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萬玉 2008. 10. 17. 20:33

어제 유선방송에서 '스타의 과거' 특집 <조니 뎁> 편이라면서 '길버트 그레이프'를 방영해줬다.

십수 년만에 다시 보는 영화다. 처음 볼 때도 흠뻑 빠져서 비디오 테잎 반환날짜를 어겨가면서 두어 번 돌린 것 같은데 다시 봐도 면역이 안 되고 여전히 가슴이 먹먹하다.

 

조니 뎁,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줄리엣 루이스...  

모두 내가 좋아죽는 배우들이다.

연기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침을 질질 흘릴 지경인데

연기까지 잘하는 데다 줄거리까지 슬프니.... 아, 인생은 왜 이리도 심술궂은 거야! 엉엉~~

 

 

처음 봤을 때는 조니 뎁만 눈에 들어왔는데, 이번엔 꼬마 디카프리오의 자폐아 연기가 눈에 들어와 박힌다.

어니, 제발 울지 마. 네가 울면 나도 울고 싶단 말야.

 

 

조니 뎁의 표정 좀 봐라. 만옥이 쓰러지겠다. ㅋㅋ

 

 

원제목을 처음 알았다. 'What's eating Gilbert Grape? ('누가 길버트를 갉아먹는 거야?)

가족의 생계를 두 어깨에 짊어진 가장들도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할 것 같다.  

 

남편의 자살로 충격을 받아 거식증에 걸린 어머니.

초고도 비만으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소파에서 먹고 자던 그녀가 이층으로 힘겹게 올라갈 때

나는 그녀가 고생하는 아들을 봐서라도 운동을 시작한 줄 알았다. 엉엉~

 

 

긴 병에 효자 없는 게 잔인한 현실이지만... 그래도 끊을 수 없는 사랑 때문에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켜낼 수 있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 사진을 올리고 싶어서 펌질을 하다가 알았는데

이 영화의 감독인 라세 할스트롬은 스웨덴 사람... <개 같은 내 인생>의 감독이었다.

그 영화도 그 시절에 빠져서 봤는데.... 하나도 생각이 안 난다. 이럴 수가!!

그리고 그룹 아바의 뮤직비디오 감독이었단다. 어쩐지...

두터운 얼음장 같은 현실 아래로 졸졸졸 흐르는 샘물이 느껴지더라니... 

 

헐리웃에서는 도저히 못 만드는 영화...

대사 한 마디, 장면 하나... 정말 버릴 게 없다.

요즘은 이렇게 가슴으로 잔잔히 파고 드는 영화가 왜 좀 안 나와주나.

그 시절만 해도 비디오 광이었던 내가 영화에서 자꾸 멀어지고 있다.

 

P.S. : 

오늘 아침 산에 갔다 내려오다가 우리 아파트 아랫동네에 있는 정문학교(특수학교) 아이들을 만났다.

삼성전기 유니폼을 입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소풍을 나온 것 같다.

어제 울고 웃으며 디카프리오의 뒤를 따라다녔기 때문에 그런지 괜히 손이라도 한번 잡아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