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오세아니아

苦中作樂 11 - 브로큰 힐

張萬玉 2013. 3. 5. 12:34

오늘은 300킬로미터. 우리 여정의 반환점인 브로큰힐까지 간다.

오늘도 아득한 하늘 아래 별 볼일 없는 사막길을 종일 달리겠지만, 이 모든 것이 호주를 말해주는 것이고

우리는 그 호주를 보러 왔기에 누가 가라지도 않는 뜨거운 길을 묵묵히 달려간다.

 

 

 

다행히도 비 갠 후의 쌀쌀함 덕분에 예상보다 일찍 브로큰 힐에 입성했다.

1860년대에 은광 러시로 북적였고 이후 철광석을 거쳐 아연을 생산하고 있는 도시다.

미국인들이 개척해서 그런지 마치 서부영화 세트장에 들어온 것 같다. 

이 독특하고 황량한 분위기에 이끌려 이 도시로 이주한 예술가들도 꽤 많다고 한다. 

 

  

 

 

 

캠프장 담장에 이 동네 고등학생들이 그린 브로큰 힐의 이런저런 모습들이 걸려 있다.

 

짐 풀어놓고 시내에 나가서 말 안장, 박차, 손도끼 등 고물이 쌓여 있는 기념품점들을 기웃거리다가 아트 뮤지엄 발견.

지역 예술가들이 많다고 하니 브로큰 힐다운 작품들을 보겠구나 기대했는데, 아쉽게도(!) 스페인 작가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그런 중에도 개척자들과 광부들의 신산한 삶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몇 점 있어 살그머니 찰칵!

 

 

 

이게 아마 Sydney Nolan의 Lost라는 작품이었던 것 같은데...... 확실치 않음. 아래 그림도......

정말 호주의 자연은 아름답다기보다는 '무서운' 쪽인 듯. 

 

이게 바로 St. Strut's Desert Pea라는 꽃. 삭막한 사막의 밤을 밝히는 꽃등불 같다.

 

 

브로큰 힐의 대표명소인 메모리얼 센터.

광산 개발하다가 희생된 광부의 넋들이, 자기들이 파낸 흙더미로 생겨난 언덕 위에서 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서둘러 차머리를 돌려서 도시 외곽에 있는 내셔널 파크로 갔더니 역시 산불 때문에 트레킹 코스 일부만 열려 있다.

어차피 본격적인 트레킹을 할 시간은 안 되고, 일몰이나 보자고 가장 낮은 봉우리로......

 

 

 

 

 

 

 

사람을 피해 숨어든 왈라비의 꼬리 위로 석양이 기울기 시작.

 

 

 

 

 

 

 

정말 심상치 않은 석양!

일동 압도 당한 채 말을 잊는다.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하늘이 온통 구름으로 물들었다. 아니, 구름이 깊고도 섬세한 손길로 하늘을 희롱한다. 

노을빛이 저렇게 다양할 수가 있을까. 피를 토하는 선홍색, 유혹적인 오랜지색, 신비스러운 보라색, 아련한 핑크색에 이르기까지.

이제야 알겠다. 박물관 그림들을 물들이고 있던 격정적인 색조의 이유를...... 

 

 

 

 

 

 

다시 마술처럼 찾아온 찬란한 아침.

한가로운 텐트촌 풍경을 좀더 즐기고 싶지만 우린 또 서둘러 텐트를 걷어야 한다.

 

 

 

우리 캠핑장과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우리나라 현충원보다 더 큰 (광부들의) 공동묘지가 있었지만 갈 길이 바빠 입구에서 눈인사만......

저 무수한 희생들이 오늘날 호주의 번영을 받치고 있는 것이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