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제주허씨 한달살이

제주허씨 일기 13 - 노꼬메오름

張萬玉 2014. 11. 21. 08:32

11월 20일

 

지금 묵고 있는 숙소를 알선해준 Y에게 밥 사준다고 날을 잡아놓고, 얼마 전에 마련했다는 집 구경도 시켜준다기에 그 동네 네비를 찍어보니 

내가 오르려고 했던 오름 리스트에 올라 있는 노꼬메오름이 멀지 않다. 그렇게 오늘의 일정이 정해졌다.

저녁 약속이니 오후에 느긋하게 나가도 되겠는데, 인터넷에서 힘들었다는 얘기만 읽었던 터라

다리 약한 나는 더 천천히 올라야겠구나 각오하고

아예 도시락을 싸가지고 일찌감치 길을 나섰다.

 

네비가 세워준 곳은 궷물오름 주차장.

잘못 찾아왔나 했는데 알고보니 주차장은 노꼬메오름 발치에 있는 궷물오름과, 이웃해있는 족은(작은)노꼬메오름 주차장뿐이니 제대로 찾아온 것 맞다.

 

입구는 이렇게 시작된다.

 

이제부터 은근한 오르막 시작.

별거 아닌 듯한 오르막이 20분 가량 꾸준히 이어지니 슬슬 땀이 나기 시작.

 

 여느 오름들과는 달리 아름다운 숲이 전체 구간의 절반을 차지한다.

누구는 이곳을 가벼운 한라산 등반이라고 했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10년 전 성판악으로 올랐던 한라산 코스가 기억에 가물가물...

나중에 무릎 상태가 좋을 때, 일행이 있을 때 한라산에 다시 한번 올라봐야지.

 

오, 말 근육 같다. ^^

 

비바람을 견뎌내는 저 강건한 근육! 눈물나게 부러운 젊음이여!!

 

 

 

숲구간이 끝나니 본격적으로 오름으로 가는 계단이 나타난다.

잠시  다리를 쉬며 싸온 유부초밥으로 요기.

사진 제목은 '그 숲에 내가 있었네..' ㅎㅎㅎ

 

가파른 비탈을 올라왔다고 해서 가파른 계단을 피해갈 수 없다.

다랑쉬오름만큼이나 가파른 오름. 그러나 각오한 만큼 지는 않았다.

오늘도 푸른 하늘 벗삼아 놀멍 쉬멍 오르멍..

 

계단 양쪽으로는 억새가 아니라 조릿대가......

 

휴, 다 왔다.

왼쪽에 보이는 봉우리가 족은노꼬메오름.

 

정상에는 데크를 널찍하게 깔아놓았다.

 

 

 

연무가 끼었는지 하늘이 새파랗지 않은 것이 살짝 유감.

 

어, 그 먼 산방산까지 보이네!!

 

그래도 한라산 능선이 전부 보이니 뿌듯하다.

영실의 단풍과 백록담까지도 선명하게 보인다.

서부 오름 중의 지존이라더니 모든 오름들 통틀어서도 나로서는(경관만 가지고 얘기할 때) 베스트3 안에 꼽고 싶은 오름이다.(특히 숲이라는 프레미엄)

 

한림에 새로 마련한 Y의 보금자리는 돌집과 평상이 근사하긴 해도 어쩐지 쓸쓸하고 썰렁해 보였다.

예래리 집이 후배의 비토로 후보에서 탈락하고 나도 현재 인연이 닿는 집을 은근히 물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