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에(~2011)/地芚山房

기록 2 : 앞산 산책길

張萬玉 2011. 5. 14. 17:30

앞산 산책길은 우리의 지둔리 생활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존재.

우리에게 있어서 이 산책길을 찾아낸 건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찾아낸 것 만큼이나 운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근에 천마산, 철마산, 주금산, 서리산, 축령산 등 이름이 알려진 산들이 널렸지만 산책로로 여기 만큼 훌륭한 코스는 아직 알지 못한다.

 

산책로 초입부터 울창한 잣나무숲이 가슴을 뻥 뚫어준다.

 

들머리의 '오르막 코스'도 정말 착하다. 

조금 숨이 찰 만하면 바로 평탄한 길.. 대령이다.

 

영하 16도를 찍었던 한겨울에도 하루 빠짐없이 다녔다.

흰 눈으로 덮인 산길이 참 멋졌는데... 그땐 사진 찍어둘 생각도 못했다. 이거 딱 한 장 뿐이네.

인적이 드물어 동물 발자국 밖에 없는 그 고적한 느낌을.. 올 겨울에는 꼭 찍어둬야겠다.

 

3월말까지도 마른가지와 낙엽밖에 없던 오솔길이...

 

불과 한 달 뒤에 이렇게 푸르러졌다.

 

비가 한 차례 지나간 숲은 생기로 넘쳐난다. 

발 아래 깔린 아기나리 융단 때문에 안 그래도 조봇한 오솔길이 더 좁아졌다.

 

여기는 산책길 중간지점인 터널 위. 3월 말까지만 해도 이랬던 곳이....

 

한 달만에 온통 푸르러졌다.

왼쪽 비탈에 심은 철쭉이 봉오리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더니...

 

열흘 뒤에 오니 불이 붙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단비가 두어 차례 내렸던 거다.

이제 서리산 철쭉동산에 가볼 때가 된 것 같다.

터널 위 오른쪽... 축령산 가는 길 양 옆으로 벚꽃과 목련이 활짝 피었다. 4월말 촬영.

 

터널 위 왼쪽 방향. 철마산에서 천마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5월 9일 촬영.

흠뻑 비가 온 뒤라 천지에 푸른 생명의 기운이 가득하다. 

'초록은 동색'이란 말은 틀렸다. 결코 동색이 아니더라. ^^

 

이게 무슨 나무에서 열린 거였는데... 잊었다.(혹 아시는 분?)

 

이게 갈참나무의 숫꽃이라는군.

 

아래쪽에는 잣나무가 많지만 중턱으로 오면서 활엽수가 주종을 이룬다. 단풍나무, 갈참나무, 고로쇠 나무.... 

4월 중순 들어서면서 빨간 잎받침에 의지하여 살짝 머리를 내밀던 어린 잎들이 불과 2주일만에 저토록 싱싱한 모습으로 자랐다.

가을이면 이 나무들이 산책길의 주인공이 되겠지... 기대된다.

 

3월 내내 인간에게 수액을 빨리던 고로쇠나무가 4월이 되니 상처를 수습하고 연한 잎새들을 피워올렸다.

 

에비, 이건 옻나무다.

 

  

 

  

같은 나무를 일주일 간격으로 찍어봤다.

무슨 나무인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갯버들과 신갈나무 아닐까?)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모습이 신기하고 기특해서...

 

걷다 보면 서리산 화채봉으로 연결된다지만 체력을 바닥 내지 말라는 의사선생님의 권고에 따라

한 시간 정도 걸으면 나타나는 반환점, 어느 고마운 이가 만들어놓은 의자에서 물 한 모금 마시고 돌아내려온다. 

길 양쪽 옆 양지 바르고 전망 좋은 비탈엔 어김없이 산소가 자리잡고 있고, 산소 묏등엔 어김없이 할미꽃이 무성하다. 

 

우리 산책길의 출발점이자 종점인 외방1리..... 축령산의 품에 안긴 아늑한 마을이다.

명자꽃 울타리야, 착한 닭들아... 오늘도 잘 있고 내일 또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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