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아프리카

아프리카 종단여행 3 - 잔지바르(스톤 타운 / 스파이스 투어)

張萬玉 2014. 9. 19. 16:49

스톤타운

 

 1830년대에 건설되기 시작하여 동아프리카 해안 무역(특히 노예무역)의 중심지로 발전해온  스톤타운은 이슬람풍의 오래된 집들과 비좁은 골목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마을이다. 경제중심지로서의 구실은 이제 다르에스살람과 몸바사에게 넘겨주었지만, 고풍한 분위기와 함께 아프리카의 아픈 역사를 돌아보게 하는 노예무역 유적지로서(그래서 잔지바르는  '평화의 섬'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여전히 수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아끌고 있다.

(Queen의 팬들에게는 프레드 머큐리의 고향으로도 잘 알려져 있기도 한데, 막상 생가라고 가보니 별 거 없더라고.)

 

스톤타운에서는 2박을 했다.

기념품 가게가 주종을 이루는 전형적인 관광지이긴 했지만 처음 만나는 아프리카 가게들이라 기념품 구경도 제법 재미있었고 

분위기 만으로도 음악의 향기를 물씬 풍기는 까페들과 아침저녁으로 거니는 해변가도 멋졌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스톤타운에서는 일부러 길을 잃어가며 싸돌아다니는 골목 탐험이 최고.

 

 

 

 

 

 

 

 

 

 

 

 

 

 

 

스톤타운의 랜드마크 아랍인 요새.

돌로만 지은 이슬람풍의 건축물에 검은 이끼가 내려앉아 고풍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넓은 광장에 타투 해주는 아줌마들이 손짓을 한다.

문신까지는 그렇고 헤나라도 한번 해볼까 잠시 망설이다 패스.(안경 쓴 여자가 무슨...... 케냐에서 붙임머리도 한번 해보려다가 같은 이유로 포기. ㅋ)

 

성벽 위의 무명 화가

 

마을 청소년들이 놀고 있는줄 알았더니 이 동네에서 유명한 댄싱팀이 맹연습중이다.

지금은 라마단이라 쉬고 있지만 다시 까페 곳곳을 돌며 공연을 시작하게 된다고 한다.

 

이 해변에서 문어가 많이 나는 모양이다. 야시장에 나갔더니 문어 천지다.

첫날 저녁에는 길잡이가 어시장에서 문어를 사다 데쳐서 일동 포식을 하기도 했다.

 

야시장에는 음식만 있는 게 아니다.

시원한 밤바람이 있고 음악이 있고 담소가 있다. 집 나간 낭만이 돌아오는 시간.

 

스톤타운을 떠나던 날 아침, 해변에 고양이들이 환송을 나왔다.

 

 

스파이스 투어

향신료 무역으로 발전해온 곳인 만큼 파이스 투어는 빠뜨릴 수 없는 종목이라고 했다.

스리랑카에 갔을 때 향신료 가공공장에서 운영하는 투어에 한번 끼어본 적이 있기 때문에 썩 내키진 않았지만 스톤타운을 떠나 능귀 해변으로 가는 길에 들른다고 하니......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번엔 마을의 공동농장으로 간다니까 그 김에 농촌마을 구경을 할 수 있을 테니 재미있을 수도 있겠다.

과연 재미있었다. 향신료 때문에라기보다 마을 청년들 때문에......

 

농장은 80가구가 공동으로 경작하고 소득도 함께 나눈다고 한다. 투어 역시 서넛씩 조를 이룬 마을 청년들이 돌아가며 담당한다고 했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탄자니아가 걸어왔던 사회주의 노선의  유산인 듯. 

 

 

유창한 영어, 해박한 지식, 조리있는 설명, 깜찍한 유머감각......

내가 30년만 젊었어도 어떻게 해보겠는데... 싶은 이 멋쟁이 가이드는 아프리카에서도 수려한 외모로 손꼽히는 무려 마사이족 청년이다. 

 

몸치장을 하는 데 쓰이는 우루쿵 열매를 쪼개 저도 칠하고 나도 칠해주고......

 

바닐라, 정향, 계피, 레몬그라스 등등 갖가지 향신료들과 잭 프룻 등 귀한 열대과일들을 씹고 뜯고 맡보고 즐기며 세 시간 정도 농장 이곳저곳을 도는 동안 

조수격인 청년들은 야자잎을 엮어 반지. 팔찌, 바구니, 왕관을 만들어주거나 과일을 깎아주는 등 진행을 도우면서 추임새도 넣고 나무도 타며 흥겹게 놀아준다.

어찌나 잘들 노는지, 투어가 끝나갈 무렵에서야 문득 그 생각이 들었다. '쟤들 라마단이라 새벽부터 물 한 모금도 못 먹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