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7 - 바르셀로나 / 몬세라떼
바르셀로나에서의 셋째날은 바르셀로나 근교에 있는 몬세라떼 수도원에서 보냈다.
에스파니아 광장에서 출발하는 몬세라떼행 기차를 타고 1시간쯤... 몬세라떼 역에 도착해서 수도원까지는 케이블카를 탔다.
기차표를 살 때 수도원까지 올라가는 케이블카 표와 묶어파는 게 있길래 그걸 산 건데 와서 보니 그보다 가격이 5유로 정도 저렴한 푸니쿨라도 있더군.
고개를 들어보니 앗, 깜짝이야!!
사진에서도 봤지만 직접 눈앞에서 대하는 기괴한 바위산은 정말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바위 사이로 노란 점점이가 보이시는가. 내가 탄 케이블카다.
푸니쿨라도 좁고 가파른 바위틈 새로 몸이라도 비빌 듯 지나간다.
옛날엔 어떻게 올라다녔을지. 왜 이렇게 오르기 어려운 곳까지 올라온 건지.
신께 좀더 가까이 가고 싶었을까? 인간세계와 완전히 담을 쌓고 싶었던 걸까?
그러고 보니 콜롬비아 보고타에서도 몬세라떼라는 곳에 갔던 생각이 난다.
거기도 하늘이 가까운 깎아지른 바위산이었고 그 정상에 수도원이 있었지.
이 수도원에서 정오에 성가대 합창이 있다고 해서 서둘러봤지만 기차 시간이 내 맘 같지 않아...... 늦었다. ㅜ.ㅜ
이 마을 사람들이 직접 기르는 염소젖으로 만든 치즈와 산에서 거뒀다는 견과류 강정 등을 팔고 있었다.
점심부터 먹고 성당 돌아보고... 성당 오른쪽으로 난 둘레길 3킬로 정도 산보.
완전히 도는 둘레길인 줄 알고 시작했는데... 중간에 끊겼더군.
성당 왼쪽으로는 수도원이 있는 다른 봉우리까지 가는 길이 나 있다. 나중에 보니 그 길이 더 근사해 보이던데...
길의 오른쪽은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천 길 가파른 절벽, 왼쪽은 깎아지른 산비탈 벽인데 중간중간 타일 벽화나 표지, 작은 제단 등이 설치되어 있었다.
아마 이 수도원에 음악교육으로 이름난 신부님이 계셨던 모양이다. 악보를 새긴 부조가 자주 보였다.
이 깊은 산에서 울려퍼지는 합창이 과연 어떤 느낌일지, 성가대 합창을 듣지 못한 게 지금까지도 너무나 아쉽다.
바르셀로나에서의 마지막 날. 스위스로 가는 야간열차를 타야 하기 때문에 멀리 가기는 그렇고, 어딜 가볼까 하다가
그라나다에서 만났던 주먹밥집 사장님이 강력추천하신 띠비다보에 갔다.
까딸루냐 광장에서 출발하는 6?호선인가를 타고(북쪽 방향) 종점까지 가서 거기서 트램으로 환승하여 산동네로 올라간 뒤에
다시 푸니쿨라를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웬지 어제 갔던 몬세라떼 수도원 재탕을 하고 있다는 느낌....
게다가 푸니쿨라에서 내리니 뜻밖에도 어설픈 놀이공원이 마중을 하여 좀 놀랐다.
전망대와 놀이공원 때문에 뒷전으로 밀린 듯한 성당은 나름 사연과 역사를 지닌 곳인 듯했지만 건물이 너무 새 것이었고
'천상의 소리'였다는 성가대의 합창 시간도 오늘도 또 간발의 차이로 놓쳐 많이 섭섭했다.
그래도 주변 마을이 아름다웠고 바르셀로나 시내 전경은 실컷 불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그랑 비아 거리로 접어들어 까사 밀라와 까사 바띠요를 지나쳤다(입장료가 내 관심에 비해 비싸서 밖에서만 봄)
대신 바르셀로나 시내 여기저기 헤매고 다니다가 카메라에 걸리는 대로......
아침에 이미 체크아웃을 했건만 맡겨둔 짐을 가지러 숙소에 돌아갔더니 고마우신 사장님 내외가 샤워라도 하고 가라고......
그것도 모자라 저녁까지 얻어먹고...(정말 감사했어요) 국제열차 타러 프란시아 역으로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