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에(~2011)/熱情時代

Ⅲ - 6. 다시 중국으로

張萬玉 2012. 1. 10. 11:25

2010년 3월초 박중희 선배가 담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췌장염으로 알고 연말 휴가를 이용해 수술하려고 입원하신 지 석 달도 채 안 되어 가셨다.

슬픔과 충격이야 이루 말할 수 없지만 남은 사람들은 그 유업을 이어가야 한다. 10년간 열정을 쏟아온 중국사업에 대한 애정이 컸기 때문이었을까. 이미 회사를 떠난 입장이지만 박중희 선배가 없는 중국사업을 생각하니 걱정이었다. 후배들에게 맡기기엔 아직 벅차다고 생각되었다.

임회장님과 상의한 끝에 경기도시공사 감사직을 사임하고 상해로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상해대주를 정말 좋은 기업, 직원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기업으로 육성해보자는 꿈을 갖고 복귀한 것이 3월말, 박중희 선배와 임무교대한 지 4년 만이었다.

 

 

부임에 앞서 2주일 동안 본사로 출근하며 그동안 변화된 기술과 업무를 파악하고 한편으론 상해대주의 혁신방안에 대한 구상을 가다듬었다.

아울러 지난 10년간 중국사회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짚어보면서 상해대주의 현재 위치를 재점검하였다.

주력제품의 시장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흔들리고 있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의 전망은 여전히 약한 상태였다. 과연 우리 회사가 업계에서 선진적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중국사업 초기엔 중국 기업과 비교하여 여러 방면에서 다분히 선진적이었지만 지금은 많은 부분에서 추월당한 측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단적으로 공장 내외부의 청결 및 5S 관리상태조차 선진적인 중국기업에 확실히 뒤지고 있었다. 이런 조건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가려면 기술경영, 인재경영, 성과경영의 방침 아래 분위기를 쇄신하고, 일하는 방식의 변화 및 내부프로세스 혁신을 위한 프로그램을 추진해야 한다.

 

 

부임 후 100일 동안 1차 혁신프로그램을 강력하게 추진하였다.

한편으론 고객의 소리를 청취하고 유대를 강화시키기 위해 고객을 방문하였다. 고객의 불만사항과 그 처리과정이 내부조직에 공유되도록 컨트롤타워 담당자를 교체하고 영업, 기술 부문의 고객방문 보고활동을 체크하였다.

다른 한편으론 다양한 방식으로 내부고객과의 소통을 시도하였다. 집단면담, 개별면담을 통해 직원들이 느끼는 회사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이끌어내도록 하였다. 직원보다 한 시간 일찍 출근하여 그날 할일을 점검하고 직원들이 출근하면 현장을 순회하며 상태도 점검하면서 직원들의 의견을 청취하였다. 사소한 불만도 귀 기울여 경청하고 즉각적으로 해결되도록 조치하였다. 받아들일 수 없는 불만사항은 담당자가 사유를 바로 설명해주도록 조치하였다.

내부고객과 외부고객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유지하는 것은 기업활동의 기본이다. 소통이 막히는 데서 온갖 문제가 발생한다. 외부고객과의 소통이 원활치 못하면 시장점유율이 축소되거나 미수금율이 증가한다. 내부고객과의 소통이 원활치 못하면 조직 내의 도덕적 해이와 비리가 싹트게 된다.

 

내외부 고객과의 소통 결과 우리 조직에 치명적인 문제점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매출축소에 따른 과도한 긴축으로 직원들의 사기는 저하되어 있었다. 현장과 고객들의 사소한 불만은 쉽게 무시되고 있었다. 외곽설비 주변에는 기름걸레들이 어지럽게 널려져 있고 작업현장은 정리와 청소가 안 된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다. 걸핏하면 설비가 고장나고 생산이 중단되는데도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데만 급급하고 있었다. 조직은 이미 관료주의의 안일함에 물들어가고 있었다. 시급히 이 수렁에서 벗어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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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재료부문 생산직 직원들과. 암 선고를 받고 중국생활을 정리하러 들어갔을 때 찍은 사진 

 

우선 분기별 성과포상제를 즉시 복원, 강화하면서 기율위반자와 비리혐의자에 대한 인사조치를 단행하였다.

기술인력에 대해서는 식스시그마 재교육과 재평가를 진행, 기술경영의 핵심이 식스시그마임을 분명히 하였다. 영업, 생산관리, 품질관리, 생산부문에도 내부프로세스 혁신의 주요과제를 식스시그마 과제로 설정하여 추진토록 하였다. 식스시그마 과제 추진사항을 점검할 수 있도록 기획실의 인력도 보강하였다. ISO 품질관리시스템의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도 내부 인력에서 책임자를 선발하고 본사에서 정기적인 방문지도를 하도록 조치하였다.

성과급제로의 임금체제 개편을 위해 동관대주에서 검토한 임금제도 개편안을 받아들였다. 성과 평가를 위한 목표관리시스템을 강화하고 각 부문별 계층별 목표관리 지표를 정비해나갔다.

내부 ERP 시스템의 개선을 위해 동관 노용채 부장을 불러 동관대주의 시스템으로 개편하고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도하게 하였다.

조직은 사업부체제로 개편하고 태양광 사업부를 도전재료사업부에서 독립시켜 새로 영입한 재미중국인 리우까오성 박사에게 책임을 맡겼다. 태양전지용 페이스트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설정하고 미래 중국사업의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나도 직접 태양전지용 페이스트의 시장개척 활동에 참여하였다. 결국은 일정기간 내의 시장점유율 확보경쟁이라고 판단하고 영업대리를 이용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활동을 추진하였다.

 

그렇게 한 달 정도를 휘몰아치고 나니 회사 내의 일하는 분위기가 빠르게 달라져가고 있었다. 잃어버린 고객도 일부는 회복되면서 매출도 눈에 띄게 성장하였다. 미수금율, 원자재 및 제품재고율, 불량률 등의 각종 지표들도 개선되었다.

그러나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태양전지용 페이스트의 매출확대는 지지부진하였다. 아직도 고객의 요구와 사용조건 등이 제대로 파악되지도 않고 이에 대한 기술적 대응력도 떨어지고 있었다.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요구해도 자신감이 결여된 영업부문은 소극적 태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전면전극의 경우 본사 기술진의 지원을 받아가며 시장개척을 추진하였다.

듀퐁, 페로의 시장을 뚫기 위해 헤라우스는 상해에 생산공장을 설립하고 공격적인 시장개척활동을 하고 있었고 중국업체들 역시 산학협력으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이러한 경쟁사들의 활동에 뒤지지 않으려면 한국에서의 사용환경과 중국에서의 사용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본사에서의 업체적용이 완료되기만을 기다릴 수 없었다. 문제는 시간싸움이다. 헤라우스나 중국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해나가면 더 어려워진다. 공격적인 시장개척으로 승부를 걸어야 할 때로 판단하여 영업 대리상들도 끌어들이고 중국 태양광학회에도 참여하는 등 마케팅 활동을 다변화해보려고 나름대로 노력을 다 했지만 구체적 실적은 미미하였다.

 

2011년 사업계획도 공격적으로 세웠다. 2011년말까지 중국 태양전지 페이스트시장의 5%를 점유하여 상해대주의 새로운 도약을 이루어보겠다는 의지가 계획에 반영되었다.

 

해외법인장들과 함께하는 '삼국회의' 후 함께 자리한 해외법인 간부들과.

암 선고를 받은 것이 작년 삼국회의 직후였는데 1년 후의 모습은 항암치료로 인해 완전히 탈모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