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제주허씨 한달살이

제주허씨 일기 8 - 다랑쉬오름

張萬玉 2014. 11. 14. 08:33

11월 13일

 

오늘은 오름의 여왕이라는 다랑쉬오름으로 간다.

어제처럼 한라산을 넘어가는데 하늘이 캄캄하고 진눈깨비가 휘날린다.

비자림로로 접어드니 비가 제법 뿌리고 미친 바람이 분다. 날 참 잘 잡았군.

혹시 못올라가게 되면 종달리 해변에나 갈까, 염려하며 네비가 시키는 대로 왕복 1차선 마을길로 접어드는데 날이 또 말짱하게 갠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는 '둘레길 2.5킬로'라는 표지판이 보이길래 무작정 걷기 시작. 걷다 보면 올라가는 길이 나올 줄 알고...  ㅋㅋㅋ

하지만 둘레길은 둘레길로 끝났고, 오름 정상으로 가는 길 입구는 따로 있었다.

하지만 삼나무로 둘러싸인 둘레길도 호젓했고 특히 마지막 구간에서 만난 대형 무지개는 특별한 선물이었다.

 

 

 

흥에 겨워 파노라마로도 찍어보고......

 

 

곳곳에서 예쁜 먼나무 열매들이 반겨준다.

 

평지에서도 우도와 성산봉이 보인다.

 

와우~ 무슨 좋은 일이 있으려나?

 

이제 본격적으로 올라가기 시작.

두 다리는 쓸 것도 없다. 팔 힘만 쓰면 된다.

거의 전 구간이 이렇다. 로프에 매달려 대롱대롱......ㅋㅋ

 

멀지 않은 거리에서 용눈이 오름이 손짓한다.

 

바로 코앞에 아끈다랑쉬 오름. 오르는 고도에 따라 분화구의 깊이도 점점 깊어진다.

그 배경에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떠억 버티고 있다.

예전에 제주도에서 살았던 후배는 주로 새벽에 이 오름에 올라 일출을 보곤 했단다..

 

날씨가 10분 간격으로 변덕.

그 덕에 나는 다양한 배경의 전망을 즐기게 됐다.

 

이걸 잘 찍었어야 하는데......아쉽.

 

쉼터에서 까마득하게 바라보던 정상이 눈 앞에......

 

 

산굼부리가 거대한 입을 벌리고 있는데 미친 바람이 쉴새없이 불어제끼니

500g만 덜 나갔어도 저 아래로 떨어졌을꺼다. ㅋㅋ

 

 

아, 저 길이 나를 미치게 한다.

 

능선을 한 바퀴 돌아오는 중.

숲이 있는 구간은 비밀의 정원처럼 아늑하다.

누가 내게 밭뙤기 한 평 거저 준다 해도...... 과연 저렇게 건사할 수 있을까?

우리 땅엔 존경받아 마땅한 분들이 정말 많다.

 

돌아오는 길에 멀리서 찍어본 용눈이오름

 

변덕스러운 하루 日氣를 총정리해주는 어마무시한 저녁 구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