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도 지나가는데......
한 달 만의 포스팅이다. 난 뭐하고 살았지?
뭔가 하긴 한 것 같은데, 텅 빈 블러그를 보니 불타는 태양볕 아래 하얗게 스러진 한 달의 재만 고스란하다.
뒤늦게 되살려보는 5월의 불씨.
# 텃밭 안부
5월 하면 장미지.
두 그루가 경쟁적으로 담을 타고 넘어가더니...... 6월로 접어들자 하루아침에 꽃망울을 다 떨궈버렸다. 花無十一紅..
쑥갓꽃이 저리도 이쁜 줄 몰랐다.
종족이 다를 수 있다는 것도 몰랐다.
이쁘긴 한데..... 이제 쑥갓 뜯어먹기는 끝!
방울토마토가 열매를 내기 시작했다.
열매를 바라고 심은 건데 막상 열매가 보이기 시작하니 신기해죽겠다. ㅋㅋ
유통기한을 1년 이상 넘긴 인삼 과립이 있다길래 얘들 주려고 얻어와 물에 엄청 희석해서 주었는데, 약이 되려나 독이 되려나.
있는 줄도 몰랐던 어성초가 여기저기서......
앞집 할머니가 저건 약초라고, 귀한 거라고 하는데 생선비린내 나는 저 식물을 어찌할 줄 모르는 나는 그저 꽃구경만 한다.
버베나가 맹렬하게 번지는 틈새에 개량채송화가 낯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개량채송화는 따로 심어두면 화사하게 번지는데...... 어영부영 하다 보니 꽃 질 때가 다 됐다.
기둘려라, 내년엔 너희 방 따로 잡아줄께.
흰 꽃이 소복하던 앵두나무가 이젠 빨간 구슬같은 열매를 보여준다.
두 주일쯤 전에 수확해서 술을 담았다.
왜 새가 안 쪼아먹었는지 알겠다. (보기와는 달리 맛이 없어... ㅠ.ㅠ)
가지꽃이다. 꽃은 두 송이나 피었는데 아직 열매 흔적은 안 보인다.
수국이다. 물론 내가 심지 않은......
지금은 노란빛이 다 사라지고 붉은꽃송이들이 타오르고 있다.
번지는 속도도 맹렬하여 처음 한 그루였던 것이 어느새 세 그루가 됐다.
얼갈이배추와 열무가 너무 잘 자라, 한번 솎아 물김치와 겉절이를 담갔는데도 또 김치 담으라고들 아우성이다.
아욱도 근대도 넘쳐나기 시작한다. 녀석들 덕분에 모처럼 좋은이웃 노릇 좀 할 수 있겠다.
드디어 마늘 수확.
거름을 제대로 안 주어 씨알은 굵지 않지만 어쨌든 굴비 엮듯 세 두름 엮어 보일러실에 걸어두고 잔챙이들은 장아찌를 담았다.
마늘농사는 확실히 잘 되는 것 같다. 올 늦가을에 또 심어볼까보다.
# 들락날락
웬만하면 육지행을 삼가려는 마음과 달리 자꾸 나갈 일이 생긴다.
5월 중순에 볼일이 생겨 또 일주일 집을 비웠다. 그냥 편하게...... 김포에 살고 있거니 생각하기로 했다.
조카가 다녀갔다.
거실 깊숙히 들어오는 햇볕과 동네 산책에서 만나는 불타는 석양 만으로도 행복해하는 녀석을 보며
떠돌이본능에 따라 얼떨결에 한 선택이 나쁘지 않았다는 데 새삼 감격하곤 한다.
제주로 주소를 옮긴 지 어느새 반 년.
전세금을 지키기 위해 옮긴 건데 나도 모르게 마음까지 따라와버려...... 아예 내 집 한칸 마련해서 눌러앉아버릴까, 진지하게 고민중이다.
비싼 년세 때문에 작은땅이라도 구해 집을 지어보겠다는 친구를 따라 구경이라도 할 겸
고내리로, 판포로, 남원으로, 송당으로, 선흘로......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 보니 제주에 점점 깊이 빠져들면서
점점 그 일이 내 일처럼, 꼭 해내야 할 숙제처럼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