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아시아(중국 외)

태국8(팍총2) - 카오야이 히치하이킹

張萬玉 2009. 8. 10. 11:18

 

아침 일찍 호텔에서 나와 팍총 역부터 들렀다. 오늘 저녁 몇 시나 되어야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니 내일 타고 갈 기차 시간을 미리 확인해둬야겠기에...

찬물 샤워와 쪼그리고 앉는 화장실에 적응하고 보니 이 호텔이 최상의 호텔일쎄. 기차역도 버스터미널도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지, 바로 앞에 야시장 서니 저녁 걱정 안 해도 되지, fresh mart  있지 영어 하는 아가씨도 있지.... 나야 오늘밤만 자면 떠나니 그럴 필요도 없지만 시설이 불만스러우면 330밧짜리 에어컨에 뜨거운 물 나오는 방으로 옮기면 된다.

 

아유타야 가는 기차는 오전 10시에 있다.

요금은 버스 요금의 1/4도 안 되는 23밧, 자리는 여유가 있어서 예매할 필요가 없다. 완벽햐!

 

등교하는 아이들이 썽테우를 기다리고 있다. 거 교복 한번 편하고 이쁘네.. 

 

카오야이 국립공원 가는 썽테우에는 식재료 보따리를 묵직하게 들고온 아줌마와 나 둘 뿐이다.

아마 국립공원 어디선가 음식장사를 하는 양반 같다. 눈이 마주치니 친절하게 웃어준다.

내가 가고 있는 곳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볼 것이 많지만 말이 안 통하니..... ㅜ.ㅜ

타면 바로 내릴 줄 알았더니 꽤 달린다. 나중에 기사에게 물어보니 40킬로란다.

가는 길에는 고급 리조트가 즐비하고 학교와 사원, 시장이 있는 마을도 있다. 

 

 

공원 입구가 이 썽테우의 종점. 

입장료 400밧을 내고 들어가려니까 표 파는 아가씨가 의아한 얼굴로 묻는다. 걸어가시려구요?

visitor's center까지 23킬로란다. 헉!!!

대중교통편이 없으니 택시를 타든지 hitch 하란다. 대부분 여행사를 끼고 오거나 차를 가지고 오지 나처럼 대책없이 혼자 오는 사람은 거의 없는 모양이다.  

어쨌든 왔으니 들어가보긴 해얄텐데 국립공원 안으로 지나가는 빈 택시는 눈 씻고 봐도 없고, 사람을 가득 태운 썽테우가 지나가길래 세워봤더니 여행사 패키지 팀이라 못 끼워준단다. (탄 사람들은 괜찮다는데...)

썽테우 몇 대 툇짜맞고 이 일을 우짜면 좋을지 궁리하고 있는데 승용차 한 대가 서더니 타라고 한다.

관리사무소에 근무하는 사람인데 영어가 좀 서투르긴 해도 엔간히 소통은 된다.

한국 친구들이 있단다. 모 공장에 설비를 설치하고 가동시키는 걸 가르치기 위해 팍총에 한 달째 체류하고 있는 사람들인데, 주말이면 같이 카오야이 국립공원 트레킹도 하고 낚시도 다니면서 어울리고 있다고, 한국 사람들은 정이 많아서 좋다고 한다.

 

원숭이가 차를 가로막고는 먹는 시늉을 한다. 먹을 걸 달라는 모양이다.

대담한 녀석... 달리는 차에 뛰어들다니 네가 무슨 자해공갈단이냐? ^^

빵 부스러기라도 주려고 가방을 뒤적이니 먹을 걸 주면 안 된단다. 

 

10킬로쯤 달리다가 전망대라고 잠시 세워준다. 이건 얻어타는 게 아니라 고객님 대접인데... ^^

 

 

산도 높고 시야도 넓은데 전망은 별로 감동스럽지 않았다.

하얗게 타오르는 태양 때문이었나, 건기라 숲이 너무 마르고 말라서 그랬나.. 

 

 

공원사무소까지 차로 30분 가까이 올라온 것 같다. 공원 트레킹은 여기서 시작된다.

공원사무소 옆으로 난 꼰 게우 폭포 코스는 40분 정도 걸리는 맛보기 코스. 그 이상 가려면 기본 8킬로부터 시작하는데 가이드 없이는 가지 말라는 경고문이 붙어있다.

어차피 오늘은 카오야이 국립공원이 어떤지 맛이나 볼 생각이었으니 욕심 안 부리기로 한다.

 

건기라서 개울이 되어버린 강을 건너

 

덩굴식물들을 헤치며 가는 길이 혼자라도 심심한 줄 모르겠다.

 

 

 

  

 

 가끔 사슴도 만나고

 

짝짓기하는 나비도 만나고

 

 

개울가에서 물장난도 치다 보니(애게게... 저게 폭포란다!) 어느새 8킬로 코스가 끝나버렸다.

아침 일찍부터 서두른 터라 아직 정오밖에 안 됐는데 그냥 돌아가긴 서운하고... 그렇다고 가이드가 필요하다는 먼 길에 들어서는 건 무모한 짓인 것 같고...

궁리 끝에 야생동물들을 볼 수 있다는 농팍치 타워가 그래도 짧은 코스인 것 같아 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들어오던 포장도로를 되짚어 2킬로 정도 걸으니 wang jumpee라는 또다른 트레킹 시작점이 나온다.

우거진 숲에 가려서 동굴처럼 보이는 길로 들어가보니 개울이다.

 

 

저 개울을 건너야 할 것 같은데 징검다리가 없으니 갑자기 모험심이 발동하더란 말이지.

제법 큰 돌을 힘들여 옮겨서 물 속으로 밀어넣으니 보기보다 물이 깊어 흔적도 없고 썩은 통나무를 끌어다놓으니 둥둥 떠서 한발 디뎠다간 몰 속으로 나동그라지기 십상...ㅋㅋ

 

 

괜한 톰 소여 흉내로 땀만 바가지로 흘렸지만 한 시간 재밌게 놀았다. ^^

 

 

농팍치를 향해 다시 전진.

땡볕이 좀 괴롭지만 맘만 굳게 먹으면 못 견딜 것도 없다. 힘들여 걷는 걸음이니 뭔가 선물이 있겠지.

 

 

 

 

과연 그랬다. 탁 트인 사바나 초원이 자못 감동스러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저 열대초원은 밤에 코끼리가 지나다니고 늑대와 사슴, 원숭이, 각종 새들의 천국이 된단다. 

 

 

 

 

 

 여행사 트레킹 팀으로 온 사람들은 모두 다리에 각반을 치고 있다. ^^  

 

황토길 끝에 붉은 지붕을 이고 서 있는 집이 야생동물들을 지켜보는 전망탑이다.

동물들은 밤에나 돌아다닌다니 낮엔 저기서 낮잠 잘 일밖에 없다. ^^

 

 

  

시원한 바람이 사통팔달 거침없이 지나는 전망탑에서 큰댓자로 누웠는데 한 팀이 몰려온다.

얌전히 자세를 고치고 기다리니 10분도 안 돼서 몰려가고 또 한 팀이...

가이드 없이 혼자온 건 나뿐이다. 왜그럴까?

 

돌아가는 길이 그 대답을 알려준다.

올라올 때만 해도 돌아갈 걱정은 전혀 없었다. 썽테우 운전사가 오후 4시부터는 많이 있을꺼라고 했기 때문에

정문까지 히치할 각오는 했었고... 고맙게도 한 총각이 기꺼이 태워다줬다. 그 친절한 총각이 팍총까지 간다고 그냥 타라는데 욕심 많은 이 아줌마, 공원 부근 마을이 궁금해서 사양하고 내렸던 것이다.

헌데 공원 부근 마을이라고 해야 별로 볼 것도 없고.... 더 큰 일은 썽테우가 그림자도 안 보인다는 사실이다.

이제부터는 잘난척하고 혼자 돌아다닌 대가를 치를 시간. ㅋㅋ

 

현지인 식당은 대부분 개점휴업 상태... 열었어도 내가 무서워하는 닭고기만 팔고...

 

리조트를 겸한 근사한 식당에서 볶음밥 시켜 먹으며 썽테우를 기다릴 때까지는 여유만만이었는데....

 

  

 

 

어느덧 4시 반, 5시가 되어도 썽테우는 그림자도 안 보인다. 단체손님 싣고 온 차들만.. 처량하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내 앞을 약올리듯 씽씽 지나간다. 

한 시간 가까이 죽치다가 겨우 착한 아줌마 차를 얻어탔는데 팍총까지 안 가고 호텔이 몰려 있는 지역까지만 간단다. 거기 가면 택시는 있겠지 했는데....

10킬로쯤 달려 리조트와 레스토랑이 북적대는 동네에 내렸는데... 어찌된 일인지 거기도 거리가 텅 비었다.

비수기(건기)라도 그렇지... 이렇게 썰렁할 수가.

음식점에 물어보니 팍총 가는 썽테우는 아침에 한 차례만 왔다간다나.

 

다시 손가락 세우고 서성이기를 20여 분. 트럭 달린 van 뒷칸을 얻어탔는데

 

불행히도 이 차 역시 팍총과 방콕으로 갈리는 고속도로변까지가 나와의 인연이었다.

이젠 어쩌나... 그래도 여긴 팍총 입구니까 좀 걸어보기로 한다.

 

엊그제 밤, 팍총 들어올 때의 감으로는 30분 정도 걸으면 되지 싶었는데, 웬걸... 40분을 걸어도 도로변에 주유소만 있는 낯선 거리. 다리쉼을 할 가게도 없다.

드디어 대중교통들이 나타났지만 오기가 나서 한참을 더 걷다가 결국 포기하고 썽테우를 잡아탔는데 그러길 천만 다행이었다. 다리 부러질 뻔했다. 거기서부터 숙소까지도 3킬로는 족히 넘는 거리였다.

땡볕 아래 공원에서 이미 10칼로 가까이 걸었고 팍총 입구부터 4킬로 정도 걷고 난 내 발은 이제 파업 모드.

메마른 숲은 기대에 못미쳤고 고생이라면 고생인 하루였지만 그래서 더 잊지 못할 카오야이 국립공원.

우기에 가면, 그리고 산 좋아하는 벗들과 함께 (차를 가지고!) 가면 분명히 멋진 하이킹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