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6 - 포카라 6 / 한네연과의 만남
네팔여행중에 합류하게 된 한네연(한국네팔사회복지연대)의 활동은 네팔의 NGO를 통해 아동 청소년 단체(주로 그룹홈)들에게 전달되는 국내 후원자들의 성금이 잘 쓰이고 있는지 내년에 필요한 지원은 어떤 것이 되어야 할지 점검하는 일이었다. 한국에서 이끌고 있는 자신의 그룹홈과 그룹홈협의회 활동을 바탕으로 이 활동을 십수년째 이어오고 있는 대장님은 걸음마 뗄 때부터 만나 어느새 청소년이 된 아이들과 진정한 일가(패밀리)를 이루신 듯 하다.
이번 방문에서는 포카라 두 군데(오지의 초등학교 한 군데와 수녀님들이 운영하고 계신 지역센터 두 군데), 카트만두에서는 그룹홈 네 군데를 방문한단다.
그룹홈의 존재도 잘 몰랐던 내가 어쩌다 인연으로 한네연과 네팔 일정을 함께 하게 된 건 보통 행운이 아니다. 내 여행운과 능력을 뛰어넘는 깊이로 네팔을 탐사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일행이 도착하기 전에 숙소를 예약하고(내가 묵던 예티 게스트하우스로 모셨다), 현지 안내인을 만나 트레킹에 필요한 사전준비를 하는 게 내 미션.
드디어 프라트비촉에서 카트만두에서 달려온 일행 여섯 명과 합류, 우선 버스터미널 인근의 한국 수녀님들이 운영하시는 빈민지역 센터를 방문했다.
다음날은 카트만두에서 그룹홈 활동 실무자들이 오기를 기다리며 3박4일 포카라 인근마을 트레킹(별도 포스팅).
프리트비촉 장거리버스 터미널
터미널 가는 길에 택시미터기 설치에 반대하는 택시기사들의 시위현장을 만났다. 경탈들이 막대기를 들고 있는 게 재밌고도 귀여웠(!)다.
사과탄이나 물대포에 비하면 얼마나 인간적이냐... ^^
포카라를 떠나기 전날은 산속마을에 있는 한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전달물품이 많으니 차량으로 학교까지 들어간다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따라나섰는데, 가는 길이 바로 히말라야트레킹이었다.
푼힐 가는 길목인 나야풀까지 미니버스로 두 시간, 무너진 길과 강물, 꼬부랑 고갯길을 마구 헤쳐가다가(일행중 몇은 멀미), 그것도 모자라 지프로 갈아타고 천장에 머리를 찧고 천지 가득한 흙먼지 마셔가며 아찔한 벼랑 기어오르기를 한 시간, 그리고 다시 요 며칠 걸었던 트레킹 코스 시작. 작년에 방문했던 같은 동네의 중학교에서는 교사와 학생들이 학교농장에서 함께 키운 작물들을 아랫동네 시장에 팔러 새벽에 길을 떠났다 밤중에 돌아왔단다. 한국돈 만 원을 벌기 위해 이 지난한 과정을 일상으로 살고 있는, 그런 마을과 사람들이 대다수인 네팔이라는 나라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가엾다기보다는 존경스럽다.
전교생 100여명, 생각보다 큰 학교였다. 한네연에서 삼 년 전부터 조금씩 보내온 성금으로 지진으로 무너진 벽과 화장실을 수리했다고 한다.
을 소리소문없이 성금과 물품만 전달하고 가려고 했던 우리의 의사와는 달리 전교생을 집합시켜 환영행사를 하고, 우리더러 학생 하나하나에게 물품을 전달해주라고 해서 많이 민망했다. 하지만 자기들로서는 그런 세리머니라도 하는 것이 우리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하니 뭐 어쩔 수 없다.
빈약하고 단조롭지만 정성을 다한 환영세리머니였다. 어쩔 줄 몰라하면서, 그래도 스멀스멀 밀려드는 감상에 몸을 내맡기고.... 꼬마들과 함께 실컷 웃고 춤추었던 시간. 방문은 오히려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우리를 위한 것이었다. 방문을 빌미로 전달된 소정의 지원금이 지진으로 금 간 교실 벽을 수리하는 데 작으나마 보탬이 된다면 고마운 일이고.
선생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