 비니까 조금 기다려 한 사람을 더 태웠다. 합승한 아줌마는 정부가 운영하는 헬리콥터 회사에서 일한다고 했다. 엥? 마추픽추를 헬리콥터로?

쿠스코부터 아구아스 깔리엔떼스까지의 40분 비행에 차비가 416불이란다. 한번에 딱 12명의 VIP만 모신다네. 

그 외의 교통수단은 오직 기차밖에 없단다. 기차값이 그렇게 비싸서 어떻게들 이용하느냐고 물었더니 현지인들은 30솔 받는단다. 그러면 그렇지...

  

 

마추피추에서 돌아와 바로 시티투어.... 그리고 저녁에 일단 공식적인 송별파티를 했다.

다음날은 내가 Sacred Valley Tour 갔다 오자마자 바로 아레끼빠로 떠날 예정이었으니까.

 

고마워, 레아, 크리스티나, 토머스.

함께 한 날이 비록 닷새뿐이었지만, 그리고 번갈아 몸져 눕느라고 마음껏 어울려 놀지도 못했지만

우리 팀웍, 정말 환상적이지 않았니? 아마 오래도록 생각날 꺼야.

남은 일정도 잘 마치고 돌아가면 이 여행에서 얻은 힘으로 더 좋은 나날들 만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