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아프리카

에티오피아 9 - 다시 메켈레

張萬玉 2014. 10. 14. 13:14

간만에 숙면하고 오전 나절을 짐 정리와 빨래로 다 보냈다.

빨래거리가 넘치는데 널 데가 부족해 쩔쩔 매다가 거리로 나가서 폐전화선을 주워왔다.

베란다 끝에서 끝까지 줄을 매니 어찌나 속이 시원한지.


Green Valley Cafe에서 피자로 점심 먹고 남은 피자 챙기고 케익도 하나 사가지고 ETT놀러갔다.

선물용으로 준비해온 화장품 샘플을 몽땅 털어줬더니 답례라고 여행사 로고 찍힌 티셔츠를 준다. 

이 날도 무슨 축일이라고 여사장과 여동생 모두 민속의상으로 단장을 하고 있다.

가이드였던 요나스는 전직 고등학교 지리교사인데 세계문화유산 재단 일을 도와주다가 프리랜서 가이드로 전업했다고 한다. 역시 일 솜씨가 남다르다 했더니 인텔리였군. 가이드로서의 자부심도 대단하고 에티오피아와 관련한 화제에서는 절대 기 안 죽는다. 유창한 영어는 물론 신중한 말투 속에 유머감각과 비판의식도 가끔 번득인다. 오바마는 말로만 도와주고 정작 에티오피아에게는 해준 것이 없다고 멍청해도 부시가 최고란다. 

웃기는 일. 아웃에게 어제 투어에서 물었던 일을 다시 언급했더니 어리둥절하며 동문서답이다. 사무실 사람들 모두 박장대소를 한다.

때마침 또다른 아웃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쌍둥이였던 것이다.ㅎㅎㅎ

아웃의 동생은 아직 대학에서 투어리즘을 전공하는 학생이라는데 곧 이 일에 투입될 거란다.




저녁을 먹으러 소문짜한 Chiken house를 찾아가는데 홍동가(!) 비슷한 골목이다. ㅎㅎ

제법 분위기도 좋고 음악도 좋아 통닭과 맥주 시켜놓고 앉아 있는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며 정전. 그 와중에 화장실에 가다가 물웅덩이에 빠졌다.



바자지를 타고 숙소로 돌아오는데 운전사가 동네에서 8킬로 떨어진 곳에 Chel 폭포가 근사하니 한번 가보라고 한다.

어차피 내일 하루 빈둥거리다가 모레 아디스 아바바로 돌아갈 예정이라 아침에 와주기로 하고 30비르에 예약했다.

우리를 중국인으로 보고 중국말로 하는데 발음이 엄청 웃긴다.

다음날 아침 밥 먹으러 갔다가 계림에서 온 전기설비공 3명을 만났다. 인근 공사장에 통신선 까는 일을 하고 있는데 이번주 내내 축제라고 쉬고 있단다.

30대 초반의 젊은이들의 좌충우돌 에티오피아 체류기가 참 재미있었다.


약속한 바자지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아 다른 바자지 불러달라고 ETT로 내려갔더니 마침 여사장님이 그 동네 쪽으로 간다고 공짜로 태워줬다.

아웃의 동생 솔로몬이 같이 가주겠다고 하여 데리고 갔는데 녀석이 폭포마을 입구에서 가이드랍시고 마을 청년 하나를 소개하더니 사라져버렸다.

어휴, 이것이 사단이었다. 영어도 안 되는 녀석이 제 친구 다섯 명을 끌고다니며 구아바 사라, 팁 달라.... 별별 요구를 다한다.

1킬로도 안 가서 솔로몬이 말한 대로 50비르 주고 간신히 따돌렸는데 엉뚱한 녀석이 나서서 뺏어가고 이녀석이 징징 우는 소리를 한다.

내가 영어 하니까 달라, 바지 찢어졌으니 달라, 배고프니 달라 등등.

애원도 하고 협박도 하고 해서 겨우 떼어냈다. 겨우 한숨 돌리려니 온 동네 애들이 다 쫓아오며 머니, 머니 노래를 불러댄다.

사진도 제대로 못찍고 마을을 빠져나왔다.






















산마을 신작로길엔 별로 볼 것은 없었지만 사방이 휑 뚫린 느낌이 오히려 좋았다.

벌판에 홀려 걷다 보니 갈 때 승합차 타고 간 길을 어느새 다 걸어왔다.

마을 입구 맥주집에서 쌀밥을 주문해서 들고 온 김과 고추장 섞고 맥주 다섯 병 시켜 마셨다.

주인 아줌마가 나가서 영어 할 줄 아는 사람을 불러오더니 자기네가 새로 지었다는 집 구경을 하라고 한다. 

따라가보니 바로 옆 4층짜리 건물 한 층을 보여주면서 사무실 자리인데 위치도 가격도 좋다고 사겠느냐고 한다. 황당! 오죽하면 여행자에게 ...

좀 웃겼지만 영어 하는 사람이 끼어주니 이러저런 잡담을 나누면서 산에서 잡친 기분 100% 회복하고 얼근히 취해서 돌아왔다. ㅎㅎㅎ




아디스아바바로 돌아가는 날. 12시에 출발이라 아침 먹고 나가서 다시 동네 한바퀴.

일요일을 맞아 교회 가는 사람들로 거리는 발 디딜 틈이 없다. 제사장 복장을 한 사람들이 액자나 무슨 증명서 같은 것을 늘어놓고 장사판을 벌이고 있고 걸인들은 한 줄로 늘어서서 구걸을 한다. 적선하는 사람들도 많다. 아이들은 여전히 몰려다니며 아쉔다 구걸. 동네 교회 주변이야말로 진정한 핫 플레이스다.














 


박물관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보니 문이 닫혀서.... 바로 옆에 있는 공원으로 들어가 잠시 걷다 나왔다.



호텔 한참을 돌아다녔는데도 시간이 남아 호텔 2층 테라스에서 점심 겸 무지막지한 야채피자 한 판 시켜놓고 거리 구경.

근처에서 결혼식이 있는 모양이다.



12시가 되니 솔로몬이 데리러 왔다. 공항까지는 10킬로 정도.

비행기가 연착되어 2시간 대기하다가 다음 비행기와 거의 동시에 떴다.

확실히 아디스 아바바행 승객들이 윤기가 난다. 이 나라에선 보기 드문 살찐 사람도 눈에 띄고.

영국 산다는 꼬마와 놀다가, 미국 유학중이라는 자매와 수다 떨다가..... 꽤 재밌는 대기 시간이었다.

한국 방송 열성팬인 미국 자매의 동생은 내 이름을 듣더니 자기도 김종민을 안다며 신기해 한다. 사립고등학교 출신으로 미국으로 유학 가서 법학을 공부하고 있다니 재력있는 집안의 따님인 것 같다. 한국에도 꼭 한번 올 거라는데....부디 한국 방송 보고 키운 환상이 깨지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