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아프리카

튀니지 4 - 라 마르사 / 唐人街 & 하맘 체험

張萬玉 2019. 1. 10. 13:58

뭐 꼭 가야 하는 건 아니었지만 목적지가 있어야 가는 길도 신나는 법, 동네 미용실 언니가 안내해주겠다던 chinese food store를 향해 혼자 나섰다.

구글씨가 가르쳐주는 길이 단순한데 걸어서 한 시간 정도 걸리겠다.

묭실언니랑 함께 가면 분명 택시로 가야할 터, 나는 걷는 게 재민데 당신은 아닐 테니 동행을 뿌리치고....


마르사 주택가가 끝나고 N9 자동차도로 시작되는 도보 20분 지점까지는 재미있었다.

아기자기한 동네구경도, 한국사람임을 알아보고 BTS와 Black Pink를 외치며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소녀팬들도....
헌데 가도가도 왕복 6차선뿐인 자동차도로로 접어들면서 후회막급. 택시 탈까 하다가 오기가 발동해 꾸준히 걸었다.

어,... 씨디 부 사이드네...어, 카르타고네...어, 튜니스 시티센터 팻말 나오네!

다리에 알이 배기 시작할 무렵 까르푸가 나왔다. 여긴 그냥 수퍼마켓이 아니고 럭셔리한 쇼핑몰이다. ^^



까르푸에 들러 장사 잘 하고 있나 점검해주시고 다리 좀 쉬고
으리번쩍한 육교를 건너(사실은 거기가 바로 중국식품점인데 심카드 넣은 폰을 충전 안 해와서.... 무식하게 앞만 보고 걸었다) 계속 전진.

사방이 새로 짓는 건물뿐인 허허벌판에서 멘붕에 빠지려는 찰나, 차이니즈 레스토랑이 눈에 들어온다. 어느새 두 시가 지나 뱃가죽이 등짝에 붙을 지경.

에라,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니 쇼핑은 일단 접고 고향 찾은 기분으로 들어가 호화판으로 시켰다.

배불리 먹고 유덕화의 忘情水를 맛깔나게 듣고 있는데 중국인 사장님이 말을 걸어준다.

라 마르사부터 걸어왔고 중국식품점을 찾고 있다니까 종업원 시켜 차로 모셔다준다. 지나친 길이었다. ㅠㅠ

서너 평 남짓한 초라한 식품점이지만 한국식품이 꽤 있었다. 주로 상사원과 영사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손님 없이 한가하길래. 이 먼 곳까지 오게 된 곡절을 물으니, 시댁이 이곳에서 사업을 해서 남편과 같이 넘어와 남편은 9년째 레스토랑을, 자기는 식품점을 하고 있다고 한다. 알고 보니 조선족이라 나중엔 조선말로 막 떠들었다. ^^ 마르사가 종점인 70번 버스가 한 번에 닿으니 심심할 때 놀러오란다.

가르쳐준 대로 1디나르에 70번 버스 타고 돌아왔다.

택시도 3디나르면 되지만 좀 먼 동네 돌아다닐 때는 심심한 택시보다 버스가 훨 낫겠다. 별거 없이도 재밌었던 하루.


입술에 잡힌 물집 딱지가 떨어지기 기다렸다가 드디어 하맘이라 불리는 沐间溏에 왔다.

입장료 7.2디나르. 우리 돈으로 3500원 정도니(제주도는 4000원) 이곳 물가감각으로는 싼 게 아니다.

하지만 증기만 엄청나게 피워올렸지 그냥 샤워장이라고 보면 된다. 탕도 없다.
푸른 타일로 장식된 인테리어는 근사하다. 바닥은 뜨끈한데 침상처럼 만들어놓은 곳은 미지근해서 한숨 늘어지게 자려던 꿈은 깨졌다.

내가 아무리 찜질 좋아해도 사람들 돌아다니는 데서 잘 순 없잖아. ??
게다가 덩치가 산 만한 아줌마가 따라다니며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하게 하고 자기 페이스로 끌고다니더니 20분도 채 안 돼서 끝내준다.

말은 안 통해도 마사지 할 거냐고 묻는 줄 눈치는 챘지만 궁금도 하고 처음이니 안내도 받을 겸 넘어갔더니. ㅠㅠ
...
때가 엄청 나와줘야 하는 시점인데 불리는 게 아니라 두어 바께쓰 끼얹고는 바로 아유르베다식 마사지 들어간다.

비누고 수건이고 다 챙겨와야 하는 이곳에서 마사지할 사람이 오일도 안 갖고왔다고 혼내더니 샴푸 들이붓고 문질문질
때를 미는 건지 마사지를 하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 때가 일어나려다가 도로 누워버렸나 각질 부스러기 한톨 못봤다. 내일 다시 와서 내 손으로 박박 밀까보다.
맛사지료는 4디나르. 목욕값보다 싸지만 이용할 이유가 도무지 없는 서비스였다. 오늘은 첫날이니...ㅠㅠ

어쨌든간 증기 쐬고나오니 온몸이 가뿐.
탈의실 겸 로비에서 벽에 걸어놓은 옷 챙겨입으면서 아줌마들의 호기심에 벙어리놀음으로 응답해드리니 모두들 이뻐라 한다.

같이 한바탕 웃고 나니 기분까지 가뿐.