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1 - Bella Lisboa
# 2010년 3월 30일의 일기
유레일을 이용한다면 빠리에서 바르셀로나로 1박2일 빡세게 달렸겠지만
저가항공을 검색하다 빠리 - 리스본 편도 25유로짜리 티켓을 발견하고 우선 포르투갈 땅부터 밟기로 했다.
유럽에서 처음 타보는 저가항공, 그 싸고 편리한 매력에 한번 빠지면 심신이 고단할 때 저절로 손이 가는 중독성 상품이다.
이후로도 두 번이나 더 이용했다.(마라케시 - 마드리드, 런던 - 에딘버러 왕복)
두 시간을 날아 도착한 리스본.
작은 부에노스 아이레스 느낌? 하지만 훨씬 깨끗하고 여유있다.
화려한 도시 파리에서 방금 날아와 그런지 조금은 만만하게 느껴지는 소박한 도시. 공연히 바쁜 마음 내려놓고 천천히 즐기는 구간이겠다.
공항에서 공항버스 타고 아홉 정거장째, 레스토랑 역( ^^ )에서 하차해서 예약해둔 속소 쪽을 바라보니 헉! 숨가쁜 언덕길이다.
요시모토 나라의 그림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아가가 소파에 혼자 오두마니 앉아 있다가 상큼한 미소를 날려주신다.
벨라 리스보아의 심볼마크, 슬아. 세 돌도 안 된 아가인데 어찌나 발음도 정확하고 말을 잘하는지... 일단 그녀의 매력에 빠지게 되면 빠져나올 방법이 없다. ㅎㅎ
밝고 아기자기하면서도 자유로운 분위기의 Bella Lisboa. 오랜만에 집에 온 것처럼 몸과 맘을 다 풀어놓고 빨래꺼리도 풀어놓고
신라면에 공기밥도 사먹고 손톱발톱 깎고.... 무엇보다도 한글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컴퓨터를 만나 그동안 밀린 메모를 싹 정리해버렸다.
파리에서 만나 동행이 되었다는 아줌마 셋까지 합세해서(나보다 대여섯 살 정도 어려보이지만) 간만에 외톨이 노친네 신세를 잠시 잊을 수 있었다.
내일 포르투부터 다녀오고 난 뒤에 천천히 놀아야겠다. 뭐지, 이 여행이 끝난 것 같은 느낌은? ^^
숙소가 있는 메트로 레스따우란떼 역 부근. 중심가와는 한 정거장 정도 떨어져 있다.
저녁 먹고 쓰레빠 끌고 나가 어슬렁대던 무슨? 광장 분수대.
# 2010년 4월 3일의 일기
리스본에서도 5박6일 일정이구나.
간만에 좀 늘어져 있을까 했는데 포르투에서 모로코 동행하겠다는 처자를 만나 스케줄을 맞추려다 보니 이렇게 됐다.
포르투에서 1박 2일, 돌아와서는 신트라와 로까곶에 다녀오느라고...... 오늘에서야 리스본 시내 구경에 나선다.
메트로와 트램을 무제한 탈 수 있는 리스보아 1일권을 끊어 일단 메트로 맛을 보기로 한다.
매주 화, 토요일에만 열린다는 도둑시장으로 출발.
산타 아폴로니아 역에서 내려 산타 앵글라시아교회가 있는 언덕으로 올라갔다.
생각보다 규모가 컸고 집안에서 소장하고 있는 소소한 골동품들이 많이 나와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올라올 때도 낑낑대긴 했지만 큰 길로 올라와서 크게 못 느꼈는데, 내려갈 때 보니 지대가 엄청 높은 곳이었더군.
뒤로는 리스본 시내 7개 언덕 중 가장 높은 언덕에 우뚝 선 쌍 죠르즈성이 보이고
앞으로는 리스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 바다까지 내다보인다.
도둑시장에서 내려와 18번 트램 타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리스본 시내 구경.
(사진은 어찌어찌하다가 대부분 날려먹어서 '관광명소' 사진은 없음. 어딜 갔었는지도 모르겠고... ^^)
귀여운 순찰차
명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아줌마.
독특한 컬러 감각, 원단가게 혹은 맞춤옷집.
엇, 아시아 음식 부페다!!
하지만 안 들어갔다. 오늘 한국식 아침을 원없이 먹었는걸. ^^
포르투갈로 넘어오면서 확실히 느끼는 건 저렴해진 물가.
매일 점심이나 저녁 한 번쯤은 남부럽지 않게 저리도 푸짐한 생선접시를......
볼리비아 라파스 만큼은 아니지만 리스본의 비탈길도 장난이 아니다,
시내 곳곳이 비탈이라 골목골목 누비고 다니려면 트램이 아주 요긴하다.
궤도가 있으니 접촉사고야 안 나겠지만.... 아슬아슬..
트램 타고 돌다 보니 나도 모르게 숙소 뒷쪽 언덕에 있는 공원에 도착
어느 공원에나 꼭 있는 닭살커플
공원에서 바라본 건너동네 풍경
테이블 대여섯 개 놓인 작은 까페. 커피는 맛있었다.
아저씨는 재미있고 친절했고......
내려올 땐 걸어내려왔다.
담벼락 곳곳에 찍힌 멋진 작품(!)들을 보면서...
저녁에 룸메이트들과 파두1를 보러가기로 했는데 서로 여기저기서 기다리다가 그만 무산되었다. 아까비~
- 파두는 포르투갈의 민중가요로 이슬람, 아프리카, 브라질등의 민속음악 영향을 받은 음악으로 19세기 중반에 리스본의 변두리 술집과 카페 등을 통해 널리 불렸다. 파두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1954년 프랑스영화 '테주강의 연인들'에서 아말리아 호드리게스가 노래한 주제가 '검은 돛배' 때문. 20세기 최고의 파두가수 아말리아는 1920년 알파마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어린시절부터 과일을 팔아 가족의 생계를 도우며 10대부터 노래를 시작했다. 그때부터 1999년 7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할때까지 '파두의 여왕'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반주는 비올라라고 불리는 보통의 기타와 기타하라고 불리는 포르투갈 특유의 둥근 기타로 한다. 여성 파디스타는 검은 숄을 어깨에 걸치고 남성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노래하는 것이 전통적인 스타일.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