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돌아오기
다시 돌아와야 하는데,
돌아오고 싶은데,
어떻게?
깐돌이님도 그런가보다. 딱 내 마음이다.
블러그를 떠난 지 반 년 가까이 되어간다. 그 전에도 가끔 한두 달씩 떠나있곤 했지만 이번처럼 마음까지 완전히 떠난 건 아니었다.
닫을까 말까 망설이는 마음조차 들지 않을 만큼 냉랭하게 식어버린, 참 신선한 체험! ㅎㅎㅎ
2004년초에 시작했으니 머지않아 10년이다.
이 어마하게 쌓아놓은 업을 어찌할 것이냐. 이별보다 어려운 것이 살뜰한 마무리인데......
그리하여 정말 오랜만에 블러그에 들어왔다가...... 그만 주저앉아버린다.
어쩌면 이렇게 경쾌한 나날들이었을까. 지금은 기억에도 남아 있지 않은 순간들조차 생글생글 웃으며 나를 반기네.(진짜 내가 쓴 거 맞나?)
50고개를 넘으며 힘겨워했던 시절조차도 지금 보니 따사로운 햇살 속에 있구나.
어느새 60고개를 앞두고 지레 겁을 먹은 나머지 할머니 코스프레를 일삼고 있는 요즈음,도 (누구 말마따나 '미련 곰 싸고 있다')
과연 10년 뒤에는 징하게 아련한 기억으로 남을까?
알 수 없는 미련 때문에 또 미련한 행보를 시작한다.
어차피 인생의 메뉴판에 차려져 있는 외로움 괴로움일진대, 피하지 않고 숨기지 않고 한번 꾸역꾸역 씹어볼까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바싹 말라붙어버린 내 마음의 황무지에 영혼 없는 호미질이나마 쬐끔씩 하다 보면
혹시 모르지. 비리비리한 싹이라도 한 포기 쏘옥 올라와 메마른 눈시울을 뜨겁게 적셔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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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오래 방치해둔 방이건만 잊지 않고 발자욱 찍어주시는 벗님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사실 요즘은 글 쓰기가 귀찮습니다. 글쓰기는커녕 수다조차 귀찮습니다.
시력도 집중력도 예전 같지 않아 긴 글 쓰기가 어렵습니다.
솔직을 제1의 미덕으로 삼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누추한 모습 보이기 싫은 알량한 자존심이 먼저 나서서 글의 발목을 잡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기록해두고 싶은 일말의 욕심에 한번 몸을 맡겨볼랍니다.
이렇게나마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살아가는 데 이로운 자양분일 것 같아요.
일단 예전에 쓰다 밀어둔 여행기들을 마무리를 지을 꺼예요.
이제는 기억도 희미해져버린 2012년 여름 인도네시아 여행기와 2013년초 호주 여행기, 이란 여행기, 그리고 뚜껑도 아직 열지 않은 남인도 여행기......
포장도 뜯지 않은 채 장롱 속에 처박혀있던 충동구매 목록들을 들쳐내는 듯 부끄러운 구석이 없잖아 있지만
그마저도 갑자기 휑하니 비어버린 내 인생의 공백기를 함께해준 친구들이었으니 뭔가 추억의 기념비 하나씩은 꽂아둬야겠어요.
아마 짬짬이 일기도 쓸 꺼예요. 내가 잘 지내는지 염려해주고 뭐하고 지내는지 궁금해하는 벗들이 몇이라도 있다는 건 정말 복 받은 일이죠.
이렇게 써놓고도 또 사라질지도 몰라요. 그게 저랍니다. 변덕장이 AB형......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