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윗동네 - 남첨암
난지엔얜을 인터넷에서 찾아냈을 때, 운해를 굽어볼 수 있는 이 꼭대기에서 잘 데라곤 딱 여기뿐인 줄 알았다.(국가가 운영하는 산장)
우리를 태워다준 기사가 굳이 비싼 산장보다 농가민박이 어떠냐고 했을 때도 나는 민박은 아랫마을에 있고 이 산장만이 정상을 지키고 있는 줄 알았다.
헌데 도착해보니 민박집에서 몇 발짝만 나가면 바로 산장이었다. 가격은 민박과 세 배 정도 차이가 난다.
민박집에서 저녁을 먹고 산장 구경도 할 겸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이튿날 아침, 일출 시간이 6시라는데 5시 반쯤 되니 바깥이 시끌시끌하다.
서둘러 나가보니 어제 보지 못했던 인파가 절벽 쪽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곳이 사진가들의 聖地라더니 과연 그런가보다. 모두들 목에 대포만한 카메라를 걸고 있다. ^^ ;;
구름이 계곡 저 아래로부터 피어올라오는 광경이 장관이긴 했지만 정작 구름 속을 뚫고나오는 일출은 보지 못해 아쉬웠다.
늘 느끼는 거지만 눈에 보이는 그대로, 마음에 와닿는 감동 그대로를 사진으로 옮길 수 없다는 아쉬움.
해가 나고 한 시간 정도 흐르자 구름이 가시면서 발 아래 다랭이논과 대나무숲이 모습을 드러낸다.
찬란한 햇살 아래 빛나는 유채꽃들, 다정한 마을들.......그저 황홀하다는 말 밖에.
항저우 커플이 아침은 산장에 가서 먹자길래......
중국에 오면 큰 낙으로 삼는 중국식 아침식사. 흰죽과 야채왕만두, 아니면 콩국과 튀긴 꽈배기의 조합이다.
여기에 삶은 계란과 짜차이, 짭짤하게 볶은 땅콩까지 곁들여지면 완벽하다.
식사 후 동네 한 바퀴
이제 오늘의 메인 메뉴, 100원짜리 입장료(민박집 주인과 함께 가면 70원이다)를 내고 들어가는 풍경구로 들어간다.
풍경구는 해발 1200여 미터의 산장에서 시작하여 해발 약 500미터 지점까지 골짜기를 타고 내려갔다 올라오는 가파른 계단길이다.
병든 무릎 생각하면 한숨이 저절로 나오지만 용기를 내어....
특이하게도 이 계단길의 손잡이는 문고리.
아마 난간을 세울 만한 공간도 없어서 낸 아이디어 같은데 오히려 이 계곡의 명물이 된 듯.
풍경구 트레일 반환점쯤 되는 지점에 구단폭포를 옆에 낀 쉼터가 있다.
여기가 9단폭포의 중간쯤 되는 지점인 것 같다.
계속 내려가면 대갱촌이 나오겠는데 돌아올 방법이 막연하여...... 그냥 풍경구 트레일을 띠라 돌아와야겠다.
이곳도 풍경이 좋으니 그냥 푹 쉬다 가시게나.
두 시간이 채 안 걸리는 짧은 거리지만 가파른 계단과 싸운 무릎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할 때쯤, 활짝 핀 목련이 두팔 벌려 맞아준다.
풍경구에서 나오니 11시.
항주 커플과 점심 먹기로 한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동네 끝까지 가본다.
이 동네에서 하루 더 자려고 했더니 동네가 너무 작다. 예상과 달리 관광객도 너무 많고......
오후에는 선롱구(神龍谷)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하여 거기나 다녀올까 했는데 그곳도 보나마나 계단길 오르락내리락일 텐데 무릎이 이미 죽겠다고 하고..
에라, 나도 항주 커플 따라 아랫동네로 내려가야겠다 싶은데 암만 기다려도 얘들이 오지 않는다.
내일 출근이라 오늘중에 항주까지 가려면 가능한 교통편 만났을 때 무조건 내려갈 꺼라고, 12시까지 안 오면 그런 줄 알라더니 진짜 내려갔나보다.
이제 어쩌지? 아~ 깊은 산중에 혼자 고립된 기분이네.
일단 퇴방수속 해놓고 오후 세 시에 올라오는 공용버스를 하릴없이 기다리고 있는데 숙소 주인아저씨가 막 손짓을 한다.
아랫동네 사는 자기 친구가 납품하러 왔다가 돌아가는 길이라고 그 차에 동승하란다.
스리엔쩐에서 샷시 가게를 하는 심씨 아저씨, 처음 보는 외국인이라고 신이 났다.
올라올 때 냈던 차비를 감안하여 50원을 내밀었더니 어차피 돌아가는 길이라면서 손사래를 친다.
아랫동네 어디 내려줄까 묻길래 교통 괜찮고 농가민박 많고 풍경 좋은 동네 아무데나 내려달라고 했더니
이 동네 오면 꼭 가봐야 하는 곳이라면서 천불산으로 가란다. 교통도 좋고 조금 걸어나오면 민박도 많고
그보다 천불산 인근 호텔 매니저가 자기 친구인데 자기가 직접 가서 직원가에 묵게 해주겠단다.
안 그래도 어젯밤 너무 춥게 잤길래 하루쯤 편히 묵어가자 싶어 그러자고 했더니 자기 가는 길 지나쳐 호텔까지 데려다준다.
이 동네 아저씨들, 왜 일케 친절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