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6 - 피렌체 1 : 관광명소
피렌체, 영어로 플로렌스.
햇빛 넘치는 투스카니(영어로 토스카나) 지방의 중심지이자 르네상스 예술이 만개했던 곳.
볼거리도 많을 듯하고 근교에 가볼 만한 데도 많을 것 같고, 무엇보다도 로마보다야 덜 투어리스틱하겠지 싶은 기대 때문에
이틀이면 웬만한 데 다 본다는 이 작은 도시에 나는 닷새나 할애해뒀다.
그러나 막상 산타 마리아 노벨라 역에 도착해보니 '냉정과 열정 사이'를 보고 상상했던 작고 정감어린 마을은 어디에도 없고 북적대는 관광객 인파 뿐.
게다가 남부에서 올라와서 그런지 날씨는 춥고 해는 기울어 내 마음엔 외로움이 먼저 자리를 잡았다.
그렇다고 돌아가랴. 어서 외로움을 수습해보고자 약도 하나 얻어들고 무작정 나왔더니 도무지 방향을 못잡겠다.
일단 베키오 다리를 물어물어 찾아가 그곳을 중심으로 탐색 시작.
# 베키오 다리
아르노강을 가로지르는 여러 개의 다리 중 가장 유명한 베키오 다리.
아홉 살의 단테가 여덟 살의 베아뜨리체를 처음 만난 곳이 이 다리란다. ^^
흉상은 로맨스의 주인공 단테가 아니라 유명한 금은세공가인데, 어쨌든 이 주변이 연인들에겐 인기 있는 장소인 듯
사랑을 약속하는 열쇠와 자물쇠가 흉상 주변에 빡빡하게 걸려 있다.
원래 푸줏간과 가죽 처리장들이 있었다는 이 다리에 지금은 금은방과 보석세공 가게들이 늘어서 손님들을 부른다.
푸줏간용으로 쓰기엔 너무 멋진 진열대와 창문(위로 열어젖힌).. 언제부터 쓰던 것일까?
# 두오모 성당
역시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보았던 그 전경을 직접 보고싶어 아픈 무릎 무릅쓰고 기어이 올라갔던 종탑 꼭대기.
마지막 구간 경사 60도.... 저질 체력은 이미 멀미를 예감하고 있었다.
매일 아니 하루에도 몇 차례씩 이 힘든 코스를 오르내리며 종을 울렸을 종지기들을 그려본다.
어떤 마음으로, 아니 어쩌면 어떤 운명 때문에 그들은 이 고된 길을 선택했을까.
돔 부근에 교회당 내부로 통하는 통로가 있어 잠시 숨을 고르며 천장에 그려진 그림들을 올려다보고 교회당 내부를 내려다봤다.
에구, 무섭고 망칙해라.
이 지옥도 지구 한 가운데 있는 것이냐? 최진실도 여기 있다는 것이냐?1
높은 곳에서 보면 사람들은 다 거기서 거기.
아랫동네에서는 목숨 거는 잘 생기고 못생기고 부유하고 가난하고..가, 이 윗동네에서 보면 아무런 차이도 나지 않는다. 모두 그냥 '인간'일 뿐.
전망대로 나가면 지오토 종탑이 불쑥 눈 앞으로 달려든다.
그리고 붉은 기와로 끝없이 이어지는 피렌체 구시가지의 정경...
내 눈은 나도 모르게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봐뒀던 마을길을 열심히 더듬어간다.
에구구, 가파른 지붕!
저 가파르고 욱중한 돔을 올리고 지탱하도록 설치하려면 건축기술뿐 아니라 정밀한 수학이 탄탄히 받쳐줘야 했을 것이다.
누가 어떻게 저 돔을 만들었다는 얘기는 출발 전에 열심히 봐뒀는데.... 지금은 기억 저 너머로 사라졌다.
그러나 한 세기도 훨씬 전에 투박한 기술로 저 말도 안 되는 돔을 완공하여 올리는 장면을 상상하며
그 감동을 담기에 카메라의 시야가 너무 좁아 애를 태웠던 기억만은 저 변변치 못한 사진 속에 그대로 남아 있다.
그래서 남는 게 사진 밖에 없단 얘기가 나오나보다. ㅎㅎ
# 시뇨리아 광장 주변
베키오의 집 주변에 즐비한 조각상들은 대부분 미술책에서 익히 봐왔던 그리스 조각품들의 카피. (클릭해서 크게 보세요)
대부분 힘으로 누군가를 제압하는 모양새들이다. 그럴 때 드라마틱한 표정이랄지 근육의 모양이 가장 잘 나타나기에 그런 소재들을 골랐을까?
캬, 저 옷 결 좀 봐라..!!
이에 비해 성당 설치 작품들은 사랑과 헌신이 넘치는 평온한 분위기. (클릭해서 크게 보세요)
산 로렌쪼 성당 앞
얼렐레? 무슨 사진이 이렇게 얼떨떨한고. ㅋㅋ
16세기초까지 메디치가문이 살던 메디치 궁.
아시다시피 메디치 가문은 13세기부터 17세기에 걸쳐 세 명의 교황과. 르네상스 예술의 후원자로 이름을 남긴 로렌쪼라는 통치자를 배출한 피렌체 최고의 가문이다.
여기는 팔라초 피티 궁
메디치 가문과 라이벌이었던 피티 가문이 메디치 가문에게 맞서보려고 전 재산을 들여 야심적으로 지은 궁인데
과다한 공사비 때문에 피티 가문이 파산하자 결국 메디치가의 수중으로 들어갔다.
메디치 가문은 16세기에 메데치궁보다 규모가 더 큰 이 궁으로 이사왔다고 한다.
(이 싸움으로 이탈리아 후손들에겐 팔라초 궁전이 남았군. 피티 가문에겐 what a pity!지만 결과적으로는 문화를 발전시킨 선의의 경쟁이었다고 봐야 하려나? ^^ )
요즘 메디치家를 주제로 한 책들이 많이 쏟아져나오던데..... 뒤늦게라도 한번 읽어볼까 싶다.
# 미켈란젤로 언덕
기차역에서 13번 버스를 타고 미켈란젤로 언덕으로 올라간 것은 야경을 보기엔 좀 이른 오후 네 시경.
야경도 좋지만 피렌체 전경을 밝을 때 제대로 보고싶어서 서둘렀다.
미켈란젤로를 기리기 위해 조성한 언덕이라 꼭대기에 다비드상이 세워져 있다.
웨딩사진 찍는 명소인 모양이다.
오후 태양의 조명이 적절하여 사진 톤이 마음에 든다만...(어쩌자고 엽서 만하게 찍었냐고오~~~)
아르노르 강 건너편 쪽은 완만하게 펼쳐진 푸른 언덕에 작은 농가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내일 가볼 산지미냐노가 저렇지 않을까 기대해보며 한껏 줌을 땡겼다. 낑낑!
날은 천천히 저무는데 춥기도 하고 볼일도 급해 일단 바에 들어갔다.
숙소에서 빌린 토스카나(안그라픽스 출판사)를 펴드니 행복한 기분이 살며시 밀려든다.
타이밍 한번 기가 막히다. 토스카나에 와서 토스카나를 읽을 수 있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멋진 사진과 여성편집자 출신 필자의 잔잔한 감상을 아껴가며 맛보고 있자니 어둑해지는 강가에 하나 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아름다운 야경 아래여서였을까? 갑자기 피렌체가 부비부비 정답게 다가온다.
두오모 성당으로 시작한 이틀째의 여정, 오전엔 여전히 하염없이 떠다니는 기분이었지만 이제서야 겨우 피렌체에 발을 딛은 느낌이다.
- 궁금한 이야기 Y라는 TV프로에서 인터뷰한 어느 목사의 발언에서 인용함.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