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중국

09 縱橫四海 2 - 샤먼 鼓浪屿, 난징 玄武湖

張萬玉 2009. 7. 9. 07:51

샤먼 鼓浪屿

 

우이산 가는 비행기가 오후 다섯 시였기 때문에 오후 서너 시간을 보내려고 잠깐 돌아다닌 것과 우이산에서 돌아온 날 밤을 보낸 게 샤먼에서 머문 전부였지만, 중국에서 살고 싶은 도시 다섯 개만 꼽아보라면 그 안에 들일까 싶을 정도로... 샤먼은 인상적인 도시였다. 대만과 뱃길로 1시간도 안 걸리는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그런지 대만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지난번 동남아 여행 때 닷새간 체류했던 대만에서 느꼈던 기분이 다시 찾아왔다. 꼭 어디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그 도시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포근하고 쾌적한 느낌...      

 

샤먼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꼽는 구랑위는 작은 섬이다. 배를 타고 가지만 1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이고 배는 공짜다(아니, 가는 배는 공짜, 오는 배는 4원을 받으니 사실은 공짜가 아니다. ㅎㅎ).

  

해변에는 놀러온 사람들로 붐비지만 상주 인구도 2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섬의 크기를 생각하면 뜻밖이다.

 

 

 

집값이 거의 상하이 집값에 육박한다니 이 섬에 사는 사람들은 부자들인가보다.

1860년부터 유럽인들이 거주했고 1930년대부터는 조계지로 지정되었던 곳이라, 그들이 물러가고 난 뒤에도 그들의 유럽풍 별장들이 그대로 남아 구랑위의 관광지로서의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  

 

 아하... 신혼여행이나 웨딩사진 찍으러들 오는 곳이구나. 

 

구랑위의 상징인 日光巖 꼭대기에 서 있는 인물은 청조에 대항해 싸우던 명나라 장군 쩡청공(鄭成功)이다.

 

중국사람들에게 '샤먼' 하면 '싱싱한 해산물 먹으러 가는 곳'으로 인식될 만큼 샤먼에는 해산물이 풍부하다.

그 대표주자가 혹시 문어? ^^

마음 같아서는 나도 싱싱한 해산물을 배터지게 먹어보고 싶었지만 바쁜길에 혼자.... 그냥 해물국수 한 그릇 맛보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밀랍인형관 앞에 붙은 간판에 반가운 얼굴이....대장금이 중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모양이다.

진짜 닮았는지는  안 들어가봐서 모르겠고,... ^^

 

따뜻한 햇볕, 상쾌한 바람...  모두들 웃는 얼굴들이시네요. 구랑위에서 행복하셨나봐요?  

 

샤먼에서 대만의 찐먼(金門)까지 가는 배는 8시 반부터 5시 반까지 매시간 있다고 한다.

가격은 편도 150원에 항만세까지 합해 180원. 대만 가기 정말 쉬워보인다(외국인의 경우 여권만 있으면 된다)

그러나 대만古都다운 분위기 하며....
대만의 찐먼부터 타이베이까지는 (철도교통편은 모르겠고..) 비행기로 2000신타이삐(新臺幣:NTD)가 드니 오히려 홍콩에서 타이베이로 날아가는 것보다 싸지 않을 것 같다. 아무튼 小三通(通港, 通商, 通信)으로 상호간 얻는 것이 많아졌고 평화와 번영의 첫발을 내딛게 됐으니 참으로 현명한 사람들이 아닐 수 없다.

 

 通士達(Top Star) 전구는 복건성에서 생산되는 유명한 전구란다.

 

상하이 같은 화려함은 없지만 조용하고 깨끗한 자태가 더 우아하게 느껴지는 샤먼 거리 

 

반도의 지형을 가로지르는 자동차전용 고가도로가 인상적이다.

 

혼자 다니면 절대 안 묵었을 으리뻔쩍한 호텔... 샤먼에 있는 옛 고객 덕분에 하룻밤.

아침을 먹는데 (간단한 아침부페에) 삼치 비슷한 물고기 튀김이 나왔다.

어찌나 싱싱하고 바삭한지... 과연 샤먼이구나 싶더군..   

 

남편과 만나기로 한 동관으로 가기 위해 장거리버스 터미널에 갔더니 베트남에서 보았던 세 줄 침대가 이층으로 배열된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등받이가 세워지지 않고 앉으면 머리가 천장에 닿을 지경이라 자리 잡자마자 계속 누워서 가야 하는 시스템.

8시 50분에 버스에 올라 7시 반에 내렸으니 장장 10시간 반의 길고 긴 여정.... 내 옆 침대의 꼬마는 사지가 뒤틀려 괴로워하다 결국 쌩잠에 빠지고 만다. ㅎㅎㅎ    

 

이럴 때에 대비해서 8G짜리 MP3에 2000곡을 담아왔지롱.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누운 자리에서 바로 푸른하늘 흰구름이 보이니 왼쪽 귀에서 오른쪽 귀로 관통하는 음악은 날 온전히 하늘바다로 모셔간다. 남들은 고달프다고 할지 모를 남루한 장거리 버스 침대는 파란하늘을 거침없이 누비는 저 흰구름 만큼이나 럭셔리한 flying bed가 되었다.   

 

결국 차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일행 꼬마들을 불러올려 장난질을 시작한 옆 침대 꼬마....

 

내가 외국인이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된 아이의 엄마까지 이층으로 올라와 합세.

마지막 두 시간을 수다로 때우고 댓잎으로 싼 맛있는 밥까지 얻어먹었다.

참, 사진 보내달라고 이메일 적어줬었지. 깜빡할 뻔했네.

 

여기는 동관공장의 한국직원 숙소.

우리 있을 때 공장을 시작하기 위해 상해에서 훈련시킨 다섯 명 중국직원만 데리고 내려왔던 김부장, 재개발 직전의 사무실 한 칸 얻어 어렵게 시작했는데.... 작년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고생 많이 했겠다.

동관도 예전에 전해듣고 상상했던 동관이 아니다. 상당히 크고 상당히 번화하다.

최근 3년 들어 괄목상대할 만한 발전을 했다고 한다.(그러나 치안 상황은 여전히 그리 좋지 않다고....)

 

하룻밤 자고 광주 공항에서 남경행 비행기에 탑승.

남편의 이번 여행 목적은 석사 논문으로 준비하고 있는 '중국 개혁개방기 국영기업, 향진기업의 개혁과정 사례연구'를 위한 인터뷰였다. 예전에 고객이었던 전자부품 업종 대기업들이 대부분 그 과정을 겪어왔던 기업들인지라 진행에 큰 어려움은 없었던 모양인데, 특히 복건성과 광동성 업체들의 내용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던 모양이다. 얼마 전 은퇴했으나 여전히 학회 등의 활동을 정력적으로 펼치고 있는 어떤분은 A4 용지로 20매 가량 되는 미발표 논문을 참고하라고 선뜻 내어주기까지 하셨다니... 남편은 그저 싱글벙글, 내가 어디서 뭘하고 지냈는지는 아무리 우짖어봤자 귀에 들어오지도 앉는 모양이다. ㅎㅎ        

 

남경에서의 인터뷰는 3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그 업체는 나도 예전에 들락거리던 곳이라 같이 가볼까 싶기도 했지만 이왕 빠지기 시작한 거 확실하게 빠져주자 하고는 업체에서 멀지 않은 현무호에서 내려달라고 했다. 자금산과 함께 남경 관광지의 대표주자격인 현무호... 예전에 몇 번 지나치기는 했어도 한 번 멈춰본 적 없는 그 호수변을 이번엔 제대로 한번 돌아봐야지. 

 

예전에는 어지럽고 지저분했던 남경역 주변이 신청사로 바뀌면서 그렇게 됐는지... 엄청 깨끗해졌다.

현무호는 남경역 바로 건너편이라 역 청사 이층으로 올라가면 한눈에 보이겠다. 

서호보다는 작겠지만 꽤 큰 호수임에는 틀림없다. 가운데 조성한 섬을 포함해서 호수변을 한 바퀴 걷는 데 세 시간 만에 다 못 돌고 결국 호수변을 가로지르는 보트를 타고 건너와야 했으니.... 

 

분지 안에 형성된 도시 남경은 그래서 여름이면 40도를 넘는 무더위에 지쳐간다. 

내가 도착했던 날은 비가 오락가락해서 좀 식었다지만 그래도 상당히 후덥지근했다.

'중국 4대 火爐'의 더위를 피해 공원에 나온 남경시민들, 낚시도 하고....     

 

나무 그늘에 앉아 신문도 보고

 

 

연애도 하고...

 

연을 만들어 날리기도 하고...

 

  

개헤엄도 시키고...

 

나무 그늘에 해먹을 매어 낮잠도 자면서 더위를 식힌다.

 

현무호변에 가장 많이 피어 흐드러진 꽃은 연꽃... 그리고 이 이름 모르는 꽃.... 

 

언제적 쌓은 성벽인지 모르지만... 현무호의 일부는 이 거대한 성벽에 둘러싸여 있고

 

그 성벽은 성문과 연결되어 있다.  

 

도심 속의 호수... 멋지다. 우리나라 석촌호수 생각이 났다. 

 

현무호 한가운데 조성된 섬 안으로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야 한다. 안에는 새 공원, 어린이 놀이공원을 비롯하여 이런저런 이름이 붙은 景点이 있다. 현무호 공원의 하이라이트라고나 할까.

공원에 들어서니 정면에 태호석으로 치장한 작은 언덕이 보이고 그 앞에....

좋아한다고 그린 것 같은데 바닥에 그려놓은 것이 좀 애석하다.

 

새 공원 앞의 기괴한 조형물.

안 그래도 새 무서워하는데 이런 흉물꺼정.... 흥, 하나도 안 재밌다.

 

섬을 한 바퀴 돌아보고 나니 일행과 만나기로 한 시간이 다 됐다.

남경역이 바로 건너편이긴 한데 나머지 반 바퀴를 돌아서 가자면 한 시간도 넘게 걸리겠다.

할 수 없이 20인승 보트를 혼자 타고 건넜다.

 

이날 저녁 상하이에는 무시무시한 폭우가 쏟아져 거리에 물이 넘치고 홍차오 공항에도 물이 차 한국에서 돌아오던 비행기가 착륙을 못하고 공항 위에서 한 시간 동안 저공비행을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