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萬玉 2009. 3. 3. 11:49

귀국항공편이 오후라서 일곱 시 반까지 실컷 자고 아침 먹고 방 빼고 숙소에 대한 화를 누그러뜨려준 기특한 스탭총각이랑 노닥노닥.

대구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영어 문제를 개선해보려고 영국에 오긴 왔는데

정식 어학연수할 형편은 못 되고 현지에서 알바를 하며 영어학원에 다닌 지 6개월째란다.

하지만 알바를 하다 보면 주객이 전도되어 영어공부는 뒷전이 되기 십상이라고, 입과 귀가 트인 것에 만족하고 이만 돌아가야 할까보다고 한탄을 한다.

85년생이면 우리 아들보다 두 살이나 어린데 사회생활 감각에서는 우리 아들보다 훨씬 앞서있다.

넌 뭘 해도 잘 될 거야. 이렇게 적극적이고 주체적이고 긍정적인데...... 

제 얘길 잘 들어줘서 좋았는지 석별식이라며 특제볶음밥도 만들어주고, 숙소를 나오는데 언더그라운드 역까지 짐 들어다준다고 따라나온다.

예약 위약금 15파운드 때문에 싸우던 장여사, 면세점에서 쓰려고 남겨뒀던 300파운드 중 200파운드를 장학금으로 쾌척하였다.   

어린 나이에 철이 꽉 든 것도 기특하지만, '적(!)'들에게 둘러싸인 곳에서 유일하게 내 마음을 읽어주고 내 편이 되어준 녀석이잖아.ㅎㅎㅎ 

 

 

언더그라운드에 도착해서 환승역 적어둔 노트를 꺼내려다 보니 헉, 없다!

말도 안 돼!! 70여일 간의 옥신각신이 빼곡하게 적힌 일기인데......

스탭총각이 짐 봐줄테니 퍼뜩 숙소에 가서 찾아보라고 하길래 뛰어가봤지만 허탕.

짐작컨대 에딘버러에서, 사과파이 먹었던 그 까페에 빠드린 게 틀림없다.

(아, 그래서 유럽 여행기가 엉성한 기억 속에서 복원되는 데 4년이나 걸렸다. ㅠ.ㅠ)

 

히드로 공항에 청사가 다섯 개나 되고 내리는 역은 두 군데인데, 내가 탈 청사가 몇 청사인지 미리 확인을 안 해둬서 걱정을 하니

고마운 런던시민들이 전화로 대신 문의까지 해 알려줘서(3청사) 아무 차질없이 체크 인.

6개월 전에 해둔 티케팅이라 그 사이 그 항공편이 없어졌다고, 대신 2시간 후에 떠나는 항공편으로 바꿔준다. 

그래봐야 나리타 공항에서의 대기시간이 줄어들었으니 그게 그거.  

 

남은 70파운드 쓰느라고 공항에서 스카치 위스키 한 병 샀는데 그만 나리따 공항에서 뺏겼다.

면세점 직원 말이 나리따 공항에서는 면세점에서 사서 봉한 물건은 통과시켜준다고, 하도 자신있게 말하길래 안심하고 샀더니.....

70파운드면 런던에서 1박2일을 먹고자고 할 수 있는 비용인데 죽 쒀서 개 줘쁫다. ㅜ.ㅜ

다음날 밤 10시경 인천공항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