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아시아(중국 외)

미얀마10(양곤4) - 달라

張萬玉 2009. 3. 24. 09:12

술레 부근에 선착장이 있었다. 강 폭이 좁아 보트를 타면 10분만에 강건너 마을로 갈 수 있다고 했다.

양곤에 도착하던 날 오후에 한번 건너볼까 했는데 渡江 허가서가 있어야 한다고 해서 좌절..

이틀 뒤 다시 시도해보기로 했다. 도강허가서는 술레 퍼야 옆 관광안내소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고 했다.  

 

 

아침을 먹고 관광안내소로 가보니 어라, 오늘 새벽 다섯 시에 남쪽 해변으로 떠난다던 독일애가 와 있네?

장거리 버스를 타러 갔는데 여행허가서가 있어야 버스표를 살 수 있다고 해서 돌아왔단다.

앞서도 말했지만 장거리버스 터미널까지는 택시로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 깜깜새벽에 눈 비비며 나갔을 텐데 이게 무슨 일이래? 왕복 택시비 20달러 날리고.... 만일 거기 가는 버스가 하루에 한 편뿐이라면 귀중한 하루까지 날리게 되는데... 진짜 열 받겠다. 목이 타는지 연신 물만 들이킨다.   

 

 

여행허가서라는 것을 쓰는데... 양식을 채우는 게 아니라 보여주는 샘플 편지를 손으로 베껴쓰는 것이다.

"친애하옵는 담당자님, 저는 한국에서 온 여행자로서... 달라에 가는 목적은 오로지 놀다오자는 것입니다.  절대 정치적인 문제에 대한 이바구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드리오니 저의 여행계획을 허가해주십시오.."  

내어주는 이면지(반가워라, 경희대학교에서 반출된.. ^^)에 볼펜으로 쓱싹쓱싹 베껴낸 뒤 30분을 기다리니

복사된 편지에 도장이 꽝 찍힌 '허가서'를 내준다. 

  

선착장으로 가는 길에서 본 철길 위 노점.

태국 암파와에 있다는 '위험한 시장'과는 달리 이 철길 위로는 기차가 달리지 않는 모양이다.

 

'한국걸스카우트연맹'

옷은 얻어입었지만 이 소녀는 걸스카우트 활동에 필요한 기능들을 이미 다 마스터했을 것 같다.

 

 선착장 대합실. 여행허가서와 1달러를 내밀고 표를 손에 넣었다.

 

달라 마을 사는 사람들일까? 작은 마을이라고 들었는데 승객이 상당히 많다.

 

여기가 상석. 요금 받는 자리는 아닌 것 같은데 몇 석 없으니... 서둘렀나보다.

벽에 걸린 구명조끼 봉투에 프린트된 사진은 판관 포청천에 전조 역으로 나왔던 何家勁. ^^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사람들은 1000짯 내고 플라스틱 의자를 빌리면 된다. 잠깐이니 서서가도 그만. 

 

5분도 안 걸려 다 왔다.  

 

선착장에서 올라오자마자 싸이카 운전사들이 대기하고 있다.

작은 마을이긴 하지만 걸어서 돌아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 싸이카 두 대를 잡았다.

 

이제 보니 싸이카 사진이 여기 있었군.

앞에 타고 뒤에도 타고... 이런 식으로 두 사람이 탈 수 있다.

만달레이에선 저렇게 타고 다녔는데 이 동네는 노면상태가 좋지 않아 그런지 한 사람씩만 타란다.

 

얇게 쪼갠 수박도 문제없다. 당당한 모델 워킹. ^^

 

J가 튿어진 가방 꿰매달라고 했다가 툇짜맞은 집.

 

병원인지 약국인지...

 

주책바가지 아줌마. 낄 데 껴야지....

 

시골마을 치고는 상당히 분주하다.

 

당연히 이 마을에도 절...

 

 오, 한 입 딱 베어물고 싶은 저 싱싱한..... 

 

헤어와 메이컵은 세계 모든 여성들의 숙제

 

미얀마 독립영웅 아웅 산 장군의 동상이 있는 공원.

 

이 마을이 반정부 정서가 강한 지역이라더니....  

 

 

 

공동수도(펌프식)

 

작년에 사이클론 이 이 마을을 휩쓸고 갔단다. 그 후유증은 아직도 치료되지 않았다.

 

그때 유실된 도로를 복구하는 공사가 마을 사람들의 수작업에 의해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여적까지.

       

아이들도 손을 보탠다. 일당 주나? 

  

쓰레기도 잘 활용하면 장난감이 된다. 

 

이건 앞에 한번 올린 사진인데 또 올린다. 내 맘이다. '선량한 웃음'이라는 제목을 붙여놓고 가끔 들춰본다. 

나도 덩달아 빙그레 미소짓게 만드는 이 사진.... 달라 마을에서 찍은 거다. 

볼 거리가 뭐였냐고 물어본다면 딱히 대답을 찾기가 어렵지만 웬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 달라 마을에서... 

 

 

이제 돌아갈 시간. 헤엄쳐서도 갈 만한 거리에 양곤 시내 빌딩들이 근사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미얀마 사진첩 落穗

어느 액자에도 안 맞지만 여행기록에서 개인적으로 빠뜨릴 수 없는 몇 장을 더 낑가본다.

 

10년간 한국에서 돈 벌다 돌아온 청년. 지금은 노점에서 DVD를 팔고 있다.

한국에서 돈 좀 많이 안 벌었느냐니까 많이 벌긴 벌었는데 여자친구가 생겨서 쓰기도 많이 썼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돈 벌러 간'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것 같지만 한국에서의 생활이 너무 좋았다고....

혹시 외국인 노동자라는 신분 때문에 멸시나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았을까 싶어 조심스럽게 물어보니 자기가 만난 한국 사람들은 너무나 친절하고 좋았다고... 다시 갈 수만 있으면 또 가고 싶다고 했다. 

 

이 친구 말고도 한국에 다녀온 사람들을 세 명이나 더 만났다. 다행히 한국에서의 경험이 나쁘지 않았던 모양이다. 두 달 후에 한국에 간다는 청년도 만났다. 기대로 가득 차 있는 이 청년 앞에서 '올해 경기가 좋지 않아서 임금이나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하는 걱정을 차마 입밖에 내지 못했다. 

한국사람 일자리도 없다는 얘긴 더더욱...  

 

양곤에서 삼박사일 동안 편안한 보금자리가 되어 준 오키나와 게스트하우스

 

입구에 놓인 저 의자는 친구 사귀기 딱 좋은 장소다. 

밖에 나가지 않을 때 저 의자에 앉아 있으면 투숙객이든 동네 사람들이든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저 의자 덕분에 마요르카섬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할아버지로부터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초대도 받았고 게이 커플로부터 그들의 러브스토리도 들었고 숙소 골목을 종일 오가며 영어회화 연습을 하는 꼬마녀석과도 놀아주고.... 도무지 심심할 틈이 없었다.     

 

오키나와 게스트 하우스의 매니저인 '게 뛰'(개띠는 아니다. ^^) 양.

 

한쪽 눈에 심각한 문제가 있지만 당당하고 똑똑하고 일도 잘한다. 여자 모모라고나 할까? ^^

처음엔 사무적인 사람인 줄 알았는데 한가한 시간을 골라 얘길 건네보니 상당히 사근사근하고 개인적인 얘기도 거침없이 술술 털어놓는다. 영어도 상당히 잘 한다. 투숙했던 사람들 가운데 친구가 되어 이메일로 자기 영어공부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몇 있다고 한다.

그녀의 현안 문제는 결혼. 나이가 서른이고 남자친구도 있는데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 사람들이 자기를 이상한 사람 취급 한단다. 스물 이전에 엄마가 되는 경우가 허다한 미얀마에서 非혼녀라는 신분은 상당히 큰 골칫거리인 모양이다. 자기도 남자친구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어서 도무지 결심이 서지 않는단다. 그러면서 한국에선 애인과 결혼하지 않고 동거만 하는 게 문제가 되느냐고 심각하게 묻는다. 설마 미얀마에도 유교적 규율이 있는 것일까? 이런 게 문제 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

 

숙소 골목. 저 빨간바지 입은 녀석이 종일 영어회화 연습하며 돌아다니는 꼬마다.

 

숙소 건너편에 작은 무슬림 교회가 있었다. (저 깃발, 무슬림 것 맞지요? 혹시 시크교도 꺼?)

  

동네 골목 피씨방.

 

미얀마에 있을 동안 피씨방엔 딱 두 번 가봤다. 느리기도 느리지만 결정적인 것은...

메일계정을 쓸 수 없다는 점이다. Daum. Naver, Hotmail... 아무것도 안 된다. Yahoo나 google은 되는지 모르겠는데 그 계정은 내게 없다. 웹사이트는 들어갈 수 있지만.. 한글이 뜨는 컴퓨터가 드물다.  

 

저녁이 되면 꼬치를 안주로 맥주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세꼬랑' 골목이다. 금지된 사랑에 빠져 괴로워하는 한 남자의 고백을 안주로 맥주잔을 기울였던...

한국을 떠나면 잊을 줄 알았는데 아름다운 인레 호수가 그녀의 부재를 더 아프게만 만들었고 여행 내내 시름시름 앓았단다. 나이 오십줄에 들었어도 그 순정이란 놈은 늙지도 않는 모양이다. 

생면부지의 우리가 그래도 벽 보다 나았기를 바란다. 

 

얘기를 들어줘서 고마웠던 건지... 꽤 고급스런 음식점에서 한턱 쏘셨다.

 

미얀마를 떠나던 날 양공 공항에서 본 벽화.

 

정치적인 문제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긴 하지만 미얀마는 석유와 천연가스, 각종 광물이 풍부한 아시아 최고의 자원국으로서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가진 나라다. 너무 머지 않은 날에.... 미얀마에게도 과거의 영화와 자부심을 되살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