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유럽

스페인 5 - 마드리드 / 똘레도

張萬玉 2009. 3. 3. 11:33

세금 포함 40몇 유로짜리 저가항공을 타고 세 시간을 날아 마드리드에 도착.

숙소인 Way Hostel까지는 공항에서 메트로로 바로 연결된다. 

20유로도 안 되는데 깔끔하고 널찍하고 분위기 좋고 아침까지 주는 이 착한 호스텔에서 네 밤 잤다. 

 

 

 

 

 

마드리드는 미술관이 없다면 딱 하루에 돌아볼 수 있는 작은 도시다.

거리 자체가 건축박물관인 멋진 도시였고 날씨도 좋았는데 지금 보니 사진이 별로 없다. 특별한 감흥이 없었나? 외로웠나? ^^

더군다나 주로 걸음을 했던 미술관들에서 사진을 못 찍었고, 관람소감이라고 끼적거렸던 일기까지 분실해버렸으니 마드리드에서의 기억은 거의 포맷. ㅜ.ㅜ 

낮에는 솔 광장부터 시벨레스 광장까지 걸었고 밤에는 미술관 순례(소피아 미술관은 6시 이후부터, 쁘라도 미술관은 7시 이후부터 공짜다),

티센 미술관과 쁘라도 미술관 뒤 레띠로 공원에서 몇몇 현지인들과 놀기도 했는데 어쩌면 이렇게 아무 생각도 안 나지?

남는 건 사진 밖에 없다는 말에 70% 정도 동의. 

 

 

 

 

오늘 포스팅에서는 차라리 똘레도 하루 나들이를 해야겠다.

스페인과 모로코에서 계속 옆구리에 누군가를 끼고다녀버릇해서 그런 건지 이상하게 마드리드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옆구리가 시려웠다.

하지만 숙소에서 적당한 동행을 찾지 못해 시내구경도 미술관 투어도 혼자였는데  

다행히 숙소에서 맥주 한 잔 나눠마신 브라질 커플이 자기네도 똘레도 갈 생각인데 내일 갈까? 해주길래

옳다꾸나 했는데(커플 사이에 끼어드는 게 사실 별로지만.... 오죽했으면 ㅋㅋ) 우리의 동행은 아또차 역에서 끝이 났다.

기차표가 다 팔려서 오후 한 시 이후 표만 있다니까 이 커플이 내일 가겠다며 시내로 철수하는 거다. 할 수 없이 나 혼자 Eliptica 버스 터미널로......

하지만 다행히도 똘레도는 기대 이상으로 멋졌고 햇볕이 너무 찬란해서 외로움의 그늘 같은 건 파고 들 여지가 없었다.

 

똘레도는 마드리드 인근의 작은 마을일 뿐이지만 1561년 수도가 마드리드로 이전될 때까지 천 년간 스페인의 중심지였던 곳으로

마을 전체가 고스란히 옛 모습을 지니고 있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관광명소다.

 

기차역에서 구 시가지의 중심인 쇼꼬도베르 광장까지 구경하며 슬슬 걸어올라갔다.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광장을 빨리 벗어나고 싶어서 인터넷에서 알려준 대로 똘레도를 한 바퀴 일주한다는 꼬마기차에 올라탔는데

중간에 서질 않는다는 게 결정적인 단점이었다. 탄성이 저절로 나오는 곳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으니 어찌나 억울한지...

도저히 포기가 안 되어, 얼마나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 발로 걸어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겠다고 걷기 시작했는데 

중간에 꼬마기차와 똑같은 코스로 도는 시내버스(맥도널드 옆 골목 버스정류장에서 7번 버스) 발견.

결국 내가 원하던 산꼭대기까지 올라갔다. 어찌나 보람차던지. 움하하!!

 

아래 몇 장은 마을 중턱쯤에서 찍은 사진들.

 

 

 

마드리드의 거리에서 만났던 중국아가씨도 똘레도에서 반 년 정도 살았다고 했다.

그림공부 하러 온 지 3년차로, 거리에서 그림을 그리며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한다는 이 아가씨의 거의 모든 화폭을 채우고 있던 게 바로 이 다리였다.  

여건만 되면 아예 똘레도에 눌러앉고 싶다고 했었지.

 

 

 

 

 

버스 종점은 산 정상에 있는 요양병원이었다.

종점 왼쪽 가장 전망좋은 위치에는 으리으리한 호텔. (좋은 자리는 어딜 가든 돈 많은 사람들 차지다.)

분명히 내 하루 숙박비를 훌쩍 넘을 비싼 커피 마실 생각은 음꼬...... 에라이, 무작정 뚜벅뚜벅 걸어들어가 로비 바깥쪽 테라스로 나가니

 

근사하긴 했으나 꼭 여기 아니라 마을 어느 지점이라도 상관없다는 결론. ㅋㅋ

 

 

다시 구름에 꽂혀 찍고 찍고 또 찍고...... 그래도 양이 안 차 호텔 뒤 작은 바위산에까지 기어올라가서 또 찍고......

 

 

 

 

이렇게 좋은 덴 줄 알았으면 마드리다가 아니라 여기서, 하룻밤 정도는 저런 근사한 숙소에서 신선한 새벽을 맞아볼 엄두라도 내봤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