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유럽

스위스 2 - 뮈렌 / 김멜발트

張萬玉 2009. 3. 3. 11:36

어제 그린델발트에 내렸을 때 거기서 케이블카를 타고 피르스트에 가서 바흐알브제 호수까지 하이킹을 하려고 했는데 

동절이라 케이블카가 운행을 하지 않아 뜻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은 어떻게든 높은 마을에 올라가 원없이 하이킹을 해야겠다고 결심.

헌데 다른 케이블카들도 운행 안 하면 어쩌지? 그래도 일단 쉬테첼베르크 케이블카 승차장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시원스레 흐르는 시냇물을 벗삼아 부지런한 농부들과 정성을 다해 가꾼 집들을 구경하며 한 시간 정도 걷다 보니 케이블카 정거장.

 

 

 

 

  

 

다행히 케이블카가 운행중이다.

 

 

 

 

 

 

 

 

 

 

 

 

집 바로 앞에 이런 산을 마주보며 산다면.....(어째 난 좀 무섭다.) 

 

김멜발트 케이블카 승차장.

케이블카를 기다리며 노닥거리는데, 이 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다 이 마을 출신들이다.

고등학교 졸업하면 대개 자기 마을에서 농축산을 하든지 일자리를 찾는다고 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퇴비 만들고 장작 패고 땀흘려 일하지만 주말에는 양복 쫘악 빼입고 음악회 가고, 뭐 대충 그렇게 사는가보다.

과테말라에서 만났던 레몬공주, 멕시코 와하까에서 같은 방을 썼던 소녀농부......

모두 대학은 관심 밖이었지만 미래에 대한 자신감만은 충만했다.

그래도 되는 사회에 사는 애들, 얼마나 좋을까. 

적어도 내가 본 바로 스위스 (산골마을) 사람들은 정말 자기 삶을 사랑하는 행복한 사람들 같았다.

 

 

 

뮈렌과 김멜발트, 전망도 마을 분위기도 비슷하지만, (얼핏 보기에) 뮈렌이 김멜발트보다 조금 더 크고 사는 형편도 조금 더 풍족해보였다.

하지만 나는 뮈렌보다 김멜발트가 더 맘에 들었다. 좀더 다정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이랄까. 

 

 

 

  

 

 

 

세상에, 염소 새끼들이 강아지마냥 소년주인님을 따라 겅중겅중 뛰어다닌다. 

 

김멜발트에 대해 느꼈던 친근한 감정은 아마 이 소년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투박한 대문 위에 직접 만들어붙인 소탈한 광고문(직접 젖을 짜고 치즈를 만들어 판다는)들도 한몫 했을 것이다.

 

 

  

 

 

 

 

 

 

 

뮈렌 한 바퀴 둘러보고 케이블카로 김멜발트에 갔다가 다시 뮈렌으로......

김멜발트에서 바로 쉬테첼베르크로 돌아올 수 있지만 그리로 가면 왔던 길로 다시 한 시간 반 걸어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뮈렌에서 라우터부르넨행 열차가 있다는 얘길 듣고 뮈렌 왕복표를 끊었던 것이다. 

 

그랬더니 열차(푸니쿨라)로 일정 구간까지 내려간 뒤...... 역시 케이블카로 라우터부르넨역까지 데려다주더라는..   

(열차 앞쪽에 있는 화물칸이 산동네 이삿짐들을 실어나른다. ㅎㅎ)

 

이제 스위스와 이별할 시간.

인터라켄에서 쮜리히 행 골든 패스라인으로 갈아탄다. 

풍경으로 말하자면 글래시아 익스프레스가 최고라는데 내가 가려는 방향과는 완전히 반대라 어쩔 수 없는 선택.

하지만 이 열차도 멋진 호수변만 골라서 달려주니 뭐...... 때론 차선을 최선으로 여기고 즐기는 것이 현실주의자의 행복노선이다. ^^ 

 

 

 

  

짧았지만 너무나 좋은 인상을 남겨준 스위스.

풍경도 풍경이지만 소박하고 친절해 보이는 사람들 때문에 더 떠나기 아쉬웠던 곳.  

(헌데 런던 숙소에서 만난, 현재 스위스에서 대학원 과정을 하고 있다는 아저씨가 그러더군. 

스위스 사람들이 외국인들에게 호의적인 것 같지만 그건 여행객에 한해서라고......) 

 

하긴...... 아름다운 나라, 부자나라라고 피곤한 삶이 없을 리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