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아시아(중국 외)

베트남6(나트랑) - 해변은 해운대, 파도는 경포대

張萬玉 2009. 5. 7. 08:07

나트랑에서는 하룻밤 묵었다.

달랏에서 호이안까지 내처 달리기는 좀 멀겠다 싶어 쉼표 하나 찍는 셈치고 들른 도시인데 이곳에도 훌륭한 해변이 있어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해변 구경

 

 

시아누크빌처럼 숙소에서 바로 바다로 나가진 못해도 도로 하나만 건너면 바다니 숙소 위치는 최고다.

해변의 길이는 글쎄.... 해운대보다 길까? 짧을까? 아무튼 끝 모르게 이어지는 넓은 백사장과 백사장을 따라 조성된 아름다운 공원은 당장 해운대를 떠올리게 한다. 

 

오후 네 시. 태양이 구름에 가리니 물빛은 녹색이다.

바람이 거세고 파도가 높아 수영은 어려울 듯.

 

해변을 따라 20분 정도 걸어 도착한 전망탑 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해변 거의 끝의 파란 건물)까지 다 보인다.

해변을 보면 해운대인데 파도를 보니 경포대다. 

 

 

 

 

 

선명한 일몰은 아니어도 스러져가는 일광은 바다를 분홍 빛으로 물들였다.

 

해변 반대쪽에 있는 나트랑 시 정부 광장에도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플래시 끄고...

 

플래시 켜고... 

 

 새벽 여섯 시의 바다는 빛나는 은빛

 

 싱싱한 해변의 아침이다.

 

 나른한 오후의 해변

 

 

 

정오에 체크아웃 하고 나와 밤버스를 타기 전까지 해변에서 뒹굴며 내내 파도소리만 들었는데도

전혀 지루한 줄 몰랐다.

 

 일조량이 많아지니 바다의 색깔은 점점 화려해졌다.

 

 이렇게 아름다운 해변을 두고 떠나자니 발이 안 떨어져....

 

 시내 구경

 

 

 

아침에 시클로를 각각 한 대씩 대절해서 시내 구경을 나갔다. 

정보가 없어서 한 시간 정도 시내의 가볼 만한 곳을 돌아달라고 했다. 

 

 

 

 

 

 

그림이 단순소박해야만 사회주의적인 건가? 사회주의권 나라들의 대중광고를 접할 때마다 갸우뚱하게 된다.

왼쪽 그림은 나무를 심자는 것 같고, 오른쪽 그림은?

마약 하다 걸린 사람 같지만 옆 광고로 미루어볼 때 혹시 남벌 하다가 잡혀가는 그림인 것 같기도 하고...

 

근사한 저 건물은 역사가 오래 된 유명한 성당인지 교회인지...란다. 

 

시내를 연결하는 듯 보이는 다리를 건너 

 

시클로 아저씨가 마음에 두었던 첫 목적지인 듯한 사찰에 도착했다.   

 

남방불교와는 확실히 다른..... 중국식 사찰이다. 

 

 차림새를 보아하니... 약사여래상?

 

가파른 계단을 올라 사방이 확 트인 높은 언덕으로 올라가니 2미터는 훌쩍 넘는 大佛이 좌정해 계시군. 

 

대불이 앉아 있는 단 아래에 모신 것은 아마도 도가 높은 고승들 인 듯... 

 

 

좌불 옆엔 와불. 열반에 드시니 저리 편안하신가보다. 

 

 

사찰 앞에 있는 초등학교 골목에서 군것질을 즐기는 아이들. 

 

교문 사이로 훔쳐본 초등학교. 이곳 아이들도 제기차기에 목숨 걸었다. 

 

이제 크메르식 사원으로 가는 중. 왼쪽에 콘헤드처럼 삐죽 솟아나온 갈색 사원이 거기다.

 

강이 보이는 언덕 높이... 진짜 명당에 자리를 잡았군.

 

계단을 오르고 또 언덕을 오르면

 

바로 여기.

베트남은 불교와 유교의 영향이 강하지만 중부지역에서 살았던 참족들은 그들의 종교인 힌두교의 유적을 남겨놓았다.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왔다는 그들은 고유의 언어인 크메르어를 사용했고 참파왕국을 세워 천 년 가까이 이어가다가 15세기경에 멸망했고 베트남인, 혹은 캄보디아인들에게 완전히 동화되었다. 현재 베트남에는 약 16,000명 가량의 소수민족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벽을 장식하고 있는 조각들을 보니... 이건 캄보디아에서 많이 접해본 압살라춤이다.

 

사원 앞에서 전통악기를 연주하고 있던 (아마도 소수민족?) 악사들 

 

 소수민족을 소재로 한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주로 베트남 북쪽 산악지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중국 남부의 소수민족들과 겹치는 민족들이 많았다. 베트남에도 60여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고 한다.

베트남 일정을 열흘 정도라도 더 늘려잡았다면 그들을 만날 수 있는 싸파에 가볼 텐데.... 

 

 이 분이 사진을 찍으신 분인 듯. 영어해설이 없으니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 더듬더듬 짐작할 뿐...

 

시내로 돌아오니 비둘기를 날리는 베트남 병사들이 두 손 들어 맞아준다.

총과 비둘기라니, 평화는 힘으로만 지킬 수 있는 현실이 마음 아프다..

  

여행자들을 위한 레스토랑이 모여 있는 어느 골목. KS는 무슨 뜻이고 빨간 글씨, 파란글씨는 또 뭔지...도통~

 

 그래도 밥 먹는 데는 지장 없으니 다행이다.

이 요란스런 아이스크림은 점심으로 먹은 쌀국수 값의 세 배 가까이 되는 가격을 받는 아이스크림...

맛난 게 심하게 땡겨 이탈리아인이 경영하는 정통 이탈리아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 기분 좀 냈다.

 

 

지나다가 우연히 들여다본 유치원. 학예회 준비중인 듯했다.

드높이 걸린 호 할아버지 사진이 인상적이어서 한 컷.

 

 

음력설이 일주일도 안 남았다. 여기저기서 설맞이 장식 하느라 바쁘다.  

 

숙박지 에피소드

 

  

하룻밤이었지만 황당한 시추에이션이 되풀이되어 지금까지도 기억나는 Quang Vinh 호텔.

사이공에서 예약할 때 '엘리베이터가 있는 호텔'임을 강조하더니... 과연 엘리베이터가 있긴 있었다. 하루에 몇 차례씩 서는... ^^

도착해서 체크 인 할 때도 웃겼다. 외국인 손님은 거의 없는 호텔인지 리셉션 아가씨가 몹시 당황해 하며 허둥지둥 하길래 영어가 안 되서 그러나 (영어가 안 되긴 안 되지만 그렇다고 체크인 하는 데 지장있을 정도도 아니었는데) 했더니 그게 아니고.... 

우리를 데리고 일단 7층으로 올라갔는데, 아침에 체크아웃 한 방이지만 청소가 안 되어 있었다. 다시 6층 어느 방으론가 데려갔는데 사람이 있고... . 다시 4층에 내려가서야 겨우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도무지 관리가 안 되는 호텔이란 걸 첫대면에 확실히 알려준 것이다. 그러니 위생 상태는 뭐 안 봐도 뻔하지. 겉 보기엔 깔끔한데 욕실에서 장수하늘소 만한 바퀴벌레를 세 마리나 잡았다. 

 

관리불량의 결정판!

아침식사 제공되는 호텔이라고 해서 체크인 할 때 식당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웬지 우물쭈물 하더니 12층이라고 했다. 이튿날 아침 밥 먹겠다고 12층에 올라가니 꼭대기층이라고 방이 딱 하나 있는데... 

작은 주방이 딸린 직원 숙소였다. 우리가 들어가니 주방 앞 빈 공간에 식탁 세우고 난리가 났다.

합판으로 대강 가려놓은 공간에서 자고 있던 총각 녀석이 입을 댓발 내밀고 눈 비비며 나오는데... 이렇게 민망할 데가! 사정이 이런 줄 진작 알았으면 밖에 나가서 사먹어도 되는 건데.... 사정도 안 되면서 아침 준다 소리는 왜 하냐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며 바게트 사오고 계란 부치고... 에구, 정신 사나워.

침대머리에 펼쳐놓은 공책을 보니 일 마치고 밤 늦게까지 수학공부를 하다가 잠이 든 모양이다. 시골에서 올라와 주경야독하며 내일을 준비하나보네. 가난한 친척조카의 방을 들여다보는 기분이었다.  

 

22불이나 내고 여인숙 손님 대우를 받긴 했어도 종업원들이 친절하니 한심하긴 해도 불쾌하진 않았다.

체크아웃한 뒤에도 해변에 나갔다가 카메라 밧데리 충전한다고 들락날락, 화장실 쓴다고 들락날락, 물 얻어먹으러 들어와 수다도 떨다가 인터넷도 하다가.... 그냥 옆집 동생들이랑 노는 것 같더군.

 

 

시클로 아저씨들 울릴 뻔한 얘기

 

아침에 시내를 돌아보려고 시클로 두 대를 불렀는데 합해서 한 시간에 fourteen Thousand이란다. 와, 싸네?

호치민 시내에서 돌아다닐 때는 기본 5만 동 불렀다가 3만 동 불렀다가 2만 동까지 깎아주길래 1만 사천 동이란 소리를 들었을 때 확실히 지방도시라 바가지는 안 씌우는구나... 싶었다.

원래 한 시간만 돌기로 했는데 돌다 보니 두 시간 반이 지났다.

1만4천 * 2.5 하면 7만 동..... 웬만한 레스토랑에서 둘이 배터지게 먹은 값도 안 된다. 황송해라.. 너무 싼데?

J가 탔던 시클로 아저씨, 아니 할아버지에게 요금을 지불하니 갑자기 얼굴색이 변하는데.... 영어를 못하니 뭐라고 항의도 못하고 fourteen 소리만 되풀이한다. 내 시클로를 끌었던 아저씨도 울그락 불그락 어쩔 줄을 모르더니 어디로 사라졌다가 근처 호텔에서 누군가를 데려왔다. 아니, 왜 그러세욤?

 

아이고, 한 시간당 요금은 fourteen이 아니라 forty 였다.

4만동이면 * 2.5시간에 두 사람이니 20만 동... 달러로 7.5불 정도, 둘이 나누면 4불 남짓이다. 그러면 그렇지...

호치민에서도 깎아서 2만 동에 갈 수 있는 거리는 20분 이내에 있는 거리였잖아. 아무리 물가가 싸도 분수가 있지 두 시간 반 동안 땀 뻘뻘 흘리고 1불 남짓이라니... (내가 속셈을 좀 하면 그 아저씨들이 값을 잘못 불렀다는 걸 처음부터 알아차렸을 텐데...)

 

순박한 아저씨들, 영어는 안 되지... 얼마나 속이 탔으면 다른 사람까지 불러댔을까.

내가 바가지 안 쓰려고 기를 쓰긴 하지만 굳이 시세보다 싸게 살 생각은 안 하는 축인데.... 게다가 열심히 친절하게 봉사해준 사람들에게 바가지 씌울 생각은 추호도 없는데.... 

워낙 박박 깎는 사람들에게 시달리다 보니 아저씨들은 우리가 자기네를 속이려는 줄로 오해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