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1 : 사모스에서 미코노스
http://blog.daum.net/corrymagic/13755096 에서 계속되는 글
셀축에서 새벽 버스를 타고 20분 만에 쿠샤다스 도착, 출국심사를 마치고 9시에 출발하는 배에 올라 사모스 섬으로 건너간다.
1시간 반 거리. 그리스로 가는 길이 이리도 가까울 줄이야.
눈 앞으로 다가드는 장난감 같은 집들이 새삼 신기하다.(뭘 그래, 엽서에서 많이 봤잖아. ㅋㅋ)
쿠샤다스 1박도 건너뛴 김에 오늘 떠나는 배가 있으면 내처 미코노스 섬까지 뻗치자 하고 알아보니 4시에 출발해 8시 20분에 도착하는 페리가 있다고 한다.
단 이곳 Vathy 항이 아니라 버스로 40분 정도 가야 하는 Kalavathy항이다. 자 부지런히 가보세...
항구에서 200미터쯤 떨어진 5번 버스 종점을 물어물어 찾아가며 그리스 물정에 입문한다.
1. 영어 하는 사람이 뜻밖에 무척 드무니 아무나 붙들고 말 시키는 짓 삼갈 것...
2. 그리스 사람들은 (터키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무적이니 공연히 친한 척 개기지 말 것
3. 물이나 맥주는 꼭 수퍼에서 살 것. 일상적인 레스토랑 식사 가격 기준, 8유로 이하. 잘 먹으려면 15유로 이하. 더 잘 먹으려면 경고등 켜고 먹을 것.
눈에 보이는 것들은 세련되고 점잖아졌지만 마음에 와닿는 그들의 체온은 확실히 차다. 그리스 땅을 밟은 기분은 웬지 남의 옷을 걸친 기분. 아무래도 주파수를 맞출 조정기간이 필요한 거야.
하지만 이런 낯선 기분은, 버스를 타고 산을 넘어가면서 고운 물빛과 관광객 없는 동네의 민낯을 보면서 금세 사라졌다.
게다가 버스에서 내린 뒤에 택시라도 타야 마땅한 거리를 도보로 30분이나 (땡볕에) 걸으며 맛본 사모스섬의 속살은 씹을수록 고소한 그리스 빵맛 바로 그것. 항구를 지척에 둔 곳까지 와서야 마음을 놓고 앉아 시원한 생맥 한잔과 기가 막힌 점심으로 잠시 힘들었던 마음을 모두 털어버렸다.
미코노스행 배는 대형 유람선. 쾌속선이 아니라서 놀랄 만큼 비싸지는 않았다. (항만세 포함 40유로, 쾌속선은 거의 70유로에 육박한다.)
레스토랑, 면세점, 선데크의 바까지.. 널찍한 공간을 이리저리 누비며 즐기다 보니 네 시간이 훌쩍.
숙소 정보는 좀 있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터키 물가의 단꿈에서 아직 깨어나지 못한 상태)
삐끼들이 많이 나와있을 테니 골라골라 잡혀주리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시즌이 아직인 걸까, 아무도 없다.
일단 타운으로 들어가는 버스를 타고 택시스퀘어에서 내려 지도를 거꾸로 들었다 바로 들었다 하며 한참을 헤매다가 결국은 택시를 탔다.
우리가 찾는 다미아노스는 오르막을 구비구비 올라가는 산꼭대기 동네...까지도 좋은데 방이 없네그려. 방값도 깜짝놀랄 만큼 비싸고.. (깎아서 90유로!)
힘들게 산꼭대기까지 올라왔는데 다시 내려갈 수도 없고 밤은 깊어가고....
울며 겨자먹기로 옆 호텔을 소개받아 갔더니 점입가경, 120유로에서 깎아 100유로에 해준다네.
일단 짐을 맡겨놓고 발품을 팔아 겨우 75유로짜리를 찾아냈다. 좋기야 내가 보통 묵는 트래블러급 내지 호스텔급과는 비교할 수 없이 좋지만 할머니 쌈짓돈울 뭉테기로 내놓고 보니 어쩌자고 물가 비싸기로 소문난 미코노스에 오면서 예약도 안 했던가 후회막급이다. 그나마 두 밤이고 동행도 있으니 데미지가 덜하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마음을 열고 보니 하늘이 불타오르고 있다. 그래, 여기는 남들이 그리도 그리는 에게해의 섬 아니더냐.
Let's dig 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