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ba3 - Habana2
아바나 시내는 세 구역으로 나뉜다. 현지인들의 거주지가 몰려 있는 아바나 센트로, 관광지들이 몰려 있는 아바나 비에하, 비교적 신시가지(?)라고 할 수 있는 베다도.
하지만 가이드북도 없고 지도도 없다시피하여 (지도 한 장 사려고 발품을 팔다 팔다 유명호텔 매점에서 간신히 한 장 구했는데 인쇄상태가 어찌나 좋은지... 두 줄로 찍힌 데다 글씨도 좁쌀만해서 도무지 판독이 불가하여 지도 보고 길찾기는 일찌감치 포기) 대강 방향 잡고 물어물어 돌아다니다 보니 택시나 버스로 이동해야 마땅한 세 구역을 완전히 자가용 11호로 누비고 다녔다.
아바나 센트로에서 말레콘 해변을 오른쪽에 두고 언덕길을 올라가면 막다지에 아바나 국립대학이 있다.
왼쪽으로 가면 혁명광장이, 오른쪽으로 가면 베다도가 나오고 길 건너편에는 호텔 리브레가 있다.
혁명광장으로 가는 길목에서 발견한 아바나 대학 부설 미생물공학 연구소.
쿠바의 자급자족 농업을 필사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곳이구나.
혁명광장 쪽을 향해 더 내려가니 꽤 큰 병원이 나온다. 아마도 쿠바에서 가장 큰 병원이 아닐까 싶다.
쿠바의 모든 병원에서 이뤄지는 진료는 무료다. 미국의 경제봉쇄 이후 의약품의 공급이 부족해서 약을 구입할 때는 일정정도의 금액을 지불하지만 노인이나 장애인, 약값이 많이 들어가는 만성질환이나 중증질환자들은 이마저 면제된다. 국가경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약자에 대한 보호를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사회주의적 가치가 국가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한 쿠바의 의료제도는 쿠바 인민의 자랑꺼리로 남게 될 듯하다.
혁명광장 부근의 정부건물(내무성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확실치 않음)
'효율과 생산성'이라는 간판이 눈길을 끈다.
저 멀리 현수막에 걸려 있는 인물이 누구라더라.. 아무튼 건물은 국방성 건물이다.
쿠바의 상징이 되다시피 한 호세 마르띠 기념탑과 철골로 만든 체 게바라의 얼굴이 붙은 있는 공업성 건물은 내일 노동절 행사 관련글에서 보여드리기로 하고....
숙소에서 출발하여 아바나대학을 거쳐 혁명광장을 가로지르기까지 두 시간 가까이 걸었다.
이제 방향은 감잡았으니 코코택시 잡아타고 아바나 비에하로...
바띠스따 친미정권 시절에 미국의 백악관을 본따 지은 까삐똘리오.
과거에는 국회의사당으로 쓰였으나 지금은 정부 건물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뒤쪽 골목에 시가공장(쿠바 왔던 기념으로 시가를 사가려면 찾아가는 곳)과 헤밍웨이가 7년 동안 투숙했다는 암보스 문도 호텔이 있다는데, 둘러봐야지... 해놓고는 깜빡 놓쳐버렸다.
장식이 요란한 국립극장. 지붕 꼭대기에 있는 걸 찍어보려니
가까이에선 각도가 안 나오고 멀리서는 줌이 모자라고.... 떡 못하는 년 안반 나무라며 패스.
프라도 거리와 이어지는 이탈리아 거리 끝쪽에 차이나 타운이 있다.
중국과 쿠바는 사회쥐의 형제국가이기 때문에 이민의 역사도 길고 이민자들도 많다.
튼튼하게 뿌리 내린 중국인 이민자들은 중남미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지만 쿠바의 중국인들은 여느 중남미국가들에 비해 아주 당연하고 편안해 보인다. 쿠바 사회의 구성원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듯...
차이나타운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 당연히 음식점이지.
외국에서 음식설움 받을 때는 중국집을 찾아가라.
오른쪽에 앉은 이가 이민 2세대 혹은 3세대 정도 되어 보이는 사장님이다.
사회주의국가답게 쿠바는 매매춘을 엄격하게 단속한다고 한다. (가끔) 하지만 쿠바의 '매매춘의 천국'이라는 오명은 쉽게 벗겨질 것 같지 않다. (사회주의 혁명 이전에는 더 말할 것도 없고 혁명 이후에도) 길거리에서 이루어지는 매춘남녀들이 호객행위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프로페셔널과 아마추어의 구분도 별로 없는 것 같다. 진짜인지 장난인지 모르지만 없어뵈는 나조차도 두어 차례 호객을 당할 정도였으니까.
공원에 앉아 있거나 길을 묻거나 하면 "너 혼자 여행왔니? 외롭겠다. 내가 오늘 네 숙소로 가줄까?"이런 식으로 쉽게 들이댄다. 우리 아들보다 어린 녀석들이...
어린 딸을 미국 할아버지에게 팔아넘기는 주정뱅이 아버지, 쿠바 애인에게 벗어나지 못해 일본인 관광객을 상대로 매춘을 하는 일본 여자아이, 본국에 있는 가게를 팔아치우고 쿠바 애인과 살림을 차린 이탈리아 중년여성, 멕시코로 출장 갔다가 입국 흔적도 안 남는(입국카드로 입국스탬프를 대신한다) 쿠바에 들러서 실컷 놀다 가는 한국 비즈니스맨들.....
쿠바의 매매춘을 둘러싼 이런저런 '전설'들을 긁어모으면 아마 '추적! 60분' 1년치는 충분히 찍겠더라.
혁명박물관과 미술관을 둘러보기 위해 아바나 비에하로 back.
사진은 나의 길잡이 역할을 해준 호텔 세비야. 허름해 보이지만 구시가지에선 최고로 꼽히는 호텔이다.
세비야 호텔 옆쪽. 흠흠... 멋지군. (티셔츠가....^^)
미술관 앞 전쟁박물관. 우리 아들이라면 들어가봤겠지만 나는 패스.
국립미술관 혹은 예술박물관. 생각보다 규모도 크고 전시된 작품들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풍성했다.
미술은 대강 몰라라 하는 나의 눈길조차 끌어당길 정도로 색감도 표현도 강렬했으나....
사진찍기가 금지되어 있다!
들어가지마자 잽싸게 딱 두 장 찍고는.... 눈만 호강했다. ㅠ.ㅠ
대형 전시실이 10여개도 넘는 것 같다. 자랑할 만한 미술관이라고 생각한다.
여기는 혁명박물관.
뻔하겠지.... 하면서도 론리 추천 가볼만한 곳 제일 처음에 나와 있어서 뿌리치지 못하고....
역시 볼 게 없다. 당시 사진이나 문서 같은 것도 별로 눈에 띄는 게 없고 누가 입었던 옷.... 그런 정도..
내가 좋아하는 인형 사진이나 찍을까? ^^
카스트로가 스물아홉, 게바라가 스물일곱 살이던 1955년, 두 사람은 망명지인 멕시코에서 처음 만나 의기투합했고 이후 10여년 간 게릴라전과 혁명의 사선을 함께 넘었다. 아르헨티나의 의대생이었던 체 게바라는 게릴라 부대의 의무장교로 시작하여 점차 지휘관으로서의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제2인자 자리에까지 오르게 되었고(체 게바라 사진에 종종 등장하는 베레모에 달린 별은 카스트로가 그를 대장으로 승진시키면서 직접 달아준 것이란다) 1956년 쿠바혁명 성공 후 국립은행 총재, 공업장관 등을 역임하면서 쿠바 인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그가 쿠바를 떠난 것은 1965년... 피델과 헤어져 또다른 전선을 찾아 떠났던 그는 결국 미국의 지원을 받은 볼리비아군에 붙잡혀 사살당했다.
혁명박물관에서 내려다본 거리의 구호... "혁명의 도덕은 별처럼 높다"
저걸 보는 내 마음이 왜 이리 슬.프.냐.
이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
구형 벤츠만큼이나 중후한 핸드 드라이기.
명색이 국립박물관인데.... 혁명박물관이라 그런지 세면대도 퍽 소박하다..
혁명박물관 앞의 꽤 특이해 보이는 건물.
무슨 건물이냐고 물어보니 그저 '과거의 성당이었던 곳'이라고만 한다.
그리고 역시 눈에 띄는 탑... 이것도 무슨 탑인지 못 알아냈다.
혁명박물관 앞 툭 터진 공간은 아르마스 광장.
쿠바를 처음 발견한 콜롬버스의 동상이란다.
역사는 역사일 뿐이라지만 당시에 세워진 것도 아닌 것 같은데...침략자의 동상을 일부러 저렇게 높직이 세워놓은 뜻은 무엇일까? 우리 나라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인천의 맥아더 동상이 어떻게 됐는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광장이 끝나는 지점에서 왕복 6차선(?)의 넓은 도로를 건너가면 바로 말레콘 해안이다.
(서쪽을 보고 찍었나보다)
아바나를 지키던 요새 중 하나인 엘 모로로 넘어가려면 해저터널을 통과해야 한단다. 이제 보니 여기가 그 해저터널이 시작되는 곳이다.
엘 모로 요새에서 말레콘 해안의 전경을 볼 수 있다는 걸, 아니 엘 모로 요새의 존재조차 당시엔 몰랐다.
가이드도 가이드북도 없으니 바닷물만 실컷 들이키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음.. .그래도 너무너무 좋았다.
(이번엔 동쪽을 보고 찍었다. 멀리 보이는 것이 라 뿐따 요새)
파도가 쳐서 방파제를 넘어오는 장관에 그저 넋을 잃고.... 청룡열차 타는 사람들 보는 재미로 발을 못 떼고
다음 청룡열차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아이처럼.. 오매불망 다음 파도가 더 크게 넘어오기를 기다렸다는.. ㅋㅋ
저 개는 주인(빨간 수영복을 입은)이 물에 빠져 죽을까봐 기겁을 하고 짖어댄다.
오호홋... 뭍에 나와 쉬는 검은 인어공주님들
레알 푸에르사 요새
이게 누구 동상이더라? 동상이 워낙 많아야 말이지...
이게 우리 집이라면... 한 달 정도는 좋겠다.
베다도 쪽 해변에는 최고급 호텔들이 즐비하다.
공항에서 만났던 분이 묵고 있다는 아바나에서 제일 비싸다는 호텔도 이 근처 어디쯤이다.
쿠바에서의 비즈니스라는 게 십중팔구 고위공무원들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있는 폼은 다 잡아야 한다고....
노을 무렵이라 아주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왔다. 쿠바 사진 베스트 5 안에 올리고 싶은....
여기서 만난 일본 아가씨.. 하이고, 이름이 뭐였더라?
일본에서 유명 영어학원 체인점을 관리하고 있다는 스물일곱살의 이 아가씨는 2주간의 휴가로 멕시코로 놀러왔다가 불쾌한 경험을 하고는 만정이 떨어져 쿠바로 날아왔단다. 쿠바에서 일주일을 보냈는데 너무 좋아서 떠나고 싶지 않다고 한다. 예쁘고 상냥한 이 아가씨의 제안으로 같이 저녁을 먹고 론리에서 추천하는 Zorra y Cuervo로 재즈공연을 보러 갔다. 이 아가씨도 심야에 혼자 다니는 게 무서워서 공연 한번 제대로 못 봤단다.
내 키의 1/3은 더 큰 아저씨가 '기도'(표준말로 문지기인가?)를 보고 있었다.
전직 국가대표 배구선수였단다.
그 유명한 쿠바의 모히또(럼에 사탕수수즙과 민트를 넣은)와 꾸바 리브레(럼에 콜라를 넣었지 싶다)
공연은 밤 11시에 시작해서 새벽 네 시에 끝난단다.
처음엔 피아노가 아니고 전자올갠이라 약간 실망...
듣다 보니 이 사람의 연주에는 전자올갠이 더 어울리는 악기인 듯 싶었다.
전자올갠과 드럼의 굉음 속에서도 굳굳이 침착함과 중후함을 고수하던 베이스.
오, 저 근육... 이글이글 불타는 눈동자...!!
너무 빵빵한 에어컨 때문에 민소매를 입은 일본 아가씨가 추워서 안절부절하자 걸치고 온 자켓을 주더니
공연 중간 휴식 시간에 우리 자리로 와서 이 아가씨에게 작업 시작이다.
헌데 이 아가씨는 스페인어가 안 되고 드럼 주자는 영어가 전혀 안 되니 오호, 통재라! 일본 아가씨도 드럼 주자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것 같은데 굳이 통역을 자처하지 않은 이유는 첫째, 드럼 주자가 기본예의도 없이 나를 너무 노골적으로 제끼고 일본 아가씨에게만 집중하는 게 얄미웠고.. ㅋㅋ 둘째, 혹시 다리를 놔줬다가 뒷감당 못할 사고라도 생기면 어쩌나 걱정도 됐고...(못말리는 노파의 마음)
다행히 두 시쯤 일본 아가씨도 귀가하는 데 동의를 하여 중간에 일어서는 바람에 옆에 앉아만 있어도 뜨끈뜨끈하던 감질나고도 야릇한 상황 끝! ^^
자, 연주 한 번 감상해보실까요?
이런 걸 하드밥 재즈라고 하나? 폭발적인 에너지...!
곡도 스타일도 낯설어서 내가 기대하던 만큼 즐기지는 못했지만 기량이 뛰어난 연주자인 것만은 확실한 듯.
파일이 너무 길어 드럼이 부각되는 뒷부분만 조금 잘라 올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