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1 - 셰프 샤오웬 1 : 파란마을 풍경
이리 미루고 저리 미루다 보니 이미 3년 반 전의 일이 되어버렸다.
어차피 뒤죽박죽 되어버린 세월, 먼지가 쌓이든 말든 괘념치 않았던 추억의 서랍을 오늘 아침 무슨 바람이 불어 문득 열었다가......그만 대청소에 나서기로 한다.
눈도 침침하고 기억력도 하루가 달라, 예전에 즐겨하던 놀이들이 점점 엄두가 안 나는 요즘이지만 이러다 진짜 살아있는 미라가 될까봐 겁이 덜컥 나서... ^^
언감생심 '보물찾기'를 바라겠나. 그저 '비망록' 수준의 단순노동이 될지라도, 대책없이 메말라가는 나의 감성을 적시는 한 방울 단비라도 되어줄까 기대하면서.
때는 2010년 4월 12일로 거슬러올라간다. 관련정보는 http://blog.daum.net/corrymagic/13754559
이국적인 이름 만으로도 동경을 품게 했던 '지브롤터 해협'은 여느 바다나 다를 바 없었지만
낯선 대륙으로 건너간다는 설레임 때문이었는지 흐린 하늘 거친 파도 하나하나 다 찍어두고 싶은 심정이었다.
좌 : 내가 대화를 나눠본 최초의 모로코인. 영국에 살아서 그런가, 내가 상상했던 모로코인과는 거리가 한참 먼 화려한 아줌마였다.
우 : 입국심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는 사람들을 찍으려고 했던 것 같은데 의도와 달리 예쁜 아가씨를 겨냥해버렸네. 그것도 소심하게..^^
배에서 계속 나를 졸졸 따라다니던 꼬마
배는 두 시간밖에 안 탔는데 하선하는 데만 거의 한 시간 가까이 걸렸다.
확실히 기억은 안 나지만, 짐 내리는 사람들이 길을 막아서 그런 것 같다. 어이없는 비효율이었다.
원래 계획에는 없지만 세프샤우웬까지만이라도 동행하겠다고 나섰던 주먹밥집 사장님은 하선시의 비효율을 보고는 자칫하면 모로코에서 발이 묶이겠다고
탕헤르에서 하룻밤 묵는 것으로 만족하겠다고 한다.
시외버스터미널의 대소동.
점잖은 유럽땅에서 막 건너온 탓에 이 전투적인 호객행위와 편법적인 요금징수에 잠깐 겁을 먹기도 했지만
버스 뒷자리에 함께 앉은 샤프샤오웬 총각들의 호기심 넘치는 호의 덕분에 안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
좌 : 숙소 Ouarzazate. (이 어려운 이름은 모로코의 어느 도시명이다.)
우 : 떠나던 날, 말수는 적지만 친절했던 호스텔 주인 아저씨와 기념샷.
원래 인터넷에서 보아뒀던 야스민으로 가려고 했는데, 수학여행 온 미국 학생들 때문에 방이 없어서 옆 골목 아무 호스텔이나 들어갔는데
운이 좋아 잘 고른 건지, 이 동네 숙소들이 다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싸고 조용하고 편안하고 아름답기까지 했다.
주로 이 동네에 놀러온 외지 모로코인들이 묵는 숙소라고 했다.
방은 딱 침대 두 개밖에 못 놓을 정도로 좁고 어두웠지만 하늘로 창을 낸 2층 휴게실은 안락하고 아름다웠다.
여럿이 방을 쓰는 숙소에 들면 나는 습관처럼 나만의 공간부터 찾는다.
이 공간만 만족스러우면 다른 어떤 단점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
자, 이제 산으로 둘러싸인 작고 어여쁜 마을 한 바퀴 돌아보실까요?
(혼자 보기 아까운 사진이 너무 많아 고르느라고 힘들었음. ^^)
산으로 둘러싸인 이 조그만 마을의 상징색은 파란색.
바다에서 온 빛깔일까, 하늘에서 온 빛깔일까?
크림색에 가까운 부드러운 파랑부터 군청색에 가까운 강렬한 파랑까지 어찌나 스펙트럼도 질감도 다양한지.....
마을의 대표관광지 Alkasaba.
그라나다에서 귀동냥한 바에 따르면 성채인 듯한데 어떤 곳이었더라?
들어가보긴 했는데 사진이 없으니 기억이 안 난다. ㅜ.ㅜ
마을 뒤쪽 언덕 위로 사원 같은 것이 보이길래 올라가봤다.
산길에서 만난 집
맞은편 산비탈에서 꼬마녀석들이 손을 흔들길래 같이 흔들어줬더니 돌멩이 구르듯 눈깜짝할 사이에 나 있는 곳까지 달려내려와
꼼꼼하게 엮은 꽃 화관을 내민다. 화관을 쓸 생각은 물론 없었지만 땡볕에 먼길을 달려온 성의를 봐서 기꺼이 사줬다.
사원이 있는 언덕이야 그리 높지 않지만 이어지는 산길은 무척 험하고 가파르게 보였다.
저 산으로 들어가면 2박3일, 3박4일의 트레킹 코스가 있다는데, 가이드나 있으면 모를까...... 그냥 쳐다만 봤음.
언덕에서 내려다보니 한폭의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 비현실적인 기분이다.
이 깊은 산 속에 이탈리아의 포지타노, 스페인 꼬르도바의 하얀마을과 견줄 만한 멋진 마을이 있을 줄이야.
은양과 자주 가던 까페 테라스에서 내려다본 알카사바 앞 광장의 낮과 밤.
시장 구경나갔는데...... 앗, 닭이다! 닭 잡는 집이닷!!
모로코 음식.... 며칠 간은 먹을 만은 하다. 야채좁쌀밥 꾸스꾸스, 갈비탕 비슷한 따진(사진엔 없음) 등등.
길거리에서 파는 이것도 도전해봤는데, 모르고 먹은 건 아닌데......
다섯 개쯤 먹고 나니까 갑자기 이게 그거라는 생각이 새삼 솟구치면서 구토가 쏠려서 그만......
(게다가... 옷핀을 구부린 아이디어까진 좋았는데, 웬만하면 일회용으로 쓰지 그걸 또 레몬즙에 소독해서 재사용...ㅜ.ㅜ)
버스 터미널 쪽으로 가면 아파트 동네도 있다. 바로 담장 밖에서 양도 키우고 말도 키우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