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아프리카

에티오피아 4 - 랄리벨라 2

張萬玉 2014. 10. 14. 13:12

새벽 7시에 출발. 영화에 나오는 인물처럼 노새 등에 앉아 꺼떡꺼덕 출발한다.

나는 동물 타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길이 험하다니 어쩔 수 없네.





급한 비탈, 돌길, 진흙길. 걸어서 올라가려 했다면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었을.... 그러나 경치 감상하며 걸을 갈 만한 구간도 5킬로 있다.

마지막 구간에서는 노새에서 내려 올라가야 했다. 노새가 거꾸러지거나 미끄러질까봐.

풍경은 페루 쿠스코 시티투어 할 때와 비슷하다. 피어오르는 구름, 구름 그림자, 칸칸이 푸른 밀밭, 검은 돌로 착착 쌓아둔 울타리.

길 닦는 사람들은 망치로 돌을 깨어 정육면체로 만들고 있는데 남녀노소 구별이 없다.

짚, 돌, 풀.... 뭐든지 푸대에 넣어서 혹은 나무가지로 묶어 지고 내려오는 사람들, 맨발이다.

노새잡이들은 하나같이 찢어진 옷에 몰골이 형편없는데 내 노새잡이 18세 벨라이는 깨끗하게 차려입고 영어를 한다.

처음엔 다 알아듣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절반도 못알아듯는 게 확실하다. 10학년인데 알바 하느라고 학교를 쉬고 있단다.

그런데 요녀석, 신쌤이 타고 있는 신참 노새가 채머리를 흔들어대며 안 그래도 허리병을 앓고 있는 심쌤을 을 괴롭히니 그 노새잡이 리더가 길 잘 든 내 노새와 바꾸라고 하니까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골을 내기 시작한다. 그걸 타게 된 나도 힘든데 말이지... 그때부터 내게 팁 얼마나 줄꺼냐고 들이대기 시작한다.


그래도 마지막 걷는 구간 나오니까 나무가지 주워 스틱 만들어주고  급경사에서는 어깨까지 내어주며 열심을 낸다.

그리고는 전설의 교복 얘기(교복값이 없어서 사복 입고 다니느라고 만날 선생님께 지적받는다는.... 이 동네 통용 구걸 레파토리)

내가 팁 줄께 걱정하지 말라니까 그런 팁 말고 큰 팁을 한국에 가서 보내달라고 한다. 그런 심한 농담을!

스틱과 벨하이의 부축 덕분에 무사히 내려왔지만 무릎이 성치 않아 저녁 내내 엉거주춤.

노새잡이들은 100비르씩 팁을 받았지만 요금에 포함된 가이드 팁은 어마어마할 거다. 너무나 당연한 취식구조인 듯.













내려와서 Ben Abende(언덕위의 꽃)라는 스페인풍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음식은 Unique만 못하지만 가볼 만하다. 전망도 좋고 화장실이 재미있다.

여기 사람들은 지금이 금식주간이라 휴대폰으로 설교 듣고 내내 금식중이다. 노새잡이들에게 빵 줘도 안 먹더라니.







돌아오는 길에 한 아이가 계속 따라붙으며 신발 닦으란다. 구두가 아니고 운동화인데? 한 깨끗이 빨아다 주겠단다.

두 시간 후 호텔로 신발을 가져온 아이가 안 입는 티셔츠 있으면 하나 달라고 한다.

내 옷이 네게 맞겠냐니까 내일이 엄마 생일인데 빨아서 선물하고 싶단다.

지극한 효심에 감복하여 멀쩡한 티셔츠랑 양말 두 벌씩 챙기고 내친김에 밥 해먹겠다고 들고다니던 토마토소스랑 스파게티, 삶은 콩조림싸줬더니 호텔 문밖에 나가기 무섭게 토마토소스 병 열어 손으로 퍼먹고 있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이튿날 아침 열린 동네 장터에서 그 아이를 만났다. 헌옷가지를 펴놓고 장사하는.... 내 티셔츠도 거기서 한 몫 하고 있네그려.

피곤해 기절할 지경. 쉬지않고 샤워, 쉬지않고 빨래를 해제끼는 데도 불구하고 온몸이 근질근질하다.


우리가 묵은 아세톤 호텔 경비원

호텔 직원들. 받지도 못할 사진들 찍으며 즐거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