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제주허씨 한달살이

제주허씨 일기 12 - 사계리에서 송악산까지

張萬玉 2014. 11. 19. 10:53

11월 19일

 

재작년에 왔을 때 발길을 멈추었던 산방산에서부터 송악산까지 걷기로 했다.

올레길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올레 10코스의 절반 정도.

하지만 그 코스를 시작하기 전에 이왕 같은 방향이니, 엊그제 애월 가는 길에 들렀다 임시휴관이라 들어가보지 못한 추사적거지를 잠깐 찍고 가기로 한다. 

 

헉, 그런데 오늘까지 휴관이다. 내부 훈증소독중이라고 한다.

 

육지를 그리며 서첩을 보내라 밑반찬을 보내라 애처러운 편지를 쓰던 인간 김정희의 모습을 그려본다.

봄이 되면 저 담장 곁에 그를 위로해주든 수선화가 피어날까?

 

 나도 제주땅에서 마늘농사나 지어볼까?

누구에게나 다 '처음'은 있는 법인데 배우는 자세로 정성을 다하면 못할 것도 없지 않을까?

한적한 마을 분위기에 이끌려 (유흥준 교수의 추천대로) 추사 적거지에서 대정향교까지 걸어가볼까 하다가

차를 두고 가면 돌아오는 길이 너무 멀고, 오늘은 오름 10개 오르기 목표 중 하나인 송악산에 오르기로 했으니 다리품을 아끼기로 한다.

 

주차장 뒷편에는 일제 때 순교하신 이도종 목사님이 시무하시던 교회가 있다.

 ㅇ

지금도 예배시간이 되면 저 종을 울릴까?

 

지금도 예전이나 다름없이 사용되고 있는 예배당.

강대상에 화려한 꽃이 아니라 채소와 과일들이 바쳐져 있는 게 눈에 들어온다.

이 정결하고 순박한 분위기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의자에 앉아 빌어보는 오직 한 가지 소원, 

'주여, 당신의 작품이니 당신 뜻대로 키우소서."  

 

사계리 해안에 도착했을 때는 어느새 두 시가 넘어 있었다.

제일 빨리 되는 갈치국을 시켜 정신없이 흡입. 하지만 허겁지겁 먹기에는 너무 아까운 담백하고 고소한 제주도 고유의 토속음식이다.

 

이젠 배도 채웠겠다, 슬슬 걸어보실까?

 

 

뒤로는 산방산이......

 

앞으로는 형제섬이,...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왼쪽으로는 화순 금모래해변과 월라봉, 박수기정, 난드르 마을 그리고 그 뒤로 편안하게 누워있는 한라산이......

 

멀리 오른쪽으로는 내가 오를 송악산이 보인다.

 

길에서 만난 강씨 할머니.

귀는 좀 어두우시지만 아흔다섯이라는 나이가 안 믿길 정도로 말씀도 잘 하시고 목소리도 우렁차다.

점심 드시고 나면 늘 이렇게 나와서 해질 녘까지 놀다 들어가신다고 한다.

놀멘놀멘 30분쯤 걸으니 곧 송악산이다.

 

시루떡처럼 켜켜이 쌓인 화산 지형들과 일본군이 파놓은 땅굴들이 눈길을 잡아끄는 송악산 발치의 부남코지 옆모습.

내가 차를 세워둔 사계리 항구에서 출발한 Yellow Submarine이 부지런히 오락가락한다. ㅎㅎ

 

송악산 입구. 제주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임에 틀림없다.

이곳이 나의 여덟번 째 오름이다. 절울이(물결이 거세게 운다고...) 오름이라고도 한다.

 

현무암을 밟으며 올라가는 거친 길이지만 잠깐이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부남코지 능선 산책길

 

 

 

와~ 굼부리다! 정말 오름이 맞구나.

 

 

산이 높으면 골이 깊고 오름이 높으면 분화구도 깊다.

 

 

 

멀리 마라도(왼쪽)와 가파도가 보인다.

 

산방산을 중심으로 다시 한 방 찍어본다. 산방산 오른쪽.

 

산방산 왼쪽. (박쥐산이라는 별명을 가진 단산도 보인다.

 

이제 부남코지 능선을 걸어 돌아가는 길.

 

나도 저런 거 하고 싶다.... ^^

 

사계리로 돌아와 용머리해안을 보기 위해 산방산 쪽으로 간다.

재작년에 왔을 땐 저 금부처를 손아귀에 넣는 사진만 찍고 돌아갔는데 ...ㅎㅎ 

 

우왕~ 이곳도 근사하다.

 

 

 

산방연대로 올라가 찍고 또 찍고...... 

 

 

 

한라산도 월라봉도 금모래해변도 서서히 어둠속에 잦아들기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