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9(양곤3) - 외곽순환 기차여행
양곤 시내 외곽을 한 바퀴 돌아오는 기차를 타봤다.
관광열차가 아니라 서민들의 출퇴근 기차이기 때문에 미얀마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조금이나마 들어가볼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2시간 남짓 걸리고 가격은 1달러다.(외국인 요금)
매표소는 대합실이 아니라 플랫폼에 있다.
현지인들은 창구에서 사고, 외국인들은 옆쪽 문으로 들어가서 여권 제시하고 산다.
현지인들은 얼마씩 내는지 모르겠는데 외국인에겐 1달러를 받는다(거스름돈 받기 어려우니 잔돈으로 준비).
어이없는 건 미얀마 현지화를 내면 안 받는다는 사실. 이튿날 강 건너 마을에 갈 때 탔던 보트(1달러) 역시.
전국의 모든 관광지 입장요금도 마찬가지다. 버강과 만달레이에서는 개별 유적지 요금이 아니라 '지역입장료'를 내야 하는데(특정 지역에 들어가는 외국인에게 징수하는 요금) 역시 달러로 내야 한다.
이 모든 요금은 미얀마 정부에서 징수하는 것인데, 정부가 자기 나라 돈을 거부하다니....암만 외화벌이에 열이 올랐어도 좀 심한 거 아닌가?
특급열차는 대접이 다르다. 운행 마치고 쉬는 동안 목욕 서비스.. ^^
누가 중국사람이냐고 말을 걸어온다. 맨 뒤에 선 예쁘장한 청년.(헌데 삥랑을 씹어서 입술이 벌건...ㅜ.ㅜ)
중국 쿤밍에서 옥 장사를 한다고 했다. 앞줄 한가운데 앉은 꼬마가 장사를 돕고 있단다.
4년간 꽤 돈을 벌었고 지금은 중국 설 기간을 이용해서 고향에 다니러 왔단다. 돈 잘 버는 형제 덕에 형제친지 열 명이 함께 귀성길에 오른 것이다.
누나네 쌍둥이들.
쌍둥이라도 성격은 판이할 수 있는 모양이다. 오른쪽의 형은 의젓한데 왼쪽의 나대는 녀석은 카메라를 들이대니까 숨기 바쁘더니 좀 낯이 익으니까 통제불능으로 나댄다. ^^
사람들이 다 타면 깃발로 승차완료를 알려주는.... 말하자면 차장.
처음엔 한가했지. 출발역에서 탔으니까.
외국인은 독일인 커플과 열 두 번째 미얀마에 왔다는 일본총각, 그리고 우리 다섯 명이었는데 차장이 우리 앉아 있는 자리(서로 인사를 나누느라고 몰려앉아 있었다)에 금줄을 치는 거다. 현지인보다 많은 요금을 낸 외국인에 대한 배려인 건 알겠는데 완강하게 만류했다. 현지인들과 말이 안 통하니 몸으로라도 부딪혀보고 싶어서 탄 기차인데 여기서마저 격리시키다니.....
ㅎㅎ 헌데 다섯 정거장쯤 지나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기차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군것질.
즉석에서 깎아 잘라준다. 파파야는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여행에서 완전히 맛들였다.
아저씨, 지금 내게 던지는 게 혹시..... 秋波? ^^
플랫폼에서 친론공(미얀마 전통 공놀이)을 하다가 카메라를 보자 멋지게 폼을 재보이는 총각. ^^
세금 걷어 뭐하노. 쓰레기와 오수 좀 어떻게.... ㅜ.ㅜ
어쨌든... 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들은 잘도 큰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이 기차 어느 정거장 부근엔가 큰 시장이 있는 듯하다. 기차가 오전에만 한 시간에 한 대꼴로 있으니(우리가 탄 차가 막차였나? 마지막에서 두 번째 차였나?) 놓치면 오늘 장사 꽝. 그러니 모두들 필사적일 수밖에.
힘들어도 탔으니 됐지 짜증은 내어서 무~엇~하나.
바나나잎과 종려나무 잎은 훌륭한 포장재. 내 발등 위에도 짐이 마구마구 쌓였다.
이젠 하차 전쟁이다. 내 짐 네 짐 가릴 것 없이 창문을 통해 마구마구 내려 주신다.
어이구, 욕봤네. 수고들 혔어!
휴, 좀 살겄다... 근데 외국인 양반들은 대체 어디들 가슈?
말이 안 통하니 '말타고 산 구경'의 한계를 벗어날 순 없었지만, 도시와 다른 풍경을 본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