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동네 한바퀴 - 고내봉 일대
바로 집 앞이고 나름 애월리의 명소이건만 어쩌다 보니 1년이 다 되도록 올라가보지 않은 고내봉.
언젠가 한번 올라갔다가 방향을 잘못 잡고 곧장 정상으로 쳐올라가는 바람에 다시 올 일 없는 곳이라고 투덜댔는데
2015년 마지막날 너무 고운 날씨에 홀려 다시 나선 길.
이번엔 지름길을 찾아 애월고등학교로 진입, 빨간궁전 펜션 옆 남의 집 마당을 살그머니 거쳐서 보광사 쪽으로 올라갔더니
(남의 집 마당을 거치고 싶지 않으면 애월고 버스정류장을 지나쳐 첫 진입로로 들어서면 보광사 가는 길이 나온다.)
푹신하게 솔잎이 깔린 딱 걷기 좋은 오르막이 반겨준다.
적당한 시점에서 나타나주는 쾌활한 전망, 한 바퀴 돌아서 간 길 다시 안 가게 만드는 신선한 코스까지.....산책로의 미덕을 다 갖췄네. ㅎㅎ
그럼 그렇지, 그래도 이 길이 올레 15코스 마지막 구간인데..
처음 고내봉에 올랐던 날, 보광사까지 가지 않고 초입에 세워진 고내봉 정상 표지판을 따라 올라갔다가 억수로 고생했네.
정상으로 바로 올라갔던 날 찍은 사진. 이 각도에서는 멀리 애월항과 왼쪽으로 애월체육관이 보인다. 그 뒤쪽 어디쯤에 우리집이......
요기서부터 보광사에서 출발하는 코스 시작.
어우, 깜짝이야!
보광사 가는 길에서 만난 흑마의 기사.
신엄에서 타고 왔다고 한다. 집에서 한 마리 기르는데 매일 구보를 시켜줘야 한다고......
오른쪽으로 보이는 것이 과오름.
다음 산책 코스로 잡고 있는 올레 15코스 중간쯤에 있다.
올레길 표시를 따라 하가리 쪽으로 방향을 튼다. 여전히 간세다리(느릿느릿한 걸음)를 허락해주는 편안한 길. 햇살은 따사롭고......
산길 다 내려올 때까지 정다운 묏동들과 오솔길이 이어진다.
하르방당.
거센 비바람, 파도와 싸우며 살아온 섬 제주에는 무속신앙의 영향이 매우 강하다.
그러나 그 많던 당집도 세월 따라 사라지고 지금은 곳곳에 흔적만 남아 있다.
큰 길 가까이 내려오면 고내촌인가? 하는 한정식집이 있고 그 옆으로 귤밭을 낀 오솔길이 손짓하고
그 너머로 멀리 까페 프롬더럭과 알록달록 꼬까옷을 입은 더럭분교가 보인다.
애월항으로 돌아오기까지 놀멍쉬멍 한 시간 반.
이날의 베스트 컷.
생계형 애월항이 너무 아름답게 찍혔다.. 날씨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