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애월리 四季

잡초제거 / 이삭줍기

張萬玉 2015. 1. 27. 09:30

1월 2일

 

김치 좀 담가주고 가야겠다는 친구 등쌀에 마지못해 갓과 무 일부 수확.

제법 큰 통 두 개 가득 담을 만한 양을 수확했는데 뽑아낸 자리는 표도 안 난다.

 

 

 

1월 7일 혹은 8일

바람 잦아들고 햇볕이 좋길래 해바라기하러 나갔다가 충동적으로 한 시간 호미질.

겨우 다라이 두 개 놓은 넓이만큼 정리했는데 허리가 쑤신다. ㅋㅋ

나무 옆 돌 위에 쌓은 게 수확하면서 뽑아낸 잡초. 돌 앞에 쌓인 게 갓과 무.

잡초와 수확물이 거의 비슷한 양이다.

사진 맨 아래쪽에 두툼하게 깔린 잡초(광대나물)와 그 속에 섞여 있는 마늘잎은 손댈 엄두도 안 나서 두고두고 갖고 놀 장난감으로 분류하였다.

 

 

1월 13일 혹은 14일

 

상추잎 따러 나갔다가 또 충동적으로 호미질.

몇 포기 안 되는 상추에서도 이삼 일 먹을 만한 양이 나온다.

뭐에 씌인 것처럼 한 시간 반쯤 잡초 밀집지역을 헤집었다.

가끔 일어나서 하늘 한 번씩 봐줬더니 허리가 덜 아프다.

부추인 줄 알았던 녀석들이 제일 무시무시한 잡초들이었다.

'풀뿌리민주주의'라는 말과 어울리게 단단히 스크럼을 짜고 땅에 눌러붙어 있어 호미질 대여섯 번쯤은 해야 들어낼 수가 있다.

미안하다, 나도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란다.

잡초를 정리하려니 그 속에 파묻힌 쪽파와 무를 그대로 둘 수가 없네. 채 자라지도 않은 녀석들을 캐낼 수밖에..

이번엔 나박김치를 담았다.

 

 

 

이제 검은 흙이 제법 드러났네. 보람차다! ㅋㅋ

 

1월 23일

 

무슨 바람이 불어서 또 대책없는 수확에 나섰다.

재료는 같고 이름만 다른 김치들로 냉장고가 꽉 찼고, 수확물을 줄 제주 친구도 육지 친정에 다니러 갔으니 

수확물은 이제 새로 사귄 이웃에게로 간다.

덜 자라 실오라기 같은 쪽파가 제법 많아 다듬는 게 보통일이 아니겠는데? 

주고도 욕먹을까봐 일일이 다듬다보니 머리가 하얗게 세었다.

내친김에 마늘잎과 무도 다듬어 종합선물세트를 만들었다. ㅋㅋ

한경면 저지리에 있는 지니 코티지. 멋진 이 집 소개는 다음으로 미루고......

이 집에는 귤이 넘친다. 큼지막한 봉지 가득 귤, 정성으로 만든 귤잼, 되로 주고 말로 받았다.

 

 

1월 26일

 

듬성듬성 보이기 시작한 검은 흙들을 하나로 연결시키면 그간의 노동이 돋보일 것 같아서 다시 호미를 들었다.

두 시간 넘게 달리다 보니 제법 농사 지을 자리처럼 보인다. 보람차다!

문제는 군데군데 쌓아놓은 잡초더미. 내친김에 폼나게 외발리어카까지 장만해봤? ㅋㅋ

또 한 박스 가득차버린 쪽파와 마늘잎을 다듬느라고 하루해를 보냈다.

이건 제주시 사는 친구와 그 친구의 친구들에게 갈 몫이다.

줄 맞춰 심어놓은 쪽파와 마늘은 씨알이 굵어질 때까지 둘 예정이니 이제 당분간 수확은 없다.

(누가 아냐, 남은 잡초밭에서 또 나올지. 잡초밭 정리는 이제 겨우 1/3 수준. )

 

 

 

궁금한 것

 

텃밭 왼쪽으로는 얼핏 보면 제법 질서정연한 꽃밭이 있다.

잡초 정리 끝나면 호미를 이 동네로 겨눌 예정인데, 일단 이름이나 알아두고자......

혹시 이름 아시는 거 있으면 댓글로 좀 알려주세요.

 

요건 광대나물이라고 눈부신햇살님이 알려주셨고......

 

 

 

 

 

 

잎에서 진한 향이 난다. 혹시 허브로 쓰이는 거 아닐까?

 

줄기가 마구마구 뻗어가며 번지고 잎 뒷면은 희다.

 

뒷뜰엔 이거 투성이. 잎이 너무 예뻐서 그냥 퍼지게 두려고 한다.

 

파도 아닌 것이 마늘도 아닌 것이...... 혹시 수선화?

요즘 길가에 널린 수선화를 캐와볼까 하고 산책길에 호미를 들고 다니는데, 막상 찾아보니 어디로 숨었는지 안 보인다.

2월말에 오겠다는 친구가 양귀비 씨를 준다고 한다. 수선화 옆에 양귀비 심으면 정말 예쁘겠는데

아, 화단 정리는 언제 할끄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